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날개를 쉽게 읽을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쉬운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쉽게 읽는순간 소설의 주인공들은 이해 불가능한 사람들로 전락하고만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
소설 수업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자기 힘으로소설을 읽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계속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고민하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라는 감탄은 스스로의 입에서 나와야만 했다. 그 방법을 궁리하며 나도 나만의 답을 찾아갔다. 오솔길로 가자. 조금 둘러갈지라도, 옳은방향으로, 오솔길의 빛깔과 향기를 느끼며.

학교에 안 나오는 게 뭐가 대수인가. 장래희망 따위 없으면어때. 뫼르소가 이해가 되는데, 아이들이라고 이해 못할 일이아니었다. 그냥 그 존재 자체로 인정하는 일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아이들의 힘듦은 보려고 하지도 않고, 나는 왜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했을까.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님을,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님을 《이방인》을 읽고 뒤늦게, 아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이방인이다. 그해 가을, 나는 책 한권으로 나라는 존재가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그 후 연달아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 작품들을 게걸스럽게 읽어나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도리스 레싱의다섯째 아이》를,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를, 마누엘푸익의 《거미 여인의 키스》를…. 세계문학을 읽으며 그동안내가 읽어왔던 소설의 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난 느낌을 받았다. 몽둥이로 머리를 크게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내가 살아온안온한 세계에 균열이 갔다. 이 세상엔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럴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고는 아무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내가 너희에게 들려주고 싶은 두 번째 이야기는, 메리 올리버라는 시인이 한 말이야.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은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다.

책을 읽는 것, 영화를 보는 것, 전시와 연극을 보고, 여행을 떠나는 것, 음악을 듣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는 것,
서점 탐방을 하며 책 구경을 하는 것, 새로 생긴 작은 가게들을 요모조모 살피는 것. 이 모두가 수업의 좋은 재료가 될 수있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일상의 숲을 마구 헤치고 다니다가 새로 난 풀잎들, 바닥에떨어진 작은 열매들, 하늘을 떠다니는 뭉게구름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모은다. 그렇게 숲에서 모아온 것들을 어느 순간가만히 살피고, 다듬어서 수업과 짝을 지어준다.

일상에서 마주한 배움들, 영감들을 교실로 가져왔다. 그러다 보니 내 삶의 고민이 수업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었고,
학교와 수업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이 삶으로 이어졌다. 삶과수업이 별개가 아니게 되었다. 좋은 건 나누고 싶었다. 일상의보석 같은 순간들을 학교로 옮겨올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캄캄한 밤길을 끝없이 걸어갈 때 힘이 되어주는 것은 튼튼한다리도 억센 날개도 아닌, 친구의 발걸음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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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문학시간 - 과학고 국어수업 3년의 이야기
하고운 지음 / 롤러코스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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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프 자코토의 사례에서 자크 랑시에르는 뭔가 중요한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흔히 교사를 설명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 오히려 설명은학생들을 성장하지 못하게 가두고, 배움으로부터 멀어지게한다는것. 사람은 배우고자 할 때 설명해주는 스승 없이도 혼자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는 똑똑한 스승이 아니라 무지한스승이오히려 학생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나는 11번 배심원의 저 대사가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소름이 돋았다. 지금 이 대사가 영화의 공기를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We are strong." 우리는 강하다. 우리가 강한 이유는 우리의 결정으로 어떤 이익이나 손해를 받지 않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책임감을 갖고결정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이러한 강함의 정의를 본 일이 없었다.

김한민의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에는 저자가 외국에서살다가 초등학교 때 한국으로 전학을 와서 겪은 경험이 하나나온다. 교실에 비치된 연필깎이 위에 ‘내 것처럼 아끼자‘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 것처럼 아끼자고? 자신이 외국에서 배운 바에따르면 ‘남의 것처럼 아끼자‘라고 써야 맞는 말이었다. 저자는그때의 문화충격을 이야기하며 타자라는 존재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함부로 생각하고 대하는지를 일깨운다.

