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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몽골 제국은 강화도를 치지 못했는가
이경수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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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대몽 항쟁 기간 고려의 도읍지였다. 고려가 도읍을 강화로 옮겨 항전한 몽골은 당시 세계 최강이었다, 고려가 몽골의 침략에 맞서 강화도로 천도(遷都)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몽골이 고려를 치지 못한 것인지 치지 않은 것인지, 여부다. 저자는 몽골이 고려를 치지 못했다고 결론짓는다. 몽골이 고려를 본격적으로 친 시기는 1231년이다.

 

몽골은 자국 사신 저고여의 피살을 구실로 고려를 공격했다. 고려는 거란, 여진, 몽골 등 북방민족의 침입을 받은 나라다. 대몽항쟁기 고려는 바닥이 평평한 평저선(平底船)으로 갯벌에 편하게 앉았고 방향 전환도 원활히 했다. 고려 조정이 몽골에 항복할 때 몽골은 가장 먼저 강화에 있는 성들을 파괴하도록 했다. 성곽에 대한 심적 부담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강화의 성은 세 겹(내성, 외성, 중성)으로 이루어졌었다. 성곽은 강화도를 지키는 중요한 방어 시설이었다. 내성, 외성, 중성의 순서로 건설되어 몽골의 침입으로부터 강도(江都) 정부를 지켰다. 그러나 1259년(고종 46년) 몽골 사신의 모진 독촉 아래 파괴되고 말았다. 성곽 무너지는 소리가 우레와 같아서 놀란 여자들이 슬피 울었다. 작업에 동원된 남자들 역시 고통의 눈물을 뿌렸다.

 

당시 몽골은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 총력전을 시도한다면 강화도 함락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금, 송 등과 더 큰 전투를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려에 온 힘을 쏟을 수 없었다. 저자는 바다로 둘러싸인 강화도의 지형적 특징이 몽골군에게 근본적인 난관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고려의 강화 천도(遷都)는 무신정권기에 단행되었다. 해도입보(海島入保)란 말이 있다. 해도로 백성들을 들어가게 해 보호 받도록 하는 것이다.

 

강화도에는 갯벌이 있었다. 이는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천혜의 선물이지만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벅찬 장벽이다. 몽골군은 물에 대한 두려움보다 갯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105 페이지) 강화도 해안은 대개 절벽이었고 그 아래는 갯벌이었다. 유빙(流氷; 성엣장)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강화도의 지형조건이 아무리 방어에 유리하다고 해도, 강화도 수군의 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육지 백성이 일찌감치 강화도 조정을 버렸다면, 그래서 강화도 정부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외로운 섬 하나 같은 존재가 되었다면 장기간의 대몽항쟁은 불가능했다는 점이 중요하다.(118 페이지)

 

여몽전쟁의 승자는 당연히 몽골이지만 국지적일망정 고려도 무시못할 승리를 거듭했다. 수성전만 고집하지 않고 성밖에서도 전과를 올렸다. 강화도에는 삼별초가 있었다. 그들은 고려 조정이 개경 환도를 선언하고 삼별초를 혁파하자 봉기했다. 삼별초는 야별초(夜別抄)에서 시작되었다. 최우가 밤에 도둑을 잡기 위해 조직한 군대이지만 대정부 봉기를 진압하기도 했다. 삼별초는 좌우별초와 신의군(神義軍)를 이르는 말이다.

 

삼별초가 몽골에 항복하지 않고 항쟁을 선포한 곳이 강화였고 그들을 키우고 단련한 곳이 강화였다. 외포리, 염하(강하해협) 등은 삼별초가 진도로 떠나간 출항지로 추정된다. 고려 조정이 강화도로 옮겨가며 한 것은 산성입보(山城入保), 해도입보(海島入保)를 명하는 것이 전부였다. 내륙 주민은 산성으로, 해안가 주민은 섬으로 피해 보호를 받으라는 말이다.

 

저자는 고려 산성 주변은 민둥했을 것이라 말한다.(민둥하다; 산에 나무가 없다. 겸연쩍고 어색하다.) 적이 숨지 못하게 수목을 베고 암석을 치웠을 것이라는 말이다. 당시 포(砲)는 화약과 무관한 투석기, 불덩어리를 쏜 기계였다. 몽골이 세계로 영토를 넓힐 수 있었던 비결 가운데 하나가 의도적 잔인성이었다. 상대로 하여금 지레 겁먹고 항복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려에서는 이런 작전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잔학한 모습에 놀라 성문을 여는 일도 있었지만 오히려 각오를 다지며 끝까지 당당하게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 김윤후는 몽골의 2차 고려 침입 때는 승려였고 5차 고려 침입 때는 방호별감이었다. 적장 살리타이를 쏘아 죽인 공을 인정받은 결과다.

