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였던 몽골 여자 나라(Happa)는 우리가 고비라 부르는 사막을 곱이라 발음했다. 인도인들은 우리가 갠지스라 부르는 강을 강가(Ganga)라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부르는 쿠마리, 타르쵸 같은 것들도 나름의 이름이 달리 있을지도 모르겠다.

 

쿠마리는 신의 대리인으로 선택되는 5세에서 6세에 이르는 여자 아이를 말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신전에 들어가 사는 그들은 석가족이어야 하고, 모발과 눈동자는 검어야 하고, 몸에 흉터가 없어야 하는 등 32가지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대단한 대우를 받으며 살지만 첫 생리가 시작되거나 몸에서 출혈이 생기면 쿠마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런 이유들로 신전에서 쫓겨난 그들은 결혼도 귀가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그럴 경우 가족에게 재앙이 닥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무슨 기막힌 일인가.

 

고진하 시인은 강가를 이렇게 표현한다. ˝...강물도 흐리고 하늘도 흐린 날/ 어머니 신 강가는/ 걸신들린 세계의 아가리에/ 윤회의 수레 가득한 눈물의 비빔밥을 퍼 먹이네..˝(Ganga 중에서) 어머니 신이란 말보다 윤회의 수레 가득한 눈물의 비빔밥이란 말에 더 큰 무게감이 실린 시이다.

 

몽골인들은 물이 부족한 건조지대에서 가뭄과 혹독한 추위가 함께 어우러져 생명 있는 것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자연의 대재앙이자 구성원들의 서열을 명확하게 가르는 자연선택적 메커니즘을 조드라 부른다. 김형수 작가는 13세기 테무진이 고원을 평정해 징기스칸이 된 것을 조드에 의해 잉태된 역사의지와 연관짓는다.

 

나는 이 불요불굴의 의지도 생각하고 ˝....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이란 허수경 시인의 시(`혼자 가는 먼 집`)도 생각한다. 불요불굴도 한 슬픔 다음에 이어지는 또 다른 슬픔들의 연속을 견디는데서 싹트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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