나의 결정이 타인의 삶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 우리는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상관이 없다는 이유로 함부로 선택하고 아무렇게나 결정해버리곤 하는 일들이 얼마나 허다한가.

주목해주시겠습니까? (…) 우린 싸우려고 여기 온 게 아닙니다. 우린 책임이 있어요. 전 항상 민주주의가 위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린… 뭐랄까, 통보받았소. 법정에 와서 본적도 없는 사람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통보 말입니다. 우리는 이 아이에 대한 평결로 어떤 이익이나 손해를 받지않아요. 그래서 우리가 강한 겁니다. 이 평결은 사적인 것이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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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문학시간 - 과학고 국어수업 3년의 이야기
하고운 지음 / 롤러코스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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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떤 시는 이해가 안가요.
어떤 건 이해가 가? 팀스, 나는 하나도 이해가 안 간다.
그렇지만 지금 배워두고, 지금 알아둬라.
그럼 언제든 때가 되면 이해할 거다.
어떻게 이런 걸 이해할 수 있는지 전 모르겠어요.
시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은 거의 다저희는 겪어본 적도 없는 일들이에요.
겪게 될 거다. 팀스, 겪게 될 거야.
그때 너희들은 해독제를 이미 가지고 있는 거지.
슬픔, 행복, 심지어 죽음도.
지금 우리는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거야.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The History Boys〉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는 아직 건너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아직 살아보지 못한 날들이다.
그리고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말은
아직 내가 하지 못한 말이다.
- 나짐 히크메트, <파라예를 위한 저녁 9시에서 10시의 시, 1945년 9월 24일)

시 낭송이 끝난 후, 수업을 여는 시로 나짐 히크메트의 시를 고른 이유에 대해 조심스럽게 전했다. 가장 아름다운 말은아직 내가 하지 못한 말이라고. 그러니까 나는 너희와 앞으로 매일 더 아름다운 말을 나누고 싶고, 매일 더 아름다운 수업을 하고 싶다고, 혹시 그 약속이 지켜지지 못할지라도 지금내 마음만은 그러하다고, 우리 앞으로 1년간 서로 아름다운사이로 잘 지내보자고,

‘ ‘시란 무엇인가? 시와 소설은 어떻게 다른가?‘
이 질문에 대한 수많은 답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는 폴 발레리와 최두석의 것이다. 폴 발레리는 이렇게 말했다.
"산문이 발걸음이라면, 운문은 춤이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비유다. 김형수의 《삶은 언제 예술이되는가》라는 책에서 이 문장을 읽고 어찌나 기분이 좋았던지. 수업시간에 이 문장을 읊어주면 아이들은 그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오오오 했다. 이 비유를 알기 전까지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답은 최두석의 노래와 이야기>라는 시였다.

선생님께서는 처음 보고 잘 이해가 되는 시도 좋지만, 처음엔 잘 이해되지 않아도 곱씹을수록 더 깊은 향이 나는 시가좀 더 훌륭한 시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학창시절 읽은 시에 감명받아 국어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는데, 좋은 시 한 편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도 있고 해서 별로 재미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치만 시의 묘미는 시를 읽고난 후에 그 시가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사색에 잠긴 후에 깨달음을 아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를 읽는 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과학을 한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안에 녹아 있었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독일의 수학자 카를 바이어슈트라스의 말 시인이 아닌 수학자는 진정한 수학자가 아니다"를 떠올렸다.

‘나를 키우는 시간‘은 시간의 척추입니다. 우리 몸에도 척추가있지만 시간에도, 영혼에도 척추가 필요합니다. 그런 시간이없다면 우린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질 것입니다.
- 정혜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중에서

사는 것도 어려운데 왜 가짜 삶(소설)을 겪어보겠다고 이 정성을들이냐고? 소설을 읽는 것은 다른 장르의 책을 읽는 것과는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책이 사는 일을 생각하고 고민하게한다면, 소설은 한 편에 한 번씩 - 삶을 살게 한다. 한 권의소설을 읽을 때마다 한 번 더 살아본 기분이 든다. 나 아닌 다른사람으로,
박연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중에서

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주변을 둘러보길 바랐고, 한 번 더 생각하길 바랐고, 세상과자기를 바로 보길 바랐다. 그것이 전부였다.