 

고려, 하면 팔만대장경을 빼놓을 수 없다. 팔만대장경의 다른 이름은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이다. 저자는 소실된 초조대장경을 다시 새기는 데에 팔만대장경 조성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팔만대장경이란 명칭은 조선에서도 있었다... 雕는 독수리 조, 새길 조란 글자다.) 초조대장경 조성 시기는 1011년부터 1087년이다. 현종과 문종 때 주로 이루어졌다. 대장경은 고려 문화의 자부심이자 믿음의 구심점이었다.

 

팔만대장경은 서문 밖 판당에 보관하다가 강화도 선원사로 옮겨 보관했고 지금은 합천 해인사에 보관하고 있다. 고려는 송나라가 대장경을 만들자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초조대장경을 만들었다. 고려는 송의 제후국으로 행세했으나 안으로는 천자국의 격식을 갖추었다. 전하 대신 폐하, 세자 대신 태자를 명칭으로 사용했다. 폐하의 폐는 계단을 의미하는 말로 신하가 황제를 직접 부르지 못하고 계단 아래를 바라봐 주십시오라는 의미로 사용한 말이 황제의 호칭이 되었다. 고려는 과인 대신, 짐, 6조 대신 6부라는 명칭을 썼다.

 

고려는 송과 요(거란), 송과 금(여진)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다. 광해군은 고려의 외교력을 높이 샀다. 청(후금)과 명 사이에서 중립외교를 펼치며 전쟁을 막고자 했던 광해군의 외교 정책은 고려를 통해 학습된 결과인지도 모른다.(189 페이지) 고려는 몽골 침략(1231년), 강화 천도(1232년), 항복(1259년), 환도(1270년)를 치러냈다.

 

몽골은 대개 음력 7, 8월에 침략을 시작해 그해 말이나 다음 해 봄에 물러났다. 그런데 강화도를 공격할 때는 한창 싸워야 할 겨울에 유빙 때문에 길이 막혀 답답한 지경에 처했다. 몽골이 가을에 주로 침입한 것은 전략상 이유에 의한 것이다. 추수를 앞둔 시기이기에 해당 나라의 농민들이 수확 때문에 전투 참여에 소극적이게 되고 수확 직전의 농작물에 불을 지르거나 농작물을 짓이기면 침략당한 나라 백성들이 굶주리게 되어 몽골은 훨씬 편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다.

 

말도 고려(考慮)의 대상이었다. 몽골 말들은 겨울에 강했지만 더위와 습도에는 약했다. 더우기 몽골 사람들에게 고려의 겨울은 겨울 같지도 않았을 것이다. 양털 등으로 만드는 몽골의 게르는 겨울이 오기 전에 갖춰야 하는 월동품목이었다. 이 시기가 홀가분하게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시기였다.

 

저자는 몽골이 저고여 피살 6년만에 그 사건의 당사자인 고려를 응징하겠다는 구실로 침략한 것은 공위시대(空位時代; 칸의 자리가 빈 시대)와 관계될 것이라 판단한다. 곳곳에서 정복 전쟁을 벌이던 제국의 유력자들이 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돌아와 쿠릴타이(몽골 제국 의회)에 참여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공백이 불가피했다는 의미다.

 

백성들이 섬에 입보한 상태에서도 정부가 육지 전역을 통제할 수 있었던 까닭에 몽골과의 장기전을 치를 수 있었다. 금, 송에 대한 침공 작전으로 몽골은 고려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기 어려웠고 평원에서의 기마전에는 탁월했지만 산악지방의 공성전에는 상대적으로 미숙했다. 몽골군에게 해전(海戰)에 대한 공포는 큰 한계였다.

 

저자는 몽골이 마음만 먹으면 강화도를 충분히 점령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을 뿐이라는 견해는 몽골의 군사력을 너무 높게, 고려의 수비력을 너무 낮게 본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조선 시대에 강화도는 청나라에게 함락되었다. 이유는 청나라가, 투항해온 명나라 수군을 활용했고 홍이포도 가지고 있었고 조선의 방어체계가 많이 약해졌고 대몽항쟁 말기부터 시작된 간척 사업으로 해안선이 밋밋해져 바닷물의 흐름이 완만해진 것 등에 있다.

