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화의 교실밖 글쓰기 - 독후감부터 논술까지
장선화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글쓰기란 애물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한때 아니 지금도 책을 쓰려는 나에게 글쓰기란 기본이지만 그것은 책 쓰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글쓰기와 책쓰기의 차이를 알려면 김애리의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를 읽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글쓰기 책을 읽는 것은 내 기본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장선화의 교실 밖 글쓰기는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읽는 글쓰기 책이다. 기자 생활 20년을 넘긴 저자는 구상, 개요, 자료 수집, 집필, 자료 수집 등의 순서로 글을 쓸 것을 주문한다. 글쓰기의 기본은 6하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물론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변형하는 것이 가능하다.

 

첫 문장도 중요하다. 간결하게 쓸수록 주제가 잘 드러난다. 본문에 나와 있듯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선생은 교도소에서 달랑 한 장 나눠준 엽서를 망칠까 봐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문장을 나열하고 정리한 다음 한 자씩 씀으로써 문장의 대가가 될 수 있었다.

 

대화에서도, 글에서도 강약 조절이 중요하다. 강약중강약 4분의 4박자가 음악에서 가장 안정적기고 기본이듯 글의 내용과 성격에 따라 단문과 중문을 적절히 번갈아 쓰면 글이 훨씬 쉽고 재밌어진다.(43 페이지) 글을 쉽고 정확하게 쓰려면 단어를 문맥에 맞게 잘 선택해 쓰는 것이 중요하다.(45 페이지)

 

글 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 또는 충실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단어 선택도 좋아야 하고 강약중강약(짧은 문장과 다소 긴 문장을 번갈아)의 원칙을 지켜야 하고 비문을 피해야 하고 쉽게 써야 한다. 비문을 줄이는 방법 중 주어와 서술어의 거리를 줄이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비문을 방지하고 싶다면 글을 쓴 다음에 천천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수동태보다 능동태가 권장된다. 물론 수동태가 필요할 때도 있다. 행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때, 굳이 행위자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 행위자가 사람이 아닐 때 등이다. 영어나 일본어 번역투도 피해야 한다.

 

핵심부터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는 바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쓰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 금방 드러나기에 읽는 이를 설득하기 쉽다.(82 페이지) 두괄식 글쓰기를 익히는 데 가장 좋은 자료는 신문이다. 두괄식은 비문학 글쓰기의 기본이다. 두괄식은 일상에서는 물론 인터넷 시대에도 잘 어울리는 글쓰기이다.(84 페이지)

 

저자는 요약하기를 권한다. 요약을 하겠다고 마음 먹고 글을 읽으면 읽기 방식이 확연히 달라진다. 요약하기는 글의 내용을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고 글쓰기 연습에도 효과적이다. 논리적으로 써야 짜임새가 생긴다. 논리적 글쓰기는 칼럼이나 논설 뿐 아니라 시나 소설에도 꼭 필요하다.

 

저자는 왜냐하면이나 그러나‘, ’그리고‘, ’그런데등의 접속사를 활용한 글쓰기를 권한다. 물론 글 쓰는 습관이 몸에 배면 그런 접속사 없이도 문맥이 잘 통하는 글을 쓸 수 있다.(92 페이지)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데 유용한 또 다른 비법은 사슬을 엮듯 쓰기이다. 앞 문장과 뒤 문장이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쓰기이다.

 

하나의 주제로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을 사슬로 연결하듯 글을 쓰면 글의 짜임이 촘촘해진다.(96 페이지) 연역법(두괄식 구성)과 귀납법(미괄식 구성)을 적절히 활용하면 정확하고 짜임새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글은 또한 사실대로 써야 한다.

 

주관적으로 쓰기 vs 객관적으로 쓰기도 중요하다. 주관적으로 글을 쓸 때 되도록 형용사를 자제하자. 객관적으로 글을 쓰려면 반드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주관적인 글에는 공감의 힘이 있다면 객관적인 글에는 논리의 힘이 있다.(111 페이지) 자연스러운 글이 감동을 준다. 솔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쉬운 말로 바르고 솔직하게 써야 한다.

