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인물들 가운데 두 명의 도굴꾼을 빼놓을 수 없다. 가루베 지온과 오타니 고즈이이다. 가루베는 교사(敎師)의 탈을 쓴 일제시대의 도굴꾼, 오타니 역시 같은 일제시대의 승려 도굴꾼으로 불린다.
물론 직접 만난 것이 아니다. 가루베 지온은 1970년에, 오타니 고즈이는 1948년에 각각 죽었다. 그러니 나와 그들의 만남은 책을 통한 간접적인 조우(遭遇)인 셈이다.
싹쓸이 도굴꾼이었던 가루베가 공주 송산리 7호분인 무령왕릉을, 6호분을 보호하기 위한 배총(陪塚)으로 여겨 도굴하지 않은 것은 유명하다.
가루베의 도굴 행각은 조선총독부조차 유적 연구가 아닌 유적 파괴라고 말했을 정도로 심했다.
우리나라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약탈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 연구 하는 중앙아시아 유물들이다. 오타니 컬렉션이다.
일본의 승려 오타니 고즈이가 중앙아시아 일대, 지금의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투루판 등에서 약탈한 것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오타니 컬렉션을 소장하게 된 것은 일제가 패망하면서 1945년 조선총독부가 기증받은 오타니 컬렉션을 미처 일본으로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한국에 남은 것이다.(김태식 지음 ‘직설 무령왕릉’, 도재기 지음 ‘국보 역사로 읽고 보다’ 참고)
오구라 타케노스케도 도굴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아, 부작용인가? 일본인들이 모두 도굴꾼처럼 보이는 것은.
그래도 이병철(1910 – 1987: 컬렉션을 바탕으로 호암 미술관 개설), 전형필(1906 – 1962: 간송미술관 개설) 같은 분을 보고 희망을 갖는다.
사립박물관은 문화재의 사유화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개인이 막대한 사재를 털어 높은 안목으로 수집한 소장품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환원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한 실천 형태라 할 수 있다.(도재기 지음 ‘국보 역사로 읽고 보다’ 610 페이지)
간송미술관은 1년에 봄, 가을 단 두 번의 기획전을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4월 3일 – 10월 12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훈민정음과 난중일기 展: 다시, 바라보다‘가 열리고 있다.
우리 것들을 더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다.
개인적으로 훈민정음과 난중일기 전(展)도 좋지만 그 이전에 이충렬의 ‘간송 전형필’ 같은 책을 더 읽고 싶다. (아직 읽지 못한 부끄러움...) 꼭 가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