 

대몽항쟁 후반기에 고려는 관리들에게 녹봉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재정이 악화되었다. 세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몽골군이 머물며 분탕질을 했고 조운로(漕運路)도 위협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실은 바다를 막아 농토를 만들면 소금기가 다 빠질 때까지 여러 해를 기다려야 했다는 점이다.

 

책에 화보들이 수록되었다. 그 가운데 삼랑성(三郞城)에 대해 말하자면 이는 정족산성으로도 불리는 성으로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한다. 이 안에 전등사, 고려 가궐지, 정족산 사고가 있다.

 

이 책은 몽골이 강화도를 치지 못했다고 말하는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드문 고려의 대몽항쟁의 근원은 육지 백성의 힘이다. 물론 그랬던 백성들이 후에는 싸우지도 않고 항복했고 몽골군의 침공 소식에 기뻐할 정도로 변했다. 지방관을 죽이고 땅을 들어 몽골군에게 넘기는 일도 벌어졌다. 고려가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서 화의를 맺고 나라를 지탱한 것은 강화도 조정이 존속했기 때문이고 백성들의 항전 덕분이다.(25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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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
최훈 지음 / 밀리언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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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는 흥미로운 책이다. 선택불가증후군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직장인이 쓴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을 쓴 최훈 저자는 프로결정러가 되었다고 한다. 주의할 말이 있다. 프로결심러란 말이다. 이는 결심만 할뿐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말이고 프로결정러는 선택의 어려움에 빠져 있다가 그것을 극복한 사람을 말한다.

 

저자는 선택과 결정을 하지 못해 수십 번 땅을 치고 후회했고 회사에서 우유부단하다는 평을 받고 도망치고 싶었다고 한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은 선택과 결정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고민할 시간을 마련해주고 일의 완성도를 높이며 올바른 답안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중요한 점은 후회를 두려워 하면 결정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말한다. 한 번 밖에 없는 나의 삶을 제대로 살고 싶다면 사는 동안 마주하는 수많은 중요 순간에 내가 원하는 선택과 결정을 하면 된다고. 가려야 할 것은 신중함과 결정장애 또는 신중함과 소심함이다. 저자는 최고의 선택과 결정을 위한 다섯 단어로 긍정, 심플, 확신, 완벽(주의 벗어나기), 경험 등을 꼽았다.

 

저자는 데니스 그레고리의 ’내 머릿속 원숭이 죽이기’란 책을 소개한다. 사람의 머릿속에 살며 상황에 따라 가면을 쓰고 나의 삶에 간섭하고 쓸데없는 생각들을 점점 많이 만들어내는 원숭이를 잘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숭이는 내 자아이기에 없앨 수는 없지만 통제할 수는 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렇기에 감정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예상 외로 말하기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선택과 결정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은 자기 주장이 없기에 확신에 찬 말을 함으로써 선택과 결정을 쉽게 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불확실한 말습관이 결정장애를 낳는다. 불확실하거나 모호한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나를 주어로 하는 말을 해야 한다. 솔직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선택 후 일어날 일을 두려워 하지 말자. 선택과 결정 앞에서 당당해지자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말이 결정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프로 결정러는 프로 분석러다. 저자는 철저하게 고민해야 할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1) 나의 선택과 결정이 기회와 연결되는지 여부, 2) 가능하면 비용이 적게 드는지 여부, 3) 어떤 것이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4) 나의 선택이 지금 시기에 적합한지 여부, 5) 자신이 원하는 선택과 결정을 하는지 등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때로 포기도 현명한 선택이란 점이다. 중요한 점은 포기가 실패는 아니라는 점이다. “선택과 결정이 어렵다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힘에 부친다면 마음 편하게 포기하라. 새로운 기회는 언제든지 다시 찾아온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다.”(153 페이지) 책을 읽으면 하지 않을 수 없는 생각이 있다. 명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기를 충분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해야 현명한 선택, 결정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을 알아야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는 뜻 밖에 정조(正祖) 이야기가 나온다. 일은 크거나 작거나 간에 신중하게 하여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작은 일을 함부로 하게 되면 큰일도 함부로 하게 된다. 큰일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은 작은 일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최선의 선택은 실천이다.

