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양이 증가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그야말로 지식 폭발의 시대다. 하지만 그 수많은 지식도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사실 모든 지식이 인간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타인에 의해 주입된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 선별하여 받아들인 지식이라 해도 그 영향력은 미미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을 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우리가 아는 것들 가운데 건강을 지키고 행복하게 살아가며, 가진 재능과 능력을발휘하는 데 실제 활용되는 지식은 별로 많지 않다는 사실을말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그로 인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데 행동의 변화가 일어날리 만무하다.

반면 단순히 아는 것, 인지하는 것을 넘어 정말로 ‘이해‘
하기 시작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한 지식이나 깨달은 사실은 두뇌의 감정적인 영역을 활성화시켜 우리를 깨우고 움직인다.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깨달았다면, 그 순간 이후로 당신은 결코 이전에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지 못한다.

내가 당신과 함께 찾고 싶은 것은 일종의 내면의 나침반이다.
밀려드는 요구로부터본래 자신의 모습을 지켜줄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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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껏해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할 뿐이야. 우리와 생각이 다른 것들은 도무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판다의 마음속 상처를알지 못하면서 판다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순 없잖아. 세상의 폭력이 판다를그렇게 만든 거야. 몇 해 전 겨울, 내 친구 판다는 자신의 어린 새끼들을 모두 잃었어. 판다가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 눈 위에 찍어놓은 판다의발자국을 쫓아 동굴까지 따라온 자들이 판다의 어린 새끼들을 모조리 잡아갔거든, 그해 겨울부터 판다는 눈이 내리면 나무 위로 올라가는 거야. 자신의 발자국을 눈 위에 남기지 않으려고……. 판다의 이상한 행동은 판다가 만든 게 아니라판다의 상처가 만든 거잖아…….…."
피터는 ‘나도 그 판다를 본 적 있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란토끼는 잠시 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피터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우리를 기쁘게 한 것들은 우리를 슬프게 할 수도 있다는 파란토끼의 말을 떠올릴때마다 분홍나비가 생각났다.
판다의 이상한 행동은 판다가 만든 게 아니라 판다의 상처가 만든 거라는 파란토끼의 말도 자꾸만 피터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밤하늘 가득 초록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의 삶은, 강물 같은 거라고, 강물이 바다로 가는 동안 벼랑을 만나기도 하고, 커다란 바위를 만나기도 하고, 치욕을 만나기도 하고, 더러운 물을 만나기도 하지만, 바다로 가는 동안 강물은 일억 개의 별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고 엄마나 비는 말했었다. 엄마나비의 말을 생각할 때마다 피터는 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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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고래라면 언젠가는 바다로 가겠지? 바다로 가야 할 때를 기다리는 고래라면 용기 있는 고래일 거야. 기다리는 일은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거니까...… 침묵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처럼, 기다림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고, 언젠가 키 작은 나무들이내게 말해주었어."
분홍나비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고래바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도무지 기다릴 수 없을 때도 있잖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처럼……."
피터가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며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러자 피터를 잠시 바라보다가 분홍나비가 다시 말했다.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때가 많대. 그렇지 않다면 사랑이 그렇게 변덕스러울 리 없잖아......"

진짜 고래라면 언젠가는 바다로 가겠지? 바다로 가야 할 때를 기다리는 고래라면 용기 있는 고래일 거야. 기다리는 일은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거니까...… 침묵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처럼, 기다림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고, 언젠가 키 작은 나무들이내게 말해주었어."
분홍나비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고래바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도무지 기다릴 수 없을 때도 있잖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처럼……."
피터가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며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러자 피터를 잠시 바라보다가 분홍나비가 다시 말했다.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때가 많대. 그렇지 않다면 사랑이 그렇게 변덕스러울 리 없잖아......"

피터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피터를 바라보며 분홍나비가 다시 말했다.
"바람은 나무를 흔들기도 하고 때때로 나무를 쓰러뜨리기도 하지만, 나무는바람이 있어서 자신의 씨앗을 널리 퍼뜨릴 수 있잖아. 그러니까 나무는 바람을싫어할 수 없는 거지. 바람은 나무에게 슬픔을 주기도 하지만 기쁨을 주기도 하니까 바람과 나무는 소통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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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노래)
말해주오’모르텐 로리젠(1943년 출생)
Dirait-on
from Les chansons des rosesby Morten Lauridsen
음악과 시, 이 둘은 나란히 함께 간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클래식작곡가들이 시에 선율을 붙이는 접근법에 매료된다. 올 한 해 존 던, 프리드리히 실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폴 베를렌, 윌프레드 오언,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많은 시를 들을 예정이다. 릴케의 시를 번역한 어느 번역가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장미 넝쿨이 릴케의 삶을 타고 오른다. 릴케가 장미 넝쿨을 떠받치는구조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미국의 현대 작곡가 모르텐 로리젠이 릴케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그가 어떻게 이 독일 시인의 빛나는 시 구절을 음악에 담아 냈을지 듣고 싶었다.

로리젠은 장미의 노래의 시 ‘말해주오‘에 나오는 시구,
특히 "사랑을 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상태"라는 릴케의 표현에서 크게 감동받았다고 말한다.
로리젠이 이 시구에 붙인 선율은 달콤하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는않은, 고요한 빛을 뿜는다. 그의 음악은 (최고의 가곡이 그렇듯이) 시에 부드러운 힘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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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이 이끼에게, 너같이 더러운 이끼가 왜 내 안에서 피어났느냐고 물었대, 이끼가 시냇물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아?"
피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끼가 시냇물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시냇물 네가 더러우니까 내가 필 수 있었던 거야. 이끼는 더러운 물에서만 살 수 있거든……….’ 시냇물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거지. 그와 마찬가지야. 더러운 물에서 이끼가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들도 세상의 모습을 닮아갈 수밖에 없거든. 세상이 가면을 쓰고 있으니까 우리에게도 어쩔 수 없이 가면이 필요한 거야. 가면이 없으면 마음을 감출 곳이 없으니까. 가면이 없으면 우리 안의 짐승을 감출 곳이 없으니까
이젠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피터는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는 집으로 가는 내내 몹시 혼란스러웠다. 우리의 이중성이 없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불편해질지도 모른다는 표범나비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욕망이나 이중성을 함부로 깔보지 말라는 표범나비의 말이 피터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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