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현재 의경으로 복무 중이다. 그러나 오는 토요일에 만기 전역한다. 지지난 겨울, 논산 신병 훈련소에 입소한 후로 무척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일 것이다. 아들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같은 속도였을까. 배웅하던 그날이 기억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작년 겨울 매주 열린 촛불시위 현장에서는 서로를 마주 보며 밤을 새우던 적도 있었구나. 힘든 시간을 견뎌낸만큼, 아니 그보다 몇 배 더 기쁠 테니 무조건 축하한다! 지난 주 자대 체육대회를 마치고 고열과 몸살로 인해 며칠동안 몸져눕게 되면서 막판에 고생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병역의무를 무탈하게 마치는 것이 무척 고맙다.
첫째는 전역 후 바로 복학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하고싶은 게 많다고 했다. 가장 먼저, 유럽을 여행하고 싶다고. 나도 흔쾌히 여행을 동의하였다. 복무 기간 동안 받은 봉급으로 매월 10만 원씩 적금을 들었는데 여행 경비로 쓰겠단다. 부족분을 빌려주면 알바를 해서 갚겠다고도 한다. 좋은 생각이다. 기특하다, 아들! 그러나 유럽이 초행지인데도 배낭여행을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부모로서 걱정을 앞세웠지만, 두 번을 말리지 못하고서 마지못해 인정하게 되었다. 최근 폭발 사건 뉴스가 섣부른 걱정을 증폭시키기도 하지만, 아들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뾰족한 수가 없으니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대신 여행 계획을 짜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와도 여행정보를 공유하기로 약속하였다. 슬쩍 나와 함께 여행하는 방안을 제안해 보았지만 한마디로 거절하였다. 친구가 일 주일 정도는 동행하기로 했다면서 혼자 힘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최대한 절약하면서 지역별로 특색있는 유럽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단다. 이유를 듣고서 아들의 탐구심에 대체로 공감하게 된다. 이제껏 고생해서 이놈을 키운 보람이 있구나 싶다.
2017-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