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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서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내가 알았던 대로, 어쩌면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은 서울을 보면서 서울은 대한민국을 통째로 압축시켜놓은, 그래서 뚜껑을 열면 펑하고 부풀어지는 이불팩같다.
지방에서도 서울에서 느끼는만큼이나 몸소 실감하지 못하는 것들이 없는 바도 아니나 서울에서 느끼는 노골적인 것만큼이나 드러난다고 보기는 힘들다. 서울은 지방에서 미세하게 드러나는 것들이 대놓고 다차원적으로 드러나는 것과 같다.
김중혁의 단편집으로 묶인 '1F/B1 일층, 지하 일층' 의 "c1+y = :[8]:" 에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단편 곳곳에 서울이라는 도시를 미로처럼 모든 것이 얽히고 섥혀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온 추억을 가지고 있는 화자는 서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의 긍정성을 말했다면,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는 서울이라는 복잡하고 대한민국의 장단점을 모두 아우르는 것들이 어쩌면 서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책 초중반까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는 않는다. 철저한 분석과 서울의 이모저모를 경제적, 역사적, 사회적, 어쩌면 통계적인 부분까지 곁들였다. 이런 주제를 딱딱한 방식이 아닌 에세이형식처럼 경험과 더불어 풀어가는 이 책은 사회에 대해 통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체적 시각을 보여준다.
시장의 자유화에 따른 심화된 경쟁사회와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는 경제적 딜레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화두에 던지며 여러가지 사건들과 예들을 거론하는데 마찬가지로 어떻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라는 식의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지 않고 독자에게 생각해볼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절로 떠오르는 것이 몇일전에 사람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던 '미생'이라는 드라마였다.
드라마에서 장그래에게 오차장이 하는 말 중 "여기있는 사람들이 이, 빌딩 로비 하나 밟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했는줄 알아? 여기서 버티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땀과...중략."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공부를 남보다 더 잘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적은 시간만 해도 뛰어난 수완을 내는 몇몇 사람말고는 일반적으로 그만큼 시간과 물질적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요즘은 초등학교부터 시작해(그보다 일찍 시작하는 가정도 있고.)장장 6-9년동안 초중고라는 학교에 얽매여 자유를 느껴볼 틈도 없이 취업을 위해 대학4년, 연수에다 유학에다 학위증을 따기 위해 다시 몇년을 더 공부에 공부를 하고 그렇게 어렵게 해도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이런 환경 안에서 점점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으려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젊은 층이 줄어들면 경제가 침체되므로 정부는 대책 없는 정책만 일시적으로 내놓았다가 없애기를 반복하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권장한다.
결국 마지막장 즈음엔 저자 또한 현시국의 한국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낀다. 이코노미는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행태로 흐른다. 그런 이코노미를 그대로 흡수하고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감성과 인정없는 사회는 갈수록 내리막의 시대를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 많은 인정없는 것들에 빨간 불이 켜진 지금,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들을 당장 생각하고 바른 방향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면 아마 우리는 타인지옥이라는 사르트르가 했던 말을 늘 떠올리며 살아야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은 어쩌면 우리가 찾아야할 열쇠가 아닐까. 지금 당장은 시간이 없어서, 중요한지 알지만은 골치 아프니까 나중에.. 하며 미루다가는 영영 펼쳐지지 못하게 되는 세상의 곪은 상처들이 되지 않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