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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평점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단편 제목이지만 ...
마음이 맴도는 과거의 어느 시점의 기억들이 있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삶의 많은 사건 중 그 기억을 유난히 떠올리며 마음의 상처를 더듬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주로 무엇을 할 수 있었을 때보다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때의 기억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너무 어렸거나 나약했기 때문에 ……
나약하거나 무심하거나, 무심하거나 무정하거나, 무정하거나 이기적이거나, 이기적이거나 비겁하거나…….
아마도 무심함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건들을 만나며, 단련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나약함. 그 나약한 몸짓에 돌아오는 것은 수치뿐이었던 반복된 경험으로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다.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음을 닫고 달아나고 싶을 때, 나는 무엇을 그렇게 싫어하는 것일까?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타고난 기질일까?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에서 나와 같은 마음으로 괴로워할까? 많은 후회의 시간들을 겪고서도 여전히 그런 때가 있다. 그저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견디는 때.
원인을 모르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이 유년기를 삼켜버렸다. 그저 친구의 이름만을 불렀던 소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폭력과 범죄, 우울증의 가족사와 그로 인해 불행한 유년의 시절이 등장한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다. 죄의식과 수치심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심한 듯 일상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 누군가는 말해 줘야 했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네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
침묵으로 비난하고 모른 척 할게 아니라.
「다음날 이웃집에 사는 칼러씨가 건너와 더그형이 자기 자동차 창문을 박살냈다며, 아내가 목격까지 했다고 말했다.……
나는 여자친구에게, 나중에, 칼러 씨가 가고 난 후에, 내가 밖으로 나가, 그의 폰티악의 비닐 카시트에서 유리 파편을 털어내고, 거리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노라고 말한다. 석회석 벽돌은 여전히 차 바닥에 있었다고.
잠시 후, 칼러 씨가 집에서 나오더니 내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말했다―그것은 이후 좀체 내 마음을 떠날 줄 모르는 말이다―그는 말했다. “얘야, 이 일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란다.˝」 154p <강가의 개>
세월호 사건이 있고 생존자들에게 했던 고통스런 질문들과 무심한 침묵들이 떠오른다.
불행한 사건들은 햇빛이 찬란한 평범한 어느 날 우리가운데 도사리고 있던 모습을 드러낸다. 정체모를 씽크 홀처럼... 그 정체를 맞닥뜨린 그 순간, 눈에 들어왔던 풍경과 맡았던 냄새와 만져졌던 촉감이 불행의 인상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