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 vs 나희덕 시인의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이렇게 말하면 대비(對比)가 선명하지 않다.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에 나오는 “..조등(弔燈)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라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란 구절을 말하기 전에는.

이백은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벗도 없이 홀로 마신다..”고 말했다. 물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술이 아닌 꽃이다.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가 실린 시집 ‘어두워진다는 것’을 소개하는 자리(‘보랏빛은 어디서 오는가’)에서 시인은 같은 보랏빛이라 해도 라일락꽃과 등꽃과 도라지꽃과 붓꽃의 보라가 각기 다르다면서 그 빛깔들은 일정한 경계를 지을 수 없이 서로를 향해 번지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을 했다.

경계라는 말을 할 수 있으리라. 샤먼 앱트 러셀은 ‘꽃의 유혹’에서 가장 오래된 꽃의 화석은 대략 1억 2천만년 정도 된 것이라며 꽃이 한 시대의 범위를 구획해 준다는 말을 더한다.(‘꽃은 공룡을 기억한다’ 참고) 경계와 범위의 차이를 아는지?

나는 꽃을 사랑한다. 당연한 일이 아닌가. 누가 꽃을 싫어하겠는가. 지금 이곳의 너무도 아름다운 꽃들. 그러나 이 뿐 아니라 “별이 바위에 스며들어 꽃이 되었네”(박문호 박사 지음 ‘유니버설 랭귀지’ 488 페이지)처럼 자연과학으로 분석하는 수십 억 년 진화의 정점인 ‘꽃’ 자체도 사랑한다.

천문학자 이석영 교수는 우리 태양계가 탄생하기 전 태양계의 원재료가 된 기체 덩어리 근처에서 초신성이 폭발할 때 환원된 원소들이 우리의 몸을 이루는 구성 성분이 되었다고 말한다.(‘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참고)

물론 꽃도 초신성 폭발로 얻게 된 원소들로 이루어졌으니 우리만 초신성의 후예가 아니다. “한 조각 꽃잎이 떨어져도 봄빛이 줄어든다”는 두보의 시 대신(?) 오늘은 “꽃잎 하나의 무게가 세상의 얼굴을 바꾸면서 그 세상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로렌 아이젤리의 말을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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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타계한 박이문 님의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을 뒤늦게 읽고 있다. 뒤늦게라는 말은 ‘존재와 표현‘, ’현상학과 분석철학‘ 같은 동(同) 저자의 책들을 읽느라 미처 시간을 쓰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위의 두 책이 본격 철학서인 데 비해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은 철학적 에세이 또는 회고록에 해당한다.

두 책들과 달리 은유가 적소(適所)에 등장한다는 점으로도 그런 점을 알 수 있다. 아리아드네의 실,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178 페이지), 페넬로페의 글쓰기(106), 파우스트적 욕망(107 페이지) 등등...

아리아드네의 실,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 등은 저자가 발견한 ’철학적 바윗돌을 움직일 수 있는 단서‘를 은유하는 말이다.

저자는 철학적 글쓰기를 페넬로페의 옷짜기에, 시적 글쓰기를 페넬로페의 반작업(反作業)에 비유한다.

페넬로페는 남편 오디세우스가 전쟁에 나가자 몰려든 구혼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시아버지의 수의(壽衣)를 다 짜면 청을 받아주겠다고 한 뒤 낮에는 천을 짜고 잠에는 푸는 반복 작업을 했다. 천을 푼 것은 반작업이다.

페넬로페가 지혜로운 여성이듯 아리아드네 역시 지혜롭다. 아리아드네는 제우스와 에우로페 사이에서 태어난 ’미노스’와 파사파에의 딸이다.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미노스가 포세이돈과 맺은 계약을 어기고 황소(포세이돈이 미노스에게 준)를 돌려보내지 않자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를 바다에서 올라온 황소에게 정신없이 빠져들게 한다.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에게 특별 주문한 미로에 황소와 파시파에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의 미노타우로스를 가둔다.

매년 아테네에서 잡아들인 아홉 명의 소년과 소녀를 먹이로 바쳐야 하는 등 시름이 깊어지자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크레타 섬으로 향한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도움(미로에 들어가는 테세우스에게 실을 주어 테세우스로 하여금 실을 되짚어 나올 수 있게 함)으로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끔찍한 저주로부터 아테네를 해방시킨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와 함께 아테네로 가는 도중 실수로 그녀를 낙소스 섬에 두고 가버리고 그 사이 디오니소스가 그녀를 아내로 삼았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가 그런데 내게는 백상현 교수의 ’라깡의 루브르‘에 나오는 설명이 참고점이 된다.

’정신병동으로서의 박물관‘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루브르의 전시물들을 강박증, 히스테리, 멜랑꼴리, 성도착의 것들로 분류한다.

저자는 다이달로스를, 폐쇄성으로 수인을 서서히 질식시키는 감옥이 아닌 출구에 도달할 것만 같은 가능성의 환영(幻影)이 유지되게 하는 미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신경증적 마음의 위대한 건축가라 칭한다.

욕망이 소멸하지도 않고 초과되지도 않는 구조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던 존재였다는 것이다.

더 전문적이고 복잡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인용하자면 저자는 박물관을 공백을 가두는 가장 전형적인 장소로 본다.

