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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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내쫓고 동물이 지배하는 농장. 스스로의 생활을 위해 스스로 일하고,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오직 그들만을 위해 살아가는. 그 누구의 복종도 필요없이 오직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곳. 유토피아. 그러나-

 

한 사회 안에서는 언제나 지도자가 있게 마련이고. 그 권력이 절대적일 수 있도록 절대 부패하게 마련인바. 점점 없던 규칙이 생기고, 있던 규칙이 사라지고. 누군가는 더 살찌고, 누구는 조용히 없어지고. 평등 위의 평등이라는 웃지 못할 논리까지 벌어지는 판.

 

마지막 파티 장면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정말이지.

 

우화도 이런 우화가 또 있을까.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면 알만한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을 절묘하게 배치하여, 시작은 거창했으나 그 끝은 엉망진창인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니, 이 아니 통쾌할수가.

 

수장이 '돼지'인 것부터, 동물과 인간의 대치, 그 안의 동물들 사이의 계급관계, 지식인과 평민의 대조적인 모습, 권력을 다지기 위한 상상초월 행동들, 각 동물들의 각기 다른 반응 등이 어우러져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생각나게 만든 고전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용기있는 작가 오웰의 용기와 센스에 박수를-

 

이 책을 스탈린이 봤다면, 볼셰비키가 봤다면, 트로츠키가 봤다면, 멘셰비키가 봤다면, 어떤 반응이었을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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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저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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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한 분위기. 우연인듯 필연적으로 모인 인물들.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연쇄살인. 도무지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각종 트릭들(밀실살인, 정체불명 범인, 사라진 시체, 뜻모를 암호). 내부 안에 있는 범인의 만행. 명탐정의 통쾌한 추리. 극적인 반전. 애잔한 범행동기.

 

'추리소설'하면 떠오르는 것들.

 

김전일 시리즈가 아직도 나에게는 최고이고,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의 소설이 내 스타일이며, 요즘은 그러한 타입의 추리소설을 찾아보기 힘들어 안타까운 나에게는.

 

그런데 이게 진부하다고?!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고?!

 

한술 더떠 이런 것들을 '본격 추리소설'이라고 싸잡아 주제로 삼아버리는 그 오만함과 대담함이란.

 

히가시노니까 그래도 인정.

하지만 히가시노여서 그의 마지막 본격 추리소설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무척 평이하여 조금은 아쉬움.

물론 그 트릭과 범인은 역시 놀랍지만.

 

여튼 오마주스러운 필체에 젖어 금방 읽어내려간.

역시 빠질수 밖에 없는 추리소설의 매력이란.

 

결국 머, '인위적인 설정(영원한 고2 김전일, 김전일 있는 곳에 사건 있다)+사연 많은 인물+기막힌 타이밍'이 돋보이는 본격 추리소설이든, 게이고만의 '리얼리티+현대적감각+사회성'이 담긴 소설이든, 좋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인간의 추악한 본능과 욕망이 여실히 드러나는, 그 이면의 어쩔 수 없는 동기가 스며드는, 아직 정의는 죽지 않았음을 화려하게 풀어내어 탐정의 명쾌함이 살아있는, 매력 넘치는 장르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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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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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으심은 살아있는 자들로 하여금 다시는 그들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오직 그들을 대신하여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이를 위하여 살게 하려 함이라

[고후 5:15]

 

나에게는 참 어렵다. 아니, 인간의 몸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자기 자신을 오롯이 내려놓고, 나를 위해 죽으신 그분을 위해 살라는것. 분명 거룩하고 영광된 말씀이며 확고한 가르침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본질이란 말인가?!

 

이 작품을 보면서 숱하게 들었던 생각이자 의문이었다. 종교가 삶이었고 신앙이 생활이었던 그때, 겉으로 보면 확연하게 정반대에 서있는 한 인간이 작품에서 툭 튀어나와 멋대로 욕하고 욕망을 해결하는 모습은 대부분 거부감을 일으킨다. 왜 저러지, 왜 저럴까 하면서.

 

더욱 이해가 안가는 것은 작품속 화자(실화이니까 곧 작가)의 태도.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조르바의 모습에, 그의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에, 감탄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을 자책하는 장면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조르바의 무엇이 그를 그렇게 사로잡았을까. 과연 그는 조르바에게서 어떤 깨달음과 교훈을 얻은 것일까. 조르바가 누구이길래 화자는 끝까지 조르바와 함께 웃고 그를 마지막까지 기억하려고 한 것일까.

 

처음에는 마초에다 짐승같은 조르바를 보며 불편해하다, 화자의 마음으로 그를 다시 대하니, 점점 달라보였다. 뚝심있고, 자연을 사랑하며, 삶을 즐길줄 아는, 지극히 인간적인, 무엇보다 열정과 희망이 넘치는 사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도무지 찾아보기도 만나기도 힘든 위인이 이야기 전반을 휘어잡는 흐름은 이제 흥미롭기만 하다.