 

저자는 자신이 고려하거나 고민하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정, 선택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선택, 결정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기도 선택이고 결정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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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를 선점하라 - 앞으로 인류가 살아갈 가상 세계를 위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자오궈둥.이환환.쉬위엔중 지음, 정주은 옮김, 김정이 감수 / 미디어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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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란 현실 세계에 평행하면서도 독립적인 가상 세계, 현실 세계를 투영한 온라인 가상 세계, 점점 진실해지는 디지털 가상 세계다. 어려운 개념이다. 변화의 도상에 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치관 전복의 시대인 듯 하다. 흥미롭게도 서문 1의 필자는 데카르트의 이원론,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푸코의 인간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이데거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가 곧 세계, 보드리야르의 대중화된 허무한 세계 등의 개념들이 전복될 것이라 말한다.

 

메타버스도 인간의 사회이고 인간의 세계이지만 가상의 인간이 사는 사회이자 가상의 인간이 사는 세계라는 점이 다르다.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일상생활과 업무를 영위하는, 현존감이 강한 가상 공간이다. 메타버스는 자유롭게 마음을 드러내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를 홀로그램으로 나타내는 공간이다. 메타버스는 정신세계의 무한한 자유와 물질세계의 찬란한 경험을 기묘하게 융합한다.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지만 대체로 다섯 가지 특징을 들 수 있다. 1.몰입식 경험. 2. 창조. 3. 소셜 네트워크. 4. 경제 시스템. 5. 문명 형태 등이다. 메타버스도 특정 기술들에 의해 발전이 견인된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블록 체인, AI 등에 의해서다. M 세대는 메타버스 세대를 말한다. 1995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에게 창조 + 공유는 자아실현의 주요 원동력이다. 메타버스에서는 상상력의 한계 만큼 창조가 이루어진다.

 

이 메타버스에서 무언가를 생산할 때는 자원 고갈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에게는 무한한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3장의 제목은 게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다. 역사학자 로버트 벨라는 인간은 100% 현실에서 살 수 없는 유일한 생물종이라는 말을 했다. 인간은 갖가지 방식으로 현실을 벗어나고 평범함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다. 문명은 게임(놀이)에서 시작되었다. 게임은 대자연이 알려 준 배움의 방식이다.

 

저자는 게임과 배움을 대립항으로 설정하는 오늘날의 교육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를 보인다. 놀이, 하면 연상되는 학자가 요한 하위징아다. 그는 ‘중세의 가을’에서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세 가지 길을 제시했다. 1. 속세를 버리고 피안으로 도피하는 것. 2. 세상을 개선하는 것. 3.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것 등이다. 그의 ‘호모 루덴스’는 이 가운데 세 번째 길 즉 초현실적인 길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책이다. 그는 놀이를 현실 도피의 수단이 아닌 현실을 초월하려는 인간 충동으로 보았다.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가 자란다.

 

동영상이 4G라면 게임은 5G다. 중요한 것은 정보화와 디지털화를 구별하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의사결정이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졌는가, 디지털 세계에서 이루어졌는가이다. 메타버스는 더 철저하다. 현실 세계가 없는, 완전한 디지털 세계다. 전통적인 경제체제에서 노동가치론은 대체로 성립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모든 상품이 예술품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원작자에 대한 소비자의 인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메타버스 경제의 4대 요소는 디지털 창조, 디지털 자산, 디지털 시장, 디지털 화폐다. 저자는 게임은 국가와 민족, 심지어 문명을 초월한 M 세대의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이기에 게임에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디지털 화폐의 국제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바타가 메타버스에서 갖은 고생 끝에 벌어들인 디지털 화폐를 교환해 주지 못할 까닭이 없다. 만일 다른 나라에서 디지털 화폐를 법정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면 자연히 디지털 화폐가 해외로 진출하게 된다.

 

메타버스에는 재난, 전란, 질병이 없다. 있더라도 창조자가 제작한 신기한 경험일 뿐이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고립된 세계가 아니다. 사람에게 육신이 있는 한 메타버스는 현실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메타버스는 전체적인 국면에 관계된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공공의 안전 및 위기 발생시 대응 매뉴얼이 있는지를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205 페이지) 메타버스에도 현실의 범죄가 존재한다.

