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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또 다시 그가 만들어낸 세계로 들어와버렸다. 환상의 세계 꿈의 세계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세계. 달이 2개에 남자 주인공은 신비한 소녀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여자 주인공은 신성한 남자와 특별한 하룻밤을 보낸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여자와 남자는 서로 필수불가결한 사이가 더해지고 고양이 마을은 위험해보이며 정체모를 NHK수금원은 끈질기다. 엽기적인 공기 번데기에 위력 넘치는 리틀 피플이며 애벌레가 번데기를 벗어던지고 나비로 태어나는 것 같은 마더-도터 관계까지. 역시 알수없는것 투성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이라는 이름의 평범한 것들이 뒤집어지고, 통상적인 것들이 뒤틀리게 되는 설정은 여전히 빛난다. 인간의 깊은 욕망과 의식 저편을 송두리째 드러내는 표현도 농익었다. 넘치는 관능미와 육감적인 묘사는 이제 하루키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각기 다른 나름의 살아가는 방식, 살아가야하는 방식이 돋보인다. 시점을 넘나들며 인물의 캐릭터를 확실히 구축해낸 점 또한 탁월하다. 기존 작품들보다 난해한 점은 가감한 반면 좀 더 친밀하게 사회심리적 상황과 영향을 부각시킨 점도 환영할 만하다. 알기 쉽고도 감각적인 번역이 무척 인상깊다.
다만 급작스레 치닫는 그것도 미완의 결말이 아쉽다. 원래 2권까지였으나 3권도 얼떨결에 쓴 것이고 4권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기대는 해보지만. 이해되지 않는 - 물론 하루키 작품 세계를 '이해'하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지만 - 부분이 너무 많아 꼭 알았으면 한다. 두 주인공 또는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작품 <공기 번데기>나 후카에리라는 소녀의 존재, '선구'의 추격, 무엇보다도 작은 것의 정체 이런 것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또 어떻게 되는 것인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궁금증만 남겨놓은 이번 소설에 대해 여하튼 오랜만에 접한 하루키의 작품이라 반가웠다. 작품 전체의 분위기라든지 살갑게 다가오는 묘사, 현실과 맞닿아 있지 않은 독특한 관념세계 등은 여전했다. 더불어 이번 작품은 특히 목적과 결말에 있어 약간 갸우뚱했던 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