 

제목 달기도 중요하다. 없는 내용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본문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들을 찾아내 한 문장 또는 한 구절로 압축하는 것이다. 글에 흥미를 느끼게도 해야 한다. 병렬식 명사 제목은 지루하다. 제목 글자 수는 10자를 넘지 않게 한다. 신조어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상을 할 때는 머리를 번잡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구상 다음에 개요(槪要)이다. 개요는 글의 분량 정하기, 문단 수 정하기, 문단별로 쓸 내용 정하기, 제목 정하기 등으로 구성된다. 자료 수집, 집필(꾸준히 읽으면 쓰기 실력이 는다. 읽기와 쓰기를 통해 어휘력, 문장력, 독해력이 키워진다.), 퇴고(推敲: 혼자서 소리 내어 읽어보아야 한다. 퇴고의 3원칙은 더하기, 빼기, 다듬기이다.) 등이 필요하다.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를 보자. 독후감은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성과 주관이 잘 드러나도록 쓰는 글이다. 서평은 책과 저자에 대한 지식과 정보, 책의 주제 등 객관적인 내용이 더 잘 보이도록 쓰는 글이다.(176 페이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고 쓰는 글은 대부분 에세이이다.

 

에세이는 읽는 맛이 중요한 글이다. 에세이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219 페이지) 저자는 한 때 글 쓰는 일이 두렵고 힘들었다고 말한다. 이태준의 문장강화10번 읽어 그 위기를 이겼다고 한다.

 

글은 노력만 하면 수준급은 아니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쓸수록 는다.(237 페이지) ’장선화의 교실 밖 글쓰기는 쉽고 명쾌한 글쓰기 지침서이다. () 쓰기에 대한 팁은 빠졌지만 전체적으로 유익하다. 두고 두고 읽을 책이다. 물론 크로스 체킹을 한다는 생각으로 다른 글쓰기 책들과 아울러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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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의 ‘시와 인문학‘(고척도서관) 강의를 듣게 되었다.(5월 18일 1강; 사랑의 시학, 5월 25일 2강; 시와 자연, 6월 1일 3강; 시와 상상력, 6월 8일 4강; 시와 현실, 6월 15일 5강; 한국의 대표 시인 - 백석과 윤동주)

요즘 같아서는 오랜 기간 시 외의 다른 강의는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시는 그 만큼 내게 필요한 장르이다.

오랜 만에 박지영 시인께 전화를 드렸다. 첫 평론집인 ‘욕망의 꼬리는 길다‘의 어조가 강해 스스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는 시인은 곧 나올 두번째 평론집은 조금 어조를 누그러뜨렸다고 하신다.(정신분석의 대상이 된 시의 당사자들에게서 어떤 피드백도 받지 않았지만...)

그리고 새 시집을 준비중이라고도 하신다. 풍성한 결실을 맺는 해가 되실 것 같다는 덕담을 했다. 결실은 준비한 사람, 노력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김언희 시인의 두 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는 한 미학자가 나를 돌아보게 한다.(양효실 지음 ‘불구의 삶, 사랑의 말‘ 참고.)

물론 저자는 같은 책에서 자신은 문학비평에서 시 분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또한 제대로 정확히 말하는 것은 진부하기에 그것을 가로지르는 아이러니적인 말하기와 쓰기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 미학자처럼 길고 긴 발효의 시간을 거쳐야 할 것이다.

제대로 정확히 말하려는 내가 제대로 정확히 말하는 것은 진부하다고 말하는 분의 책을 읽는 것은 묘한 일이 아닐지?(물론 관건은 제대로 정확히냐 아니냐가 아니라 독창성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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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인물들 가운데 두 명의 도굴꾼을 빼놓을 수 없다. 가루베 지온과 오타니 고즈이이다. 가루베는 교사(敎師)의 탈을 쓴 일제시대의 도굴꾼, 오타니 역시 같은 일제시대의 승려 도굴꾼으로 불린다.

물론 직접 만난 것이 아니다. 가루베 지온은 1970년에, 오타니 고즈이는 1948년에 각각 죽었다. 그러니 나와 그들의 만남은 책을 통한 간접적인 조우(遭遇)인 셈이다.

싹쓸이 도굴꾼이었던 가루베가 공주 송산리 7호분인 무령왕릉을, 6호분을 보호하기 위한 배총(陪塚)으로 여겨 도굴하지 않은 것은 유명하다.

가루베의 도굴 행각은 조선총독부조차 유적 연구가 아닌 유적 파괴라고 말했을 정도로 심했다.
우리나라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약탈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 연구 하는 중앙아시아 유물들이다. 오타니 컬렉션이다.

