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서 너시에 눈이 떠지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어제 선생님께 홀로 술틀을 밟는다는 표현으로 나를 설명했는데 정확한 의미는 나도 잘 알지 못해 고정희 시인의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를 찾아 본다. "새벽에 깨어 있는 자, 그 누군가는/ 듣고 있다 창틀 밑을 지나는 북서풍이나/ 대중의 혼이 걸린 백화점 유리창/ 모두들 따뜻한 밤의 적막 속에서도/ 손이라도 비어 있는 잡것들을 위하여 눈물 같은 즙을 내며 술틀을 밟는 소리...."  시인은 각 연의 마지막에서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 사람아"란 말을 반복적으로 들려준다.


마지막 연에는 주의(周衣)라는 말이 나온다. "...그의 흰 주의(周衣)는 분노보다 진한/ 주홍으로 물들고 춤추는 발바닥 포도 향기는/ 떠서 여기 저기 푸른 하늘/ 갈잎 위에 나부끼는 소리 누군가는/ 듣고 있구나" 사전을 찾아 보니 술틀은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포도 송이를 넣고 발로 밟아 짜는 큰 통이라고...고정희 시인의 시에서 술틀을 밟는다는 표현은 홀로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하며 애쓴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눈물  같은 즙을 내며 술틀을 밟고 아픈 심지 돋우며 홀로 술틀을 밟는다는...


주의(周衣)는 외투용으로 겉에 입는 한복이라고...나는 홀로 술틀을 밟는다는 표현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의미로 썼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심하며 준비한다는 의미가 깃든 구절이라 해야겠다. 너무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시인... 25주기(週忌).... 살아 계셨다면 내년이 7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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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하고 깨끗하다, 행동이나 행실이 깔끔하고 얌전하다, 외모나 모습 따위가 말쑥하고 맵시있다. 이런 의미를 가진 단어는 조촐하다. 부사형은 조초리. 막연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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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성 어거스틴이 아우구스티누스보다 아마 착한 사람이지 않겠나, 생각하는 사람들은 몽땅 세례 좀 퍼부어야..라 쓴 분에게 어거스틴과 플라톤을, 아우구스티누스와 아리스토텔레스를 연결지어 생각하면 될까요? 란 댓글을 달았더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란 글이 달렸다.(새벽 3시 무렵) KBS classic FM에서 네빌 마리너의 타계를 알리는 특집으로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을 보내고 있다. 새벽 아니 한 밤에 이런 일도 만들고 누리는(?) 것이 인터넷 공간이다.(아퀴나스를 아우구스티누스로 착각했음. 설령 착각하지 않았다 해도 그 분이 생각한 관계와 내가 생각한 관계는 맥락이 다른 것이라 해아 할 것 같다. 그보다는 사울과 바울의 관계로 보는 것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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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였던 몽골 여자 나라(Happa)는 우리가 고비라 부르는 사막을 곱이라 발음했다. 인도인들은 우리가 갠지스라 부르는 강을 강가(Ganga)라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부르는 쿠마리, 타르쵸 같은 것들도 나름의 이름이 달리 있을지도 모르겠다.

 

쿠마리는 신의 대리인으로 선택되는 5세에서 6세에 이르는 여자 아이를 말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신전에 들어가 사는 그들은 석가족이어야 하고, 모발과 눈동자는 검어야 하고, 몸에 흉터가 없어야 하는 등 32가지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대단한 대우를 받으며 살지만 첫 생리가 시작되거나 몸에서 출혈이 생기면 쿠마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런 이유들로 신전에서 쫓겨난 그들은 결혼도 귀가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그럴 경우 가족에게 재앙이 닥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무슨 기막힌 일인가.

 

고진하 시인은 강가를 이렇게 표현한다. ˝...강물도 흐리고 하늘도 흐린 날/ 어머니 신 강가는/ 걸신들린 세계의 아가리에/ 윤회의 수레 가득한 눈물의 비빔밥을 퍼 먹이네..˝(Ganga 중에서) 어머니 신이란 말보다 윤회의 수레 가득한 눈물의 비빔밥이란 말에 더 큰 무게감이 실린 시이다.

 

몽골인들은 물이 부족한 건조지대에서 가뭄과 혹독한 추위가 함께 어우러져 생명 있는 것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자연의 대재앙이자 구성원들의 서열을 명확하게 가르는 자연선택적 메커니즘을 조드라 부른다. 김형수 작가는 13세기 테무진이 고원을 평정해 징기스칸이 된 것을 조드에 의해 잉태된 역사의지와 연관짓는다.

 

나는 이 불요불굴의 의지도 생각하고 ˝....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이란 허수경 시인의 시(`혼자 가는 먼 집`)도 생각한다. 불요불굴도 한 슬픔 다음에 이어지는 또 다른 슬픔들의 연속을 견디는데서 싹트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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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대해 말이 많다. 13세기 중국(원나라)을 방문하고 썼다는 책인데 동방견문록이라 말하는 것도 그렇고 서술자가 두 명이라는 점도 그렇다. 전자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종(種)이란 무엇인가란 주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종의 기원'이란 이름을 제목으로 한 것을 연상하게 한다. 물론 다윈은 종이라는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개체에 자연선택이 작용해 새로운 종이 만들어진다는 주장은 했다. 
 
영국의 사서, 중국학자, 역사가인 프랜시스 우드(Frances Wood; 중국 이름으로 吳芳思; 1948- )는 마르코 폴로가 그의 가족 소유의 해외 상관(商館)이 있었던 콘스탄티노플을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란 말을 한다.(마르코 폴로는 이탈리아인이다.) 마르코 폴로가 실제 중국을 방문했었는지 주워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제 여행을 한 것처럼 꾸몄는지에 대해 합의된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마르코 폴로의 중국에서의 행적이 극비에 부쳐져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하멜표류기'가 제목에서나 내용에서 진솔, 겸허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마르코 폴로의 중국전傳과 달리 하멜의 것은 조선전傳이고 임진왜란 후의 사정도 알 수 있어 의미도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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