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컨디션 > 알라딘의 <친구신청>을 비롯한 이런저런 시스템(?)에 대한 생각.
컨디션 님의 글에 댓글을 달면서 시작된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이 곳에 옮겨 왔습니다. 말이 많은 놈이 아닌데 뭔가 홀린 것 같네요. ^^;
서재는 블로그 기반이고, 북플은 SNS 기반이라서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이해하고 있어요. 블로그는 콘텐트 중심이라면, SNS는 관계 중심으로 그 중심축이 달라진 것이라고 역시 이해합니다. 이 전제 하에서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블로그는 홈페이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금은 기업 홈페이지 아니고선 찾아보기 힘들지만, 한 때는 개인도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넷 인기(맞나?)가 날로 커지면서 홈페이지가 이메일과 함께 개인을 돋보이게 하는 분신 같은 존재감으로 느껴지던 때가 있었죠. 그랬던 홈페이지가 지금은 블로그로 대체되었다고 봐야겠지요. 이런 변화를 겪게된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테지만, 가장 큰 이유는 관리의 효율성 때문이라고 봅니다. 집을 예로 들어 설명을 하면, 홈페이지는 단독주택이고, 블로그는 임대주택(또는 임대형 아파트)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단독주택을 한 채 지을라 치면, 먼저 부지를 확보해야 하고, 터를 잡고, 건물을 지어 올리고, 건물 외장을 마감하고, 내부 인테리어, 전기, 상하수도, 가스, 냉난방, 환기, 보안 설비 등 집주인이 직접 나서서 실행하여야 합니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번듯한 집이 생기면, 입주하여 자신의 주택을 소유한 기쁨을 누리게 되겠지요. 그러나 사는 동안 하자보수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집주인이 알아서 처리해야 합니다. 집주인을 겸하는 입주자가 직접 해결하지 못하면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고요.
임대형 아파트인 경우는 이렇게 복잡한 집짓기 과정은 더 이상 입주자 몫이 아니에요. 집주인이 잘 지어진 집을 임대하게 되면, 임대차 계약을 맺어서 정해지는 기간에 한해 입주할 수 있고, 입주 기간 동안 발생하는 하자보수 사안은 입주자 대신 집주인이 처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집과 함께 집주인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입주자한테 만족스러우면, 그리고 집주인도 입주자가 마음에 들면,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연장하여 공존하면서 지내게 되지요.
여기서 중요한 점이 집주인과 입주자 역할인데 두 역할을 동일인이 맡는지 아니면 구분해서 전문가한테 맡기는지 여부가 가장 큰 차이라고 봅니다. 역할 관점에서 보면, 홈페이지는 집주인과 입주자가 동일한 경우이고, 블로그는 두 역할 주체가 다른 경우이지요.
이런 차이를 유발한 핵심으로,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유지하려면 전문적인 기술과 서버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에 대한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다시 전산 용어로 말하면, 홈페이지를 위한 인터넷 서버를 가져야 하는데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추어야 하고 이 둘을 다룰 수 있어야 하지요.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서비스해 본 경험이 있다면 처음에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그보다 서비스 중인 홈페이지 유지보수가 훨씬 어렵다는 것을 쉽게 동의할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유지보수되지 않고 방치되는 홈페이지를 자주 보곤 했어요. 반면에 블로그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기술적인 어려움을 (거의) 전혀 겪지 않아도 됩니다. 네이버, 다음, 구글 등에서 회원한테 제공하는 블로그를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테지요. 특별한 계약 형태이기는 하지만 회원이 되면 무료로 제공하는 블로그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를 사용하는 동안 개인은 블로그에 내용을 만들어 대기하는 활동 이외는 일일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요. 시스템 업그레이드까지도. 북플이 좋은 예가 되겠군요.
블로그는 개인을 위한 홈페이지를 쉽게 관리하기 위하여 시작됐어요. 홈페이지는 내용물을 공개하고, 쉽게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으면 존재하는 이유가 없게 되지요. 블로그도 그런 연장선 상에 있기 때문에 블로그에 게시하는 내용물은 공개적으로 누구나 볼 수 있다는 것이 기본이에요. 물론 관리 목적으로 비공개로 할 수 있고요. 따라서 공개하는지 하지 않는지 블로그 주인장이 정하면 그에 따라 접근 권한이 정해지고, 공개된 글은 누구나 볼 수 있어요. 원래 블로그에 친구라는 개념은 없어요. 블로그 경험이 쌓이면서 공개와 비공개 사이에 중간 지대를 만들려는 노력에 의하여 실현된 솔루션 덕분에 접근 권한 외에 역할을 구분하는 폐쇄형 블로그가 등장하게 됩니다. 지금은 친숙해진 친구와 손님 역할을 구분하고, 그룹으로 묶고, 역할과 그룹별로 권한을 관리하는 기능이 블로그에 추가되면서 기업형 블로그, 알라딘 서재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였다고 보아야하지 않을까요 .
블로그 시스템에서, 게시된 글을 친구 여부에 따라 접근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등 관리 기능이 대폭 향상되었지만, 새로운 요구에 직면해서 한계를 드러내지요. 콘텐트를 보다 쉽게 공유하고, 실시간 알림 기능 등이 필요하게 되지만, 방문 방식인 블로그는 새로운 기능을 수용하기 어려운 체계였고 이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친구 역할을 보다 세분화 하게 됩니다. 팔로워, 팔로잉 아시죠? 친구 역할에 방향성을 부여하여 쌍방향 관계인지 단방향 관계인지 여부가 보다 중요하게 되지요.
블로그에 방문하면 어차피 보게 되는 글이지만, 팔로잉을 통해 방문하지 않고도 새 글이 게시되면, 팔로워한테 거의 실시간으로 알려지고, 팔로워는 자신의 북플 Home, 뉴스피드와 같이 한 곳에서 바로 (받아)볼 수 있고, 마음에 드는 팔로워를 소위 맞팔로 응하면, 팔로워가 새 글을 올리면 같은 방식으로 알림을 받고 바로 볼 수 있게 되지요. 새로운 방법은 친구로 맺어진 블로그 글을 읽기 위해서 일일이 방문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을 싹 없애주는데 친구가 많아질수록 그 효과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이는 관계 지향으로 비롯되는 결과이지요. 이로써 북플과 같이 보다 편리한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친구 여부가 아닌, 팔로잉 방식으로 친교를 맺으면서 관계 형성이 원활해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현실에서도 자신을 알리지 않고서 원만한 인간 관계가 성립하지 못하잖아요. SNS에서 친교가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 그리고 상대가 누군지 당연히 알려져야 한다는 점이 이전 방식에 비해서 중요해졌다고 하겠습니다.
알라딘 서재가 변화하는 것이 상업적 목적과 필요에 의한 것임을 무시하기 어렵겠지만, 한편으로 사람들이 편리를 추구하고 사는 방식이 변하면서 발전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개선과 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