지식인이란?
자신과 관계없는 문제에도 상관하는 사람,
세계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
자신의 학문적 명성을 인간의 이름으로 사회와 기존 권력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람.

밤을 새운 문장. 나에게 있어서 조세희의 문장은 그렇게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그런 문장에 대한 태도는 장인적인 조 탁과는 다르다. 그가 밤을 새우는 이유는 문장을 다듬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장을 찾기 위해서다. 문장을 찾는다는 것과
‘문장을 다듬는다‘는 것은 소설을 대하는 태도에서 분명하게구별된다. 문장을 다듬는다‘는 것은 이미 이야기의 정황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정황에 맞는 좀 더 정확한 문 장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장을 찾는다‘는 것은 이야기의 정황이 아직 없다는 말이다. 둘 다 이야기의 방향은 있지만정황이 있고, 없고에서 차이가 난다. 문장을 찾는다‘는 행위는 그렇게 해서 찾아진 문장이, 스스로 정황을 만들어나간다.
는 뜻이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한 명, 한 명의 알에게 관심을 갖는일이구나. 우리가 영혼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망각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구나. 그렇게 벽과 알의 비유는 소설을 읽는 이유를 알려주었고, 우리를 깨어 있게 했다.
그 사실을 늘 잊지 않으려고 한다. 소설을 읽을 때뿐만이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집단으로 보지 않고 한 명, 한 명의 개인으로 바라보기. 사건의 명칭이나집단 혹은 시스템으로 뭉뚱그리지 말고, 그 안의 사람을 보기. 2만 명이 사망한 대지진 사건에 대해 일본의 한 영화감독은 2만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2만 번 일어난 거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아니라 김건우, 이영만, 한 세영... 차마 다 적을수 없어서 미안한 304명의 이름 하나하나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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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노동하는 인간은 매일 노동할 기력을 유지해줄 양식을 얻기 위해 기를 쓰며 다시 그 기력을 소모한다. 그렇게일하려고 살고, 살기 위해 일하면서 매일 서글픈 쳇바퀴를도는 것이다. 매일의 양식이 피로한 삶의 유일한 목적이고피로한 인생에서만 매일의 양식이 얻어지는 것처럼." - 대니얼 디포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행복하지 않은 노동의 양을되도록 최소화하는 것이 오늘날 문명세계의 최우선적인 의무입니다.

누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윌리엄 모리스라고 하겠다. 그는 과연 누구였는가? 현대 디자이너의 원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인이기도 하고 화가이기도 하고 소설가이기도 하다. 또 사회주의 운동가이기도 하고 출판인이기도 하고… 말하자면 그의 전공 내지 직업은 바로 모리스로 산다는 것‘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에게 디자인은 획일화된 산업사회에서 탈인간화를 강요받는 것에 대한 ‘반란‘ 그 자체였다. 미의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박노자 오슬로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현대의 삶이 살 만한 것이 되려면 두 가지 미덕이 꼭 필요합니다.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모두에게 행복이 되는, 민중에 의해 민중을 위해 만들어지는 예술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꼭 필요한 것은 정직함과 소박한 삶입니다. 소박한 삶에 반대되는 악덕이 뭔지 이야기하면 그 의미가 분명해질 텐데, 그건 호사스러움입니다. 내가 말하는 정직함이란 다른 사람의 손해로내가 이득을 보지 않겠다는 결심, 모든 인간이 각자 마땅한 몫을 누리도록 하자는 마음가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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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 참으로 인간적인 것은 무엇이든 신자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 그리스도제자들의 공동체가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1항)

암브로시오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그대의것을 가난한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일 따름입니다.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용하라고 주신 것을 그대 홀로 빼앗아 썼기 때문입니다.
땅은 부유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것입니다. "땅은 부유한 사람, 가난한 사람 할 것 없이 모든 이가 함께 사용하도록 창조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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