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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 - 길 잃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 인문학
김이섭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평점 :
김이섭의 ‘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에는 여러 인용구들이 등장한다. 등정주의(登頂主義)와 등로주의(登路主義)란 말이 눈길을 끈다. 전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후자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의미를 부여한다. 남이 가지 않은 길, 아무도 밟지 않은 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 이에 해당한다. 내가 가는 길이 내 인생길이다. 제목에 부합하는 글이다.
저자는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내 눈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잘못된 경우도 많다. 세상이 잘못 된 겅우도 있고 내가 그런 경우도 있다. 관건은 정확한 눈을 갖는 것이다. 세상과 세상을 보는 관점 사이에서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내 눈(관점)이 문제라는 말은 관점을 고쳐야 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는 말이 된다. 그럴 경우 저자가 주장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진지하게 배워보는 것도 무의미한 것이 된다.
책에는 질문과 답에 대한 구절들이 있다. 세상에는 질문만 무성할 뿐 어디서도 정답은 주어지지 않는다(8 페이지)는 말이 하나다. 질문이 달라지면 답도 달라진다(45 페이지)는 말도 있다. 서로의 인생이 다른데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62 페이지)이라는 말도 있다. 책에는 여러 편향(偏向)이 나온다. 인간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모두 편향된 존재다. 이럴 때 장자(莊子)가 이야기한 지도리를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지도리는 문의 여닫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문의 이쪽과 저쪽에 상반되는 것이 존재한다. 지도리에 서는 것은 문 이쪽과 저쪽을 동시에 보는 것이다.”(이정우 지음 ‘파라 – 독사의 사유’ 105 페이지) 책에 중요한 말이 나온다. 소통(疏通)에 대한 이야기다. ‘소통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다. 주기만 해서도 안 되고 받기만 해서도 안 된다. 소통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 경청이 필수 덕목이다.’(77 페이지) 책에는 여러 편향뿐 아니라 여러 프레임, 패러다임 이야기도 나온다. 편향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다.
프레임은 사물을 바라보게 하는 시선,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틀이다. 패러다임은 인간의 사고를 규정하고 지배하는 규범, 인식체계다. 책에는 법칙도 많이 나온다. 코이의 법칙이 있다. 코이는 일본의 비단 잉어로 환경에 따라 성장 속도와 크기가 달라진다. 작은 어항, 대형 수족관이나 연못, 강 등에서 각기 다른 속도와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다. 법칙은 고정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고칠 수 있는 것도 있다. 깨진 유리창 법칙(27 페이지)은 어떤가? 방치된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비화한다는 이론이다. 차량이나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두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깨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콤플렉스와 메커니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전자는 심리적 복합체 또는 심리적 구조물이다. 후자는 사물의 작용 원리나 구조이고 정신분석학에서는 무의식적 방어기제를 말한다. 책에는 장자(莊子)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설명할 수 없다. 우물이라는 공간의 한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만 살다 죽는 곤충에게는 얼음을 알려줄 수 없다. 시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어설픈 전문가에게는 진정한 도(道)의 세계에 대해 말해줄 수 없다. 자신의 지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143 페이지)
앞서 인용한 지도리는 도의 지도리란 말로 이어진다. 그것이 도추(道樞)다. 대립하는 시비(是非) 중 하나에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 도의 한 가운데 서는 것을 말한다. 장자는 시간, 공간, 지식의 한계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프롤로그에 배가 부른데도 사냥하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9 페이지) 그리고 본문에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란 말이 나온다.(148 페이지) 혹시 왜 인간만이 배가 부른데도 사냥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바로 돈이라는 상징 때문이다. 실물을 대신하는 돈은 부패하는 실물과 달리 천년이고 만년이고 부패하지 않는다.
인간이 탐욕스러운 것은 지성(知性) 때문이다. 물론 이 지성은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계를 알고 나눌 줄 알게 된다. 한 경제학자는 이런 말을 한다. ”돈이 등장하면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무한 축적과 무한 증식이 가능해졌으며, 이로 인한 부작용이 오늘날 극단적인 불평등과 양극화로 드러나고 있다.“(2021년 8월 23일 매일경제 수록 이영환 칼럼 ‘'돈의 역설'이 시사하는 것’ 중에서)
인생의 BRM이란 말이 눈길을 끈다. B는 blue print(청사진)이고 R은 road map(지도)이고 M은 manual(설명서)이다. 인생의 3T라는 말도 그렇다. targeting, timing, triggering이다. 목표를 정하고 시간이나 시기를 정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 참교육은 TRIP이란 말도 그렇다. Trust(신뢰, 믿고 기다려주는 것) Respect(존중하는 것) Interest(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것) Prime(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 지하수가 솟아오를 수 있게 펌프에 마중물을 부어주는 것)이다.
걷기가 행복이란 말이 관심을 부른다. 저자는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날까지 마음껏 걷고 싶다. 들길이나 산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끽하고 싶고 산책로를 걸으며 수많은 이웃과 마주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행복을 나누고 싶다. 걷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말이다.“(220 페이지)라고 말한다.
‘삶에 품격을 더하는 라틴어 수업’ 편에서 저자는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Dum spiro spero)란 말을 소개한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겸 정치가 키케로가 한 말이다. 진정한 친구는 또 다른 내 자신이다(Verus amicus est alter idem)란 말도 소개되었다. 진리는 나의 빛이다(Veritas lux mea)란 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