 

「터질 만큼 처넣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금욕주의 같은 걸로는 안 돼요. 생각해 봐요, 두목. 반쯤 악마가 되지 않고 어떻게 악마를 다룰 수 있겠어요?」

「만사는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중략) 믿음이 있습니까? 그럼 낡은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뭇조각도 성물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없나요? 그럼 거룩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문설주나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어디 그 이야기 좀 들읍시다. 요 몇 년 동안 당신은 청춘을 불사르며 마법의 주문이 잔뜩 쓰인 책을 읽었을 겁니다. 모르긴 하지만 종이도 한 50톤씩 씹어 삼켰을 테지요. 그래서 얻어 낸 게 무엇이오?」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오랜만에 인상깊은 대사를 곱씹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 별다른 기대 없이 접했던 작품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무엇이 옳고 그름보다 무엇이 유익하고 유의미한지가 더 중요함을 절감한.

 

조금은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말의 의미를 공감하게 만들었으며, 대범한 카잔차키스의 진솔하면서도 살아있는 필체가 유쾌했던 작품이었다. 이제는 주위에서 찾기 정말 어렵게 된 조르바. 만나기 힘들다면 나라도 조르바의 면모를 조금은 닮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곧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처럼.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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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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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그가 만들어낸 세계로 들어와버렸다. 환상의 세계 꿈의 세계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세계. 달이 2개에 남자 주인공은 신비한 소녀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여자 주인공은 신성한 남자와 특별한 하룻밤을 보낸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여자와 남자는 서로 필수불가결한 사이가 더해지고 고양이 마을은 위험해보이며 정체모를 NHK수금원은 끈질기다. 엽기적인 공기 번데기에 위력 넘치는 리틀 피플이며 애벌레가 번데기를 벗어던지고 나비로 태어나는 것 같은 마더-도터 관계까지. 역시 알수없는것 투성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이라는 이름의 평범한 것들이 뒤집어지고, 통상적인 것들이 뒤틀리게 되는 설정은 여전히 빛난다. 인간의 깊은 욕망과 의식 저편을 송두리째 드러내는 표현도 농익었다. 넘치는 관능미와 육감적인 묘사는 이제 하루키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각기 다른 나름의 살아가는 방식, 살아가야하는 방식이 돋보인다. 시점을 넘나들며 인물의 캐릭터를 확실히 구축해낸 점 또한 탁월하다. 기존 작품들보다 난해한 점은 가감한 반면 좀 더 친밀하게 사회심리적 상황과 영향을 부각시킨 점도 환영할 만하다. 알기 쉽고도 감각적인 번역이 무척 인상깊다.


다만 급작스레 치닫는 그것도 미완의 결말이 아쉽다. 원래 2권까지였으나 3권도 얼떨결에 쓴 것이고 4권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기대는 해보지만. 이해되지 않는 - 물론 하루키 작품 세계를 '이해'하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지만 - 부분이 너무 많아 꼭 알았으면 한다. 두 주인공 또는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작품 <공기 번데기>나 후카에리라는 소녀의 존재, '선구'의 추격, 무엇보다도 작은 것의 정체 이런 것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또 어떻게 되는 것인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궁금증만 남겨놓은 이번 소설에 대해 여하튼 오랜만에 접한 하루키의 작품이라 반가웠다. 작품 전체의 분위기라든지 살갑게 다가오는 묘사, 현실과 맞닿아 있지 않은 독특한 관념세계 등은 여전했다. 더불어 이번 작품은 특히 목적과 결말에 있어 약간 갸우뚱했던 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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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쁘리띠 뻐허리 - 나쁜나라 네팔에서 배운 착한 사랑
반영난 지음 / 반얀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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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픈 곳을 어루만진다. 어우러져 밥을 먹는다. 모여앉아 이야기한다. 마주보고 웃는다. 함께 빨래하고 청소하고 요리한다. 서로 꼭 껴안아준다. 같이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며 춤춘다. 동시에 건반을 두드리고 뛰며 점프한다. 손을 맞잡고 힘껏 소리친다. 야호!

 

그렇게 친해진다. 그렇게 친구가 된다.

 

그리고 행복해진다. 서로 행복을 나눈다.

 

때론 절실한, 감성 가득 자원봉사 이야기. 어떤 실적을 냈고, 어떤 효과를 가져왔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논하기 전에.

 

얼마나 그들과 함께했는지. 얼만큼 그들과 가까웠는지. 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순리일터.

 

혼자할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지나지 않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진리.

 

함께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인연이기에. 함께 하면 무엇이든 할수 있다는 신념이 생기기에. 함께 할때 비로소 즐겁고 기쁘며 행복함을 알기에.

 

희망은 멀리 있지 않다. 그리고 그 희망은 분명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때 그 만남이, 그때 그 활동이 한낱 추억에 머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기를. 우리가 희망을 발견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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