 

중요한 글은 창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란 글이다. 대개 혼돈의 경계에서 창조가 시작된다. 체계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창조는 해일처럼 솟구쳐 나온다. 생각이 한 시도 멈추지 않고 치솟았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창조도 같은 구조를 반복한다. 솟구쳐 나와 공명하고 돌변하는 것이 창조의 메커니즘이다. 무엇이 창조될지 예측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본문에 나오듯 우리가 메타버스를 논하는 것은 뭔가 있어 보이게 꾸며 홍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전통 사업이 디지털 전환을 실현한 후의 최종 형태가 메타버스가 될 것임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가시화, 게임화 방식 외에는 딱히 보여줄 방도가 없다. 그럼에도 메타버스는 전통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7장의 제목은 ‘웜홀, 메타버스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다‘다. 메타버스는 아직 일부 분야에 적용되는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관광업을 예로 들어보자. 단순히 실제와 똑같은 명승지를 구현해 놓고 VR 기술로 구경하라고 하는 것은 활로가 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여러 번 보면 질린다.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험이다. 여행지에 동행한 사람이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보다 훨씬 중요하다.

 

물리적 세계보다 더 다영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만드는 것이 성공 비책이다. 이는 메타버스의 2 가지 특징인 몰입감과 소셜 네트워크로 귀결된다.(299 페이지) 인공지능의 놀이터, 메타버스란 말에 유의하자. 규소생명체와 탄소생명체의 대비도 눈여겨 보자. 저자는 이런 중요한 말도 한다.

 

우리는 사물끼리의 연관성을 알아 전체성을 파악하지만 사물 사이의 특수성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들로 구성된 ’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를 선점하라‘는 철학적 전통이 강한 중국의 책이어서인지 철학적 면모가 돋보인다. 하지만 근본은 어렵고 생소한 첨단 책이라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고 그런 만큼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는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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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 - 길 잃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 인문학
김이섭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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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섭의 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에는 여러 인용구들이 등장한다등정주의(登頂主義)와 등로주의(登路主義)란 말이 눈길을 끈다전자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후자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의미를 부여한다남이 가지 않은 길아무도 밟지 않은 길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 이에 해당한다내가 가는 길이 내 인생길이다제목에 부합하는 글이다



저자는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내 눈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일리 있는 말이다하지만 세상이 잘못된 경우도 많다세상이 잘못 된 겅우도 있고 내가 그런 경우도 있다관건은 정확한 눈을 갖는 것이다세상과 세상을 보는 관점 사이에서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다내 눈(관점)이 문제라는 말은 관점을 고쳐야 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는 말이 된다그럴 경우 저자가 주장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진지하게 배워보는 것도 무의미한 것이 된다



책에는 질문과 답에 대한 구절들이 있다세상에는 질문만 무성할 뿐 어디서도 정답은 주어지지 않는다(8 페이지)는 말이 하나다질문이 달라지면 답도 달라진다(45 페이지)는 말도 있다서로의 인생이 다른데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62 페이지)이라는 말도 있다책에는 여러 편향(偏向)이 나온다인간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모두 편향된 존재다이럴 때 장자(莊子)가 이야기한 지도리를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지도리는 문의 여닫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문의 이쪽과 저쪽에 상반되는 것이 존재한다지도리에 서는 것은 문 이쪽과 저쪽을 동시에 보는 것이다.”(이정우 지음 파라 – 독사의 사유’ 105 페이지책에 중요한 말이 나온다소통(疏通)에 대한 이야기다. ‘소통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다주기만 해서도 안 되고 받기만 해서도 안 된다소통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경청이 필수 덕목이다.’(77 페이지책에는 여러 편향뿐 아니라 여러 프레임패러다임 이야기도 나온다편향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다



프레임은 사물을 바라보게 하는 시선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틀이다패러다임은 인간의 사고를 규정하고 지배하는 규범인식체계다책에는 법칙도 많이 나온다코이의 법칙이 있다코이는 일본의 비단 잉어로 환경에 따라 성장 속도와 크기가 달라진다작은 어항대형 수족관이나 연못강 등에서 각기 다른 속도와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다법칙은 고정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고칠 수 있는 것도 있다깨진 유리창 법칙(27 페이지)은 어떤가방치된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비화한다는 이론이다차량이나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두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깨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콤플렉스와 메커니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전자는 심리적 복합체 또는 심리적 구조물이다후자는 사물의 작용 원리나 구조이고 정신분석학에서는 무의식적 방어기제를 말한다책에는 장자(莊子)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설명할 수 없다우물이라는 공간의 한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여름에만 살다 죽는 곤충에게는 얼음을 알려줄 수 없다시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어설픈 전문가에게는 진정한 도()의 세계에 대해 말해줄 수 없다자신의 지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143 페이지