일본의 승려 오타니 고즈이가 중앙아시아 일대, 지금의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투루판 등에서 약탈한 것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오타니 컬렉션을 소장하게 된 것은 일제가 패망하면서 1945년 조선총독부가 기증받은 오타니 컬렉션을 미처 일본으로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한국에 남은 것이다.(김태식 지음 ‘직설 무령왕릉’, 도재기 지음 ‘국보 역사로 읽고 보다’ 참고)

오구라 타케노스케도 도굴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아, 부작용인가? 일본인들이 모두 도굴꾼처럼 보이는 것은.

그래도 이병철(1910 – 1987: 컬렉션을 바탕으로 호암 미술관 개설), 전형필(1906 – 1962: 간송미술관 개설) 같은 분을 보고 희망을 갖는다.

사립박물관은 문화재의 사유화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개인이 막대한 사재를 털어 높은 안목으로 수집한 소장품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환원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한 실천 형태라 할 수 있다.(도재기 지음 ‘국보 역사로 읽고 보다’ 610 페이지)

간송미술관은 1년에 봄, 가을 단 두 번의 기획전을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4월 3일 – 10월 12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훈민정음과 난중일기 展: 다시, 바라보다‘가 열리고 있다.

우리 것들을 더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다.

개인적으로 훈민정음과 난중일기 전(展)도 좋지만 그 이전에 이충렬의 ‘간송 전형필’ 같은 책을 더 읽고 싶다. (아직 읽지 못한 부끄러움...) 꼭 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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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역사로 읽고 보다
도재기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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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는 문화 활동에 의해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이다. 국보는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 문화의 견지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이다. 도재기 기자의 '국보 역사로 읽고 보다'는 국보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망라한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다. 국보로 지정되었다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가짜로 밝혀질 경우 그렇다. 거북선 총통이 대표적이다.

 

도난, 도굴은 국보와 관련해 단골로 등장하는 이슈이다. 우리 나라 국보 1호는 숭례문이다. 건축적 가치가 뛰어나서 결정된 것이지만 나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국보 1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 70호이다.) 외국처럼 관리 편의를 위해 고유번호를 당국이 내부적으로 갖고 있되 공식적으로는 지정 번호를 없애자는 안()이 힘을 얻고 있다. 국보 지정번호를 매기는 나라는 한국과 북한 등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47 페이지)

 

328건의 국보 가운데 석기시대의 유일한 국보이자 제작 연대가 가장 오래된 것은 285호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이다.(75 페이지) 신석기시대부터 제작되어 청동기 시대에 이르기까지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보는 아니지만 청동기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귀하고도 흥미로운 유물은 보물 1823호인 농경문 청동기이다.

 

국내의 고구려 유물들 가운데 국보로 지정된 것은 단 4건이다. 신라와 백제의 국보가 20여건이 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삼국 시대 국보의 일부는 삼국 중 어느 한 나라의 유물로 특정할 수 없어 삼국시대라 표기한다.(135 페이지) 국보 205호인 충주 고구려비(중원 고구려비)는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고구려 비석이다. 이 비석 외의 나머지 세 개의 국내 고구려 국보는 모두 불상이다.

 

국보 118호인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은 유일한 고구려 시대 반가사유상이다.(139 페이지) 한국사에 있어 불교 문화재는 양적으로나 질적 수준에 있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141 페이지) 삼국시대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북한 지역에 있는 고구려 유물과 유적, 남한의 백제와 신라 및 가야 유물 및 유적들과의 비교 분석이 필수적이다.(151 페이지)

 

서울 풍납토성(사적 11)은 초기 백제(한성 백제)를 알 수 있게 하는 열쇠이다. 아직 전체 면적 중 8.7%만 발굴, 조사된 상황이다. 보존과 개발로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국립문화재와 학계는 풍납토성을 초기 백제의 왕성(王城)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풍납토성이 왕성일 가능성이 약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1217건에 이르는 국보가 나온 백제 무령왕릉은 도굴 같은 발굴이 이루어진 사적(史蹟)이다.(사적 13) 1084,600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무령왕릉 발굴은 최소 6개월, 길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있었는데 단 이틀만에 완료되었다. 백제 금동대향로는 국보 287호로 부여시대를 상징한다.

