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란 현실 세계에 평행하면서도 독립적인 가상 세계, 현실 세계를 투영한 온라인 가상 세계, 점점 진실해지는 디지털 가상 세계다. 어려운 개념이다. 변화의 도상에 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치관 전복의 시대인 듯 하다. 흥미롭게도 서문 1의 필자는 데카르트의 이원론,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푸코의 인간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이데거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가 곧 세계, 보드리야르의 대중화된 허무한 세계 등의 개념들이 전복될 것이라 말한다.
메타버스도 인간의 사회이고 인간의 세계이지만 가상의 인간이 사는 사회이자 가상의 인간이 사는 세계라는 점이 다르다.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일상생활과 업무를 영위하는, 현존감이 강한 가상 공간이다. 메타버스는 자유롭게 마음을 드러내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를 홀로그램으로 나타내는 공간이다. 메타버스는 정신세계의 무한한 자유와 물질세계의 찬란한 경험을 기묘하게 융합한다.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지만 대체로 다섯 가지 특징을 들 수 있다. 1.몰입식 경험. 2. 창조. 3. 소셜 네트워크. 4. 경제 시스템. 5. 문명 형태 등이다. 메타버스도 특정 기술들에 의해 발전이 견인된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블록 체인, AI 등에 의해서다. M 세대는 메타버스 세대를 말한다. 1995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에게 창조 + 공유는 자아실현의 주요 원동력이다. 메타버스에서는 상상력의 한계 만큼 창조가 이루어진다.
이 메타버스에서 무언가를 생산할 때는 자원 고갈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에게는 무한한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3장의 제목은 게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다. 역사학자 로버트 벨라는 인간은 100% 현실에서 살 수 없는 유일한 생물종이라는 말을 했다. 인간은 갖가지 방식으로 현실을 벗어나고 평범함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다. 문명은 게임(놀이)에서 시작되었다. 게임은 대자연이 알려 준 배움의 방식이다.
저자는 게임과 배움을 대립항으로 설정하는 오늘날의 교육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를 보인다. 놀이, 하면 연상되는 학자가 요한 하위징아다. 그는 ‘중세의 가을’에서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세 가지 길을 제시했다. 1. 속세를 버리고 피안으로 도피하는 것. 2. 세상을 개선하는 것. 3.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것 등이다. 그의 ‘호모 루덴스’는 이 가운데 세 번째 길 즉 초현실적인 길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책이다. 그는 놀이를 현실 도피의 수단이 아닌 현실을 초월하려는 인간 충동으로 보았다.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가 자란다.
동영상이 4G라면 게임은 5G다. 중요한 것은 정보화와 디지털화를 구별하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의사결정이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졌는가, 디지털 세계에서 이루어졌는가이다. 메타버스는 더 철저하다. 현실 세계가 없는, 완전한 디지털 세계다. 전통적인 경제체제에서 노동가치론은 대체로 성립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모든 상품이 예술품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원작자에 대한 소비자의 인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메타버스 경제의 4대 요소는 디지털 창조, 디지털 자산, 디지털 시장, 디지털 화폐다. 저자는 게임은 국가와 민족, 심지어 문명을 초월한 M 세대의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이기에 게임에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디지털 화폐의 국제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바타가 메타버스에서 갖은 고생 끝에 벌어들인 디지털 화폐를 교환해 주지 못할 까닭이 없다. 만일 다른 나라에서 디지털 화폐를 법정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면 자연히 디지털 화폐가 해외로 진출하게 된다.
메타버스에는 재난, 전란, 질병이 없다. 있더라도 창조자가 제작한 신기한 경험일 뿐이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고립된 세계가 아니다. 사람에게 육신이 있는 한 메타버스는 현실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메타버스는 전체적인 국면에 관계된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공공의 안전 및 위기 발생시 대응 매뉴얼이 있는지를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205 페이지) 메타버스에도 현실의 범죄가 존재한다.
중요한 글은 창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란 글이다. 대개 혼돈의 경계에서 창조가 시작된다. 체계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창조는 해일처럼 솟구쳐 나온다. 생각이 한 시도 멈추지 않고 치솟았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창조도 같은 구조를 반복한다. 솟구쳐 나와 공명하고 돌변하는 것이 창조의 메커니즘이다. 무엇이 창조될지 예측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본문에 나오듯 우리가 메타버스를 논하는 것은 뭔가 있어 보이게 꾸며 홍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전통 사업이 디지털 전환을 실현한 후의 최종 형태가 메타버스가 될 것임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가시화, 게임화 방식 외에는 딱히 보여줄 방도가 없다. 그럼에도 메타버스는 전통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7장의 제목은 ‘웜홀, 메타버스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다‘다. 메타버스는 아직 일부 분야에 적용되는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관광업을 예로 들어보자. 단순히 실제와 똑같은 명승지를 구현해 놓고 VR 기술로 구경하라고 하는 것은 활로가 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여러 번 보면 질린다.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험이다. 여행지에 동행한 사람이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보다 훨씬 중요하다.
물리적 세계보다 더 다영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만드는 것이 성공 비책이다. 이는 메타버스의 2 가지 특징인 몰입감과 소셜 네트워크로 귀결된다.(299 페이지) 인공지능의 놀이터, 메타버스란 말에 유의하자. 규소생명체와 탄소생명체의 대비도 눈여겨 보자. 저자는 이런 중요한 말도 한다.
우리는 사물끼리의 연관성을 알아 전체성을 파악하지만 사물 사이의 특수성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들로 구성된 ’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를 선점하라‘는 철학적 전통이 강한 중국의 책이어서인지 철학적 면모가 돋보인다. 하지만 근본은 어렵고 생소한 첨단 책이라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고 그런 만큼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는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