저자는 박물관을 죽은 사물들의 장소, 공백의 장소로 본다.(자세한 것은 책을 직접 참고하시길..)
이 책도 그렇지만 캐롤 던컨의 ’미술관이라는 환상‘도 빼놓을 수 없다. 정치(적 의도)와 무관한 듯 보이는 미술관이 이데올로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주장하는 던컨의 논의...

그나저나 나는 왜 ’정신병동으로서의 박물관‘(부제), ’미술관이라는 환상(‘Civilizing Rituals’) 등의 책에 흥미를 느끼는가.

부조화한 삶의 출구를 찾으려는 것인가. 그렇게 말하기에 두 책은 사회적이며 객관적인 논의가 반영된 지극히 이성적인 책이다.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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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미동 출판사 입니다.

신간 도서『지방의 진실 케톤의 발견』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지방의 진실을 알았다면
이제는 케톤을 발견해야 할 때!


아기는 엄마 배 속부터 이미 당질 제한을 하고 있다.
이는 무네타 의사가 밝혀낸 세계 최초 발견이다!
-역자 양준상(가정의학과 의사)

 

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 방영 이후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버터와 고기를 마음껏 먹어도 탄수화물만 줄이면 살이 빠진다는 이 매력적인 사실은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거나 만성 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열광케 했다. 하지만 건강 의학 5개 학회에서 반대 성명을 내는 등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식단에 대한 반발 역시 못지않았다. 『지방의 진실 케톤의 발견』은 찬사와 논란의 중심에 선 고지방저탄수화물의 핵심 원리인 ‘케톤체’에 대해 주목한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4월 21일 ~ 4월 26일 

   당첨자 발표  :  4월 27일

   발송  :  정보 수집 이후 순차적으로 발송

 

2. 모집인원  :  5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무성의한 댓글 참여는 선착순에서 제외됩니다.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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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서 궁중문화축전(2017년 4월 28일 - 5월6일) 프로그램의 하나로 왕과 왕비가 상궁과 나인, 호위무사들을 거느리고 산책하는 왕가의 산책 재현 행사가 펼쳐진다고 한다.(2017년 4월 29일 - 5월 6일)

화려한 향연이 펼쳐질 듯 하다. 문화해설 공부를 하는 입장으로서는 꼭 보아야 할 이벤트이고 역사지리학자 이현군이 말했듯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는 역사(공부)의 공허함을 보완할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다.(이현군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지리 답사라는 말을 했다.)

자하문로의 청운문학도서관과 인근한 윤동주문학관을 찾으려는 계획은 잠시 미루더라도 꼭 참여해야겠다. 자꾸 자료로만 향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역사적 현장에 입회한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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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교향악 축제 시간에 티에라 피셔가 지휘하고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1악장: E minor)을 들으며 ‘아, 이 곡이 이렇게 마음을 흔들다니..‘란 생각을 했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이 기억하기 좋은 곡이기보다 마음을 끄는 곡이라면 5번은 기억하기도 비교적 쉽고 마음을 끄는 곡이기도 하다.

음악 기억은 조성과 관계가 깊다. “옥타브에 들어 있는 열두 개의 반음은 우리의 기억이 감당하기에는 다소 많아서 한 번 다 사용하면 혼란스럽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가운데 일곱 음을 선별해서 장음계와 단음계를 만들었다. 이렇게 음의 개수가 줄어들면 음악을 기억하기가 한결 수월해지며 많은 장점이 있다.”(존 파웰 지음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189 페이지)

작곡과 물리학을 전공한 파웰에 의하면 장음계는 우리의 오랜 친구인 5음 음계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두 음을 추가해 모두 일곱 음으로 구성된다.
단음계는 장음계에서 두 음을 빼고 이를 원래의 열두 음 중에서 관계성이 떨어지는 다른 두 음으로 바꾼 것이다.(195, 196 페이지)

이제는 전 세계 대부분의 음악 체계가 일곱 음을 사용하지만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사용해온 거의 모든 음악 체계는 옥타브에서 다섯 음만 사용하는 음계를 바탕으로 했다.(169, 170 페이지)

표준인 5음 음계가 계속해서 듣기 좋은 화성을 이루는 것은 반음 음정이 없기 때문이다.(170. 171 페이지)

장음계는 한 음을 고른 후 그것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여섯 음을 서로 잘 어울리게 구성하는 것이다.(200 페이지)

단음계의 경우 같은 음들로 시작했다가 언제부터인가 음 하나가 슬쩍 달라진다.(206 페이지)

E minor 곡들은 내가 즐기는 곡들 중 하나이다. 브람스 교향곡 4번(1악장, 4악장),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엘가 첼로 협주곡,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1악장), 쇼팽 프렐류드 op 28 - 4, 녹턴 op 72 –1,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1악장, 4악장), 바흐 B minor 미사, 말러 교향곡 7번(1악장 중간부)...

물론 조성은 고정적이지 않다. 말러 7번의 경우 B minor로 시작했다가 E minor로 변한 뒤 C major로 끝난다. 변화가 생명이리라.

당분간이라도 작곡가나 연주자 또는 지휘자에 초점을 두고 음악을 듣는 것을 그치고 key에 중점을 두고 음악을 듣고 싶다. minor 곡들간의 차이, major 곡들간의 차이도 헤아리면서...

내가 어떤 key를 가장 좋아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E minor 곡은 여성적(effeminate), 사랑(amorous), 슬픔 (plaintive) 등으로 설명이 가능한 곡이다....

plaintive이란 단어가 contemplative(명상, 사색)로 들리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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