 

국보 9호인 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에는 나당연합군의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점령한 것을 기념하는 글이 새겨져 있다.(186 페이지) 삼국 가운데 신라 시대 국보가 가장 많다. 삼국 경쟁에서 최종 승리자가 되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유물 및 유적이 잘 보존된 데다가 학자들의 연구도 집중되었기 때문이다.(217 페이지)

 

신라의 순금 금관은 국내는 물론 해외 관람객들도 늘 감탄하는 대표적인 한국문화유산이다. 현재 신라 금관의 용도, 사용자, 형태가 지닌 상징성 등을 놓고 학설들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순금 금관은 모두 여덟 점으로 여섯 점이 모두 5세기에서 6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경주 시내 고분들에서 출토되었다. 신라 금관은 7세기 이후에는 단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233 페이지)

 

고구려, 백제, 신라에 가야를 포함시켜 사국시대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가야는 신라에 통합되었지만 이후 신라의 삼국통일 그리고 문화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을 받는다. 우륵과 김유신이 가야 출신이다. 가야는 일제 식민사관의 하나인 임나일본부설의 무대이기도 하다.

 

왜가 4세기 후반부터 6세기까지 가야 영역인 한반도 남부 지역을 지배했고 원활한 통치를 위해 임나일본부라는 식민통치기구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일제의 조선 식민지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역사 왜곡이다. 고대부터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했으니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민사관의 핵심 논리이다. 물론 지금은 일본 주류 학계에서조차 임나일본부설을 허구로 보고 있다.(297 페이지)

 

신라의 경주 외의 지역에서 금관이 발견된 곳은 가야가 유일하다. 가야 시대의 금관은 국보 138호를 포함 단 2점만이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의 국보는 청자,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안동 봉정사 극락전,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직지심경(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소장) 등이다.

 

상감 기법은 세계 유일의 기법이다. 표면을 파낸 후 다른 색깔의 안료 등을 넣어 문양을 표현하고 유약을 발라 다시 구운 것이다. 국보 청자 가운데서도 교과서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대표적인 문화재가 청자 상감 운학무늬 매병이다.(국보 68..간송미술관)

 

토기, 도기, 자기는 기본 재료인 흙의 종류, 굽는 온도, 표면에 바르는 유약 등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토기보다 도기, 도기보다 자기가 더 수준이 높다. 세계 기록유산과 국보로 지정된 것은 대장경판을 종이로 찍어낸 인쇄물(판본)이 아니라 경판 그 자체이다. 현재 전해지는 대장경판 인쇄본은 조선 후기인 19세기에 찍은 것들이다. 지금 해인사에 남아 있는 팔만대장경은 초조대장경이 아니라 재조대장경이다.

 

'삼국사기''삼국유사'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정사인 '삼국사기'는 보물이고 야사인 '삼국유사'는 국보이다. '삼국유사'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국보이고 '삼국사기'는 다른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일부 있어 보물이다. 국보 111호인 안향 초상(소수서원)은 한국 최초의 주자학자인 안향을 그린 초상화이다.

 

소수서원은 우리 나라 최초의 서원이다. 소수는 무너진 유학을 다시 이어 닦게 한다는 뜻의 '기폐지학 소이수지(旣廢之學紹而修之)에서 유래했다. 우리 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은 경북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이다.(383 페이지)

 

배흘림 기둥으로 유명한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은 국보 18호이다. 무량수전은 내부에 불상을 옆면으로 모신 것으로 유명하다. 조선시대의 국보들 중 유명한 것들은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218), 훈민정음 해례본(70), 창경궁 자격루(229), 영주 흑석사 목조 아미타여래 좌상 및 복장 유물(282), 양상 통도사 대웅전(209), 구례 화엄사 각황전(67), 세한도(180), 경복궁 근정전(223), 경회루(224), 창덕궁 인정전(225) 등이다.

 

경복궁에서 국보로 지정된 것은 근정전과 경회루이다. 근정전은 경복궁의 정전(正殿)이다. 경복궁 근정전처럼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등 궁궐에는 정전이 있다. 창덕궁 인정전, 창경궁 명정전, 경희궁 숭정전 등 정전에는 정()자가 들어가는데 덕수궁은 예외이다. 덕수궁의 정전은 중화전이다. 다른 궁궐과 달리 애초 궁궐로 지어진 건축물이 아니라 관료의 대저택이었는데 임금이 머물면서 궁궐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418 페이지)

 

궁궐 건물의 서열은 전(殿)()()()()()()() 등으로 나뉜다. 창덕궁에서 국보 건축물은 인정전이다.(225) 창경궁의 국보 건축물은 정전인 명정전(226)이다. 창경궁은 숙종때 장희빈이 사약을 받은 곳이자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곳이다.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 70)은 훈민정음 원본, 간송본 훈민정음 등으로 불린다. 지난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또 다른 훈민정음이 발견되었다. 상주본 해례본이다. 조선의 기록문화 유산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 일기‘, ’일성록’, ‘비변사 등록모두 국보이다.

