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서 너시에 눈이 떠지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어제 선생님께 홀로 술틀을 밟는다는 표현으로 나를 설명했는데 정확한 의미는 나도 잘 알지 못해 고정희 시인의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를 찾아 본다. "새벽에 깨어 있는 자, 그 누군가는/ 듣고 있다 창틀 밑을 지나는 북서풍이나/ 대중의 혼이 걸린 백화점 유리창/ 모두들 따뜻한 밤의 적막 속에서도/ 손이라도 비어 있는 잡것들을 위하여 눈물 같은 즙을 내며 술틀을 밟는 소리...." 시인은 각 연의 마지막에서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 사람아"란 말을 반복적으로 들려준다.
마지막 연에는 주의(周衣)라는 말이 나온다. "...그의 흰 주의(周衣)는 분노보다 진한/ 주홍으로 물들고 춤추는 발바닥 포도 향기는/ 떠서 여기 저기 푸른 하늘/ 갈잎 위에 나부끼는 소리 누군가는/ 듣고 있구나" 사전을 찾아 보니 술틀은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포도 송이를 넣고 발로 밟아 짜는 큰 통이라고...고정희 시인의 시에서 술틀을 밟는다는 표현은 홀로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하며 애쓴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눈물 같은 즙을 내며 술틀을 밟고 아픈 심지 돋우며 홀로 술틀을 밟는다는...
주의(周衣)는 외투용으로 겉에 입는 한복이라고...나는 홀로 술틀을 밟는다는 표현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의미로 썼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심하며 준비한다는 의미가 깃든 구절이라 해야겠다. 너무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시인... 25주기(週忌).... 살아 계셨다면 내년이 7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