앞서 인용한 지도리는 도의 지도리란 말로 이어진다그것이 도추(道樞)대립하는 시비(是非중 하나에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 도의 한 가운데 서는 것을 말한다장자는 시간공간지식의 한계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프롤로그에 배가 부른데도 사냥하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9 페이지그리고 본문에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란 말이 나온다.(148 페이지혹시 왜 인간만이 배가 부른데도 사냥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바로 돈이라는 상징 때문이다실물을 대신하는 돈은 부패하는 실물과 달리 천년이고 만년이고 부패하지 않는다



인간이 탐욕스러운 것은 지성(知性때문이다물론 이 지성은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되어야 한다그래야 한계를 알고 나눌 줄 알게 된다한 경제학자는 이런 말을 한다. ”돈이 등장하면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무한 축적과 무한 증식이 가능해졌으며이로 인한 부작용이 오늘날 극단적인 불평등과 양극화로 드러나고 있다.“(2021년 8월 23일 매일경제 수록 이영환 칼럼 ‘'돈의 역설'이 시사하는 것’ 중에서



인생의 BRM이란 말이 눈길을 끈다. B는 blue print(청사진)이고 R은 road map(지도)이고 M은 manual(설명서)이다인생의 3T라는 말도 그렇다. targeting, timing, triggering이다목표를 정하고 시간이나 시기를 정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참교육은 TRIP이란 말도 그렇다. Trust(신뢰믿고 기다려주는 것) Respect(존중하는 것) Interest(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것) Prime(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지하수가 솟아오를 수 있게 펌프에 마중물을 부어주는 것)이다



걷기가 행복이란 말이 관심을 부른다저자는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날까지 마음껏 걷고 싶다들길이나 산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끽하고 싶고 산책로를 걸으며 수많은 이웃과 마주하고 싶다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행복을 나누고 싶다걷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말이다.“(220 페이지)라고 말한다



삶에 품격을 더하는 라틴어 수업’ 편에서 저자는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Dum spiro spero)란 말을 소개한다고대 로마의 철학자겸 정치가 키케로가 한 말이다진정한 친구는 또 다른 내 자신이다(Verus amicus est alter idem)란 말도 소개되었다진리는 나의 빛이다(Veritas lux mea)란 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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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독사의 사유 - 장자와 철학
이정우 지음 / 그린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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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소요유(逍遙遊)가 말해진 시대는 국가들 사이의 전쟁이 삶의 기본 틀이었던 전국(戰國)시대였다. 법가적 세계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는 세계였다. 춘추시대의 그 많던 나라들이 하나둘 사라져 일곱 나라만이 남은 전국시대는 학파들의 시대였고 다양한 학파들은 자신들의 정체성 구축에 있어 특히 글쓰기의 문제를 예민하게 생각했다.

 

소요유는 낭만적인 느낌보다 처절한 느낌 또는 저항적인 분위기로 다가온다. 장자의 사유는 삶의 의미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추구하는 형이상학적 고투를 담고 있는 철학이다. 저자에 의하면 플라톤이 einai(~이다)와 dokei(~처럼 보인다)를 명확히 구분했거니와 철학의 역사는 einai를 찾아 헤맨 역사다. 장자의 사유는 화(化)의 사유로서 왜소화된 삶에서 탈주해 대붕이 되는 철학인 동시에 왜곡된 작위(作爲)에서 탈주해 자연(自然)으로 회귀하는 철학이다.

 

장자의 상대로 혜시(惠施) 또는 혜자(惠子)가 있다. 명가철학자이다. 언어에 대한 관심을 철학적으로 가장 멀리 밀고 나간 학파가 명가(名家)다. 명가철학자들은 처음으로 눈뜬 이 언어라는 것의 매력에 깊이 침잠해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때로 궤변이라 불리기까지 할 정도의 언어철학적 사변을 펼쳤다. 아쉬운 것은 이들이 언어에 대한 흥미로운 사변으로 나아가기만 했을뿐 현실로 다시 돌아와 뚜렷한 실천철학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철학은 아나바시스(상승)와 카타바시스(하강)의 오르내림을 통해 완성되거니와 이들에게는 이렇다 할 카타바시스가 없었다. 저자는 지상의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꿈속의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시를 쓰고 궁극의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형이상학을 한다며 우리에게 고향이 세 곳이나 있으니(갈 곳이 많아) 좋지 않은가, 말한다.

