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이 서오릉 가는 길 틀림없지?" "네. 일루 곧장 가면 서오릉이에요." …… "우리도 서오릉에 가는 길이에요."
버스 종점에서 반쯤 온 셈인가?" "아니요. 반두 채 못 왔어요." 이렇게 대화를 트고 문화동에서 온 아이들과 친숙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서오릉까지 간다. 쇠귀가 아이들 세계에 들어가 그들과 친해지는 비결은 두 가지다. 첫째, 아이들을 존중하고 그들 스스로 자기가나름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해 준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효능감이 떠오른다. 둘째,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이런 비결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당신은 유적지를 돌아볼 때마다 사멸하는 것은 무엇이고 사람들의 심금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를 돌이켜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새로이 읽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라고 하였습니다. ‘과거’를 읽기보다 ‘현재’를 읽어야 하며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하였습니다. [나무야, 84】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근본에 있어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확인은 매우 쓸쓸한 것이었습니다. 과거의 청산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그렇고,
완고한 현실의 구조가 그렇습니다. 떠난다는 것은 지금까지우리들이 쌓아 온 생각의 성(城)을 벗어나는 것일 뿐 아니라그 성(城)을 허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숲, 서문)

인간주의의 절정인 파르테논 신전을 바라보며 이제는 자기의소산(所産)인 문화와 물질 속으로 함몰해 가고 있는 오늘의 인간주의를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는 현대라는 또 하나의 어두운 바다를 건너 바야흐로 새로운 인간주의를 모색해야 한다는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인간주의는 자연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아니며, 궁핍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인간이 만들어 쌓아 놓은 자본으로부터, 그리고 무한한 허영의 욕망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숲,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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