내가 김윤석이라는 배우를 처음 접한 것은 어느 아침드라마에서였다. 아침드라마 특성상 멜로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배우 하희라와 호흡을 맞춘 그의 연기는 참 어색했다. 무뚝뚝한 말투와 투박한 외모는 왠지 멜로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를 달리 보게 된 것은 역시 영화 『추격자』에서였다. 그 누구보다도 형사 역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는 영화에서 형사 역할을 참 맛깔지게 잘 해냈다. 이 영화 한 편으로 모든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석권한 것도 수긍이 갈만한 일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도 형사 역으로 『거북이 달린다』라는 영화에 출연했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것이 사실이다. '과연 이번 영화에서도 전작의 포스를 다시 보여줄 것이가'라는 기대와 함께, '이러다가 이 배우 형사 역만 하게 되는 거 아냐?'라는 우려까지.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흥겨운 기분을 충족시켜 주었다. 무엇보다도 『추격자』에서의 형사 김윤석과 『거북이 달린다』에서의 형사 김윤석이 같은듯 다른 것에 대한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일게다. 두 형사 모두 변변치 않은 외모에 무대뽀 같은 근성으로 투철한 사나이들. 하지만 『추격자』의 김윤석이 좀 더 냉철하고 투박했다면, 『거북이 달린다』의 김윤석은 허술하고 푸근한 모습에 더욱 정감이 간다. 같은 형사 역을 이렇게 달리 창조해내는 그의 연기에 우선 박수! 여기서 『추격자』의 김윤석을 뒷받침해준 인물들에 '하정우'와 '서영희'가 있었듯이, 영화가 살려면 든든한 조연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정경호'와 '견미리'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후 처음 마주한 정경호는 한층 성숙된 연기를 보여줬고, 영화에서는 처음 접한 견미리는 특유의 까칠한 연기가 압권이었다. 이들이 있었기에 김윤석의 연기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시골 형사의 걸죽한 한 판이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 『거북이 달린다』. 불현듯 한국적 정서에 들어맞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면서, 김윤석의 (아마도 『전우치』가 될)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