 

장자의 사유는 주체가 세계를 구성해내는 주체중심적인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진리를 깨닫기 위해 주체가 자신을 잃어버리는/ 놓아버리는 사유다. 장자가 추구하는 것은 앎이 아니라 깨달음이다. 깨달음은 앎으로써가 아니라 오히려 앎의 한계가 드러나고 그것이 비워질 때 돌연 나타난다.

 

장자가 추구하는 앎은 사물들의 세세한 이치를 알려고 하는 째째한 앎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의미 전체를 통관(通觀)하려는 너그러운/ 넉넉한 앎이다. 그리고 그의 언어는 세세한 이치들을 늘어놓는 수다스러운 언어가 아니라 깨달음 전체를 전하는 담박한 언어다. 장자의 파라 독사의 사유는 이율배반이 아니라 역설에 더 가깝다. 장자의 도추(道樞) 개념을 보자. 도추는 도가 이지러져 존재론적 분절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지도리는 문의 여닫음을 가능하게 한다. 문의 이쪽과 저쪽에 상반된 것들이 존재한다. 지도리에 서는 것은 문 이쪽과 저쪽을 동시에 보는 것이다. 도추는 유(有)와 유(有)의 가운데에 있는 무(無)이다. 이 무는 없음이기보다 아무것도 아님이다. 이 지도리에 섰을 때 무엇임들의 상대성이 보이고 그것들을 평등하게 대할 수 있다. 어떤 능선도 아닌 산의 정상(문제)에 섰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산의 여러 능선들(’해; 解‘들)을 함께 볼 수 있다.

 

’장자‘ 제물론에 나오는 도추(道樞)란 사물의 상대적인 참과 거짓, 옳고 그름의 대립을 넘어선 절대적인 도(道)의 경지를 말한다. 도추는 양행(兩行)과 통한다. 성인은 시비의 다툼을 가라앉히고 하늘의 가지런함에서 편히 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장자가 말하는 도(道)란 드러나는 것도 숨는 것도 아닌 은은한 빛남 즉 골의지요(滑疑之燿)이고, 도를 집요하게 사유할 때 우리가 만나는 것은 도의 오묘함이다.

 

도는 지식으로써 끝내 소진할 수 없는 하늘곳간(천부; 天府)이고 보광(?光; 가려진 빛)이다. 장자는 단순히 현실을 부정하면서 도/ 자연으로 나아가려는 환원론적 자연주의자가 아니다. 도를 품고 있는 사람은 빛을 함부로 직접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뛰어난 사람은 오히려 그 빛을 감춘다. 좌기예 해기분 화기광 동기진(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을 보라.

 

도의 경지에 설 때 어느 주관성이나 상대성에 머물지 않고 그 주관성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모두 나이기 때문에 지도리에 서지 못하고 이미 나에게로 기울어진 입장을 갖는다. 도의 세계는 이 차이가 무화되는 세계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리로 향하려면 결국 나와 타인 사이의 도추에 서서 해들이 아니라 문제를 보아야 한다. 장자의 사유는 파라 독사의 사유다.

 

그것은 특정한 독사에 고착된 사유들을 해체하고자 하며 그러면서도 상대성에 만족하기보다 그것들을 보듬는 파라 독사의 차원을 응시한다. 때문에 그의 사유는 독사들이 갈라지는 지도리 나아가 현실성과 가능성이 갈라지는 지도리에 서서 사유하는 도추, 양행의 사유다. 장자는 안 될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하지 않았고 공자는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끝내 하려고 했다.

 

장자가 볼 때 공자는 안타깝고도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유가 철학이 중시하는 것이 인정(人情)이고 도가 철학이 극복하려는 것이 인정이다. 유교는 위타(爲他)의 철학, 장자의 사유는 위기(爲己)의 철학이다. 배움을 폄하해서도 안 되고 깨달음을 신비화해서도 안 된다. 자연에 따라 사는 것이 장자의 원래 생각이지만 그런 자연이 이미 왜곡되어 왜소화된 세상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날아오르라고 하는 것이다. 도는 초월자, 절대자가 아니다. 삶속에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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