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향악 축제 시간에 티에라 피셔가 지휘하고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1악장: E minor)을 들으며 ‘아, 이 곡이 이렇게 마음을 흔들다니..‘란 생각을 했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이 기억하기 좋은 곡이기보다 마음을 끄는 곡이라면 5번은 기억하기도 비교적 쉽고 마음을 끄는 곡이기도 하다.

음악 기억은 조성과 관계가 깊다. “옥타브에 들어 있는 열두 개의 반음은 우리의 기억이 감당하기에는 다소 많아서 한 번 다 사용하면 혼란스럽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가운데 일곱 음을 선별해서 장음계와 단음계를 만들었다. 이렇게 음의 개수가 줄어들면 음악을 기억하기가 한결 수월해지며 많은 장점이 있다.”(존 파웰 지음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189 페이지)

작곡과 물리학을 전공한 파웰에 의하면 장음계는 우리의 오랜 친구인 5음 음계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두 음을 추가해 모두 일곱 음으로 구성된다.
단음계는 장음계에서 두 음을 빼고 이를 원래의 열두 음 중에서 관계성이 떨어지는 다른 두 음으로 바꾼 것이다.(195, 196 페이지)

이제는 전 세계 대부분의 음악 체계가 일곱 음을 사용하지만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사용해온 거의 모든 음악 체계는 옥타브에서 다섯 음만 사용하는 음계를 바탕으로 했다.(169, 170 페이지)

표준인 5음 음계가 계속해서 듣기 좋은 화성을 이루는 것은 반음 음정이 없기 때문이다.(170. 171 페이지)

장음계는 한 음을 고른 후 그것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여섯 음을 서로 잘 어울리게 구성하는 것이다.(200 페이지)

단음계의 경우 같은 음들로 시작했다가 언제부터인가 음 하나가 슬쩍 달라진다.(206 페이지)

E minor 곡들은 내가 즐기는 곡들 중 하나이다. 브람스 교향곡 4번(1악장, 4악장),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엘가 첼로 협주곡,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1악장), 쇼팽 프렐류드 op 28 - 4, 녹턴 op 72 –1,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1악장, 4악장), 바흐 B minor 미사, 말러 교향곡 7번(1악장 중간부)...

물론 조성은 고정적이지 않다. 말러 7번의 경우 B minor로 시작했다가 E minor로 변한 뒤 C major로 끝난다. 변화가 생명이리라.

당분간이라도 작곡가나 연주자 또는 지휘자에 초점을 두고 음악을 듣는 것을 그치고 key에 중점을 두고 음악을 듣고 싶다. minor 곡들간의 차이, major 곡들간의 차이도 헤아리면서...

내가 어떤 key를 가장 좋아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E minor 곡은 여성적(effeminate), 사랑(amorous), 슬픔 (plaintive) 등으로 설명이 가능한 곡이다....

plaintive이란 단어가 contemplative(명상, 사색)로 들리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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