 

조선 시대 과학 유물 가운데 국보는 고지도 1점과 물시계(자격루), 천문시계, 천문도 등 모두 4건이 있다. 물시계는 창경궁 자격루가 국보이다.(229) 해시계는 국보가 없이 보물로만 지정되었다. 하회탈과 병산탈도 국보이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천문시계 가운데 1시가 국보인데 공식 명칭은 혼천의 및 혼천시계(230.. 고려대 박물관)이다. 1669년 송이영이 만든 것으로 다목적 천문시계이다.

 

한국도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약탈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 연구 등을 하는 중앙아시아 유물들이다. 오타니 컬렉션이다. 이는 일본의 승려 오타니 고즈이가 중앙아시아 일대, 지금의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투루판 등에서 약탈한 것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오타니 컬렉션을 소장하게 된 것은 일제가 패망하면서 1945년 조선총독부가 기증받은 오타니 컬렉션을 미처 일본으로 가져가지 못해 한국에 남았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재의 유출은 일제 강점기에 절정에 달했다. 일제는 문화재 수집과 유출에 활용할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모두 동원했다. 조선총독부 같은 공공기관이 나서거나 학자와 도굴꾼, 골동품상 등 민간인들이 계획적이자 조직적으로 유출에 관여했다.(580 페이지)

 

최근 가루베 지온(김태식 지음 직설 무령왕릉’, 도재기 지음 국보 역사로 읽고 보다참고)‘과 오타니 고즈이(도재기 지음 국보 역사로 읽고 보다참고)라는 도굴꾼의 만행을 접한 부작용인지 일본인들이 모두 도굴꾼처럼 보인다. 그래도 이병철(1910 1987: 컬렉션을 바탕으로 호암 미술관 개설), 전형필(1906 1962: 간송미술관 개설) 같은 분이 있어 희망을 갖는다.

 

사립박물관은 문화재의 사유화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개인이 막대한 사재를 털어 높은 안목으로 수집한 소장품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환원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한 실천 형태라 할 수 있다.(610 페이지)

 

간송미술관은 1년에 봄, 가을 단 두 번의 기획전으로 유명하다. 현재(431012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훈민정음(간송본)과 난중일기 : 다시, 바라보다'가 열리고 있다. 우리 것들을 더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이다.(개인적으로 훈민정음과 난중일기 전()도 좋지만 그 이전에 이충렬의 간송 전형필같은 책을 더 읽고 싶다. 아직 읽지 못한 부끄러움...) 꼭 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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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그리모(Helene Grimaud)의 내한 피아노 연주회와 종묘 대제(宗廟 大祭)가 오늘(5월 7일) 열린다.

그리모가 연주할 곡은 클로드 드뷔시의 ‘물속에 잠긴 성당‘, 루치아노 베리오의 ‘바서 클라비어‘, 가브리엘 포레의 ‘뱃노래 5번‘, 모리스 라벨의 ‘물의 유희‘, 레오시 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1번‘ 등 물을 주제로 한 피아노 작품들이다.(5시 예술의 전당)

종묘대제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안한 종묘에서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오후 2시)
나는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을까? 종묘 대제는 엄숙하고, 흔히 볼 수 없는 이벤트이고, 음을 들으면 색을 느낀다는 그리모의 연주는 세련된 미모를 자랑하는 연주자의 서정과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다.

종로에서 종묘 대제를 보고 그리모 연주회를 듣기 위해 예술의 전당으로 이동한다면 나는 강북에서 강남으로, 우리의 전통 왕실 문화제에서 서양 고전 음악회로 이동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생각을 하는 데 그치고 말 것이다.

예매 또는 예약 여부를 떠나 오늘은 근무일이다. 한참 생각하고 이리 저리 궁리했는데 일정이 잡혀 있는 것을 뒤늦게 안 것이 아니라 일정이 잡혀 있는데도 어떤 것을 선택할지를 공상한 것이다. 허무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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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7-05-08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랑이를 키운다던 그녀, 엘렌 그리모가 왔었군요.
잘 모르지만 그녀의 야나체크는 강렬했어요~^^

벤투의스케치북 2017-05-0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야나체크 음악도 들어야 하는데 관심이 덜 갑니다. 늑대 양육 자격증을 가진 분이라지요. 인상적인 분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5-08 10:07   좋아요 1 | URL
헤헷~, 늑대였군요.
전에 그녀가 쓴 자서전인지 수필집을 읽어놓고도 이리 되었네요.
비로 잡아주셔서 감사~^^

벤투의스케치북 2017-05-0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