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탄과 절망의 순간에 빠진 사람들을 보았을 때 내가 그들에게 해줄 말은 이말 하나뿐이다. "공동묘지에 가서 20분만 걸어보라. 그러면 당신의 슬픔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거의 가라앉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게 의사를 만나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런 종류의 고통에는 약이 없다. 묘지 산책은 거의 자동적으로 삶에 대한 지혜를 가르쳐준다.
정수복, <파리의 장소들 >중 에밀 시오랑의 말

대개 서재에 있는 책들의 경우는 죽은 사람들이 쓴 글이 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데 책은 그 사람들의 무덤이기도 합니다.
끝도 없이 그 사람들과 대화하고 가르침을 받고, 또 싸우기도 하면서 무덤 속에서 그사람들을 끄집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무덤이면서 동시에 다시 탄생하는 자리라는 느낌이, 제가 나이가 드니까 여실하게 느껴집니다.
- 황현산,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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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조금씩 산을 내려오는 것도 모르고 산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고 믿고 있었던 거야.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산을 오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 발 밑에서 진짜 삶은 멀어지고 있었던 거지."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톨스토이는 어린 시절 큰형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에 그곳에 묘를 써달라는 유언을 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전설의 황금지팡이가 그 부근에 묻혀 있을 거라는 이야기, 노년에 극단적 도덕을 추구하며 저
작권조차 포기하고 농민들과 함께 땀을 흘린 스승 톨스토이는
자신의 묘에 그 어떤 장식도 세우지 말라고 일렀다.

깊은 숲 속, 톨스토이의 자그마한 묘지.
죽은 자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이곳에 누워 그는, 세상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전설의 황금지팡이를 찾았을까.

그의 열렬한 추종자 한둘이 거기 있었지만 그들은 톨스토이가 죽음을기다리며 생각해 낸 실험을 행하지 않았다. 죽기 십 년 전 톨스토이는일기에 이렇게 썼었다. "내가 죽을 때 누군가 내가 아직도 삶을..… 신에 이르는 길이라 보는지, 사랑이 증대하는지 물어봤으면 좋겠다. 만일 내게 말할 힘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대답이 그렇다‘ 이면 나는 눈을감겠다. 반대로 대답이 아니요 이면 나는 위를 쳐다볼 것이다. 추종자들은 이 일기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묻지 않았다.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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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게 될지 아는 사람은 없어.
다만 어디쯤 왔는지는 알 수 있을 거야.

전부 기억해야 한다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을 거야.

시간이 새겨놓은 지혜들
긴 시간이 지났어도 그 빛은 변하지 않아

갑자기 떠오르는 건 없어
어딘가로부터 다가오고 있는 걸 모를뿐

보이지 않아도 거기에 없는 건 아니야
그냥 내버려두는 게 좋을 때도 있어

얼마나 더 가야 할지 아는 사람은 없어
다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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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서관에 가는 대신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연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것은 한 세대 전의 조사연구 방법과 완전히 다르다. 그 시절 도서관과 기록보관소는 상당히 신뢰할 수있는 곳이었다. 나는 11세 때 처음 도서관에서 자료조사란 것을 해보았다. 버뮤다 삼각지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는데, 6학년 담임이었던 애비 선생님이 내준 과제였다. 시내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도착한 나는 사서가 보여주는 색인 목록을 보고 청구기호를 찾아 필요한자료를 찾았다.
어떤 주장이나 내용이 인쇄물로 출판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진실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애비 선생님은 1969년에 우리에게 그 사실을 가르쳐줬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저명한 작가들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우리가 읽은 내용이 정확하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 그들의 명성에 의지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 책을 읽기 전에 여러 차례 검토를 거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수만이 정보를 생산했고, 대다수가그 정보를 소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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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명은어느 순간 한계에 이른다. 더는 과거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시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 또한 그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 그리고 세대를 넘어 진화를 이어갈 이들에게 있다. 이는 태초부터 인간이 지닌 생물학적 능력이자 잠재력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만이 가지고있는 특성에서 기인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뇌구조와 그 기능 방식에 답이 있다.
인간의 뇌에는 인간으로서, 인간의 존엄에 대한 관념을 일깨울 수 있는, 더 나아가 일깨울 수밖에 없게 만드는 특수한조건이 있다. 바로 인간 뇌의 거대한 개방성 그리고 그것을통해 평생에 걸쳐 이어지는 뇌의 가소성이다.

실패보다 더 효과적이고, 한 개인이 형성한 이상과 세계관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다. 그 만남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는 다른 낯선 신념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세상과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해야만 하는 실패의고통, 그리고 타자와의 만남에서 낯선 신념을 마주함으로써자신의 사고방식과 이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 이는 인류역사를 관통해온 인간의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그리고 지난세기, 타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하나의 신념을 밀어붙이려는 전체주의적 통치는 힘을 잃었다. 전쟁과 억압을 통해 전체주의적 세계관과 자아상을 주입시키려는 끔찍한 시도들도결국에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수많은 이를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사람들이 만나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행위를영원히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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