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며느리가 아프다는 소식에 시어머니께서 올라오셨다가 아이들을 제주로 데리고 가셨다. 푹 쉬라며. 처음 어머니께서 오신다고 했을 때는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어머니 오시면 아가씨네 가족도 내려오고 신경 쓸 일들만 머릿속에 가득찼다.
하지만 이틀 있다 내려가시는 어머니를 설만 아니었으면 더 계시라 하고 싶을 정도로 살갑게 챙기시는 바람에 공항에서 전송하며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했다. 요즘 들어 부쩍 시어머니 가까이 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특히 이틀 동안 한 이부자리에 누워 새벽까지 수다를 떨며 어찌나 많이 웃었는지... 어머니 처녀적 고생하신 이야기, 삼남매 키운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어머님의 고된 삶을 들으면서 나도 진짜 강씨 집안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와 만나기 훨~씬 전 어머니의 삶까지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친밀함을 느꼈던 것 같다.
당신도 허리가 아파 오래 서 있지도 못하면서, 내가 극구 말렸건만 아이들을 데리고 가셨다. 제주에 간 우리 딸내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촌들이랑 강아지랑 신나게 놀고 있다며 문자를 보내온다.(음, 핸드폰 사주길 잘했군....)
나는 그 사이 병원에서 맛을 들인 드라마도 채널 돌려가며 실컷 보고(내 평생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드라마를 보긴 처음), 쿡티비 설날 특집 영화도 하루에 두세 편씩 보며, 책도 읽으며 보내고 있다. 아이들이 없으면 되게 심심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 심심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하다.
가진 게 많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행복의 기준을 바꿔주는 책이다. 공지영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고, 그녀의 솔직한 지리산 친구들 이야기에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
결혼하기 전 지리산 종주를 해본 적이 있어서 더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젠 아이들을 데리고 지리산에 가고 싶다. 입원하기 전날 읽었는데 덕분에 마음이 많이 편안했었다.
책제목은 <그냥>이지만 박칼린은 그냥 살지 않는 아주 특별한 여자다. 가정 환경도, 교육 환경도 모두 특별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특별한 환경에서 그냥 살지는 않았던 듯하다. 아주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고, 오늘의 그녀를 만들어주었다.
아주 솔직한 편이지만 한국어로 글을 쓰는 솜씨까지 뛰어나지는 않아서 흠,,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군!! 하면서 흐뭇(?)해했다.
마라톤을 즐기는 남편이 추천해준 책이다. 얼마 전 이 책을 사야겠다고 했더니 사무실에 있다며 가져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보다 더 감동을 받았다. 전업 작가로 살기로 결심하고 건강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를 평생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는 사람. 하루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내 남편이 마라톤 완주를 하면서 순간순간 무슨 생각을 할지 진짜진짜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병원에 누워서 박완서 선생의 타계 소식을 들었다. 해마다 나의 젊은 시절 영향을 미친 작가들이 한 분 두 분 돌아가신다는 생각에 안타깝다. 그만큼 나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이야기겠지... 작년 여름 박경리 문학공원에서 뵈었을 때도 건강이 많이 안 좋아 보였는데 병중이셨던가 보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쓰신 듯 "내가 얼마나 살진 모르지만~" 투의 글이 종종 보였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고 하셨는데 처음 가신 그곳에서 아름다움도 누리고 더 평안하시길...
아들이 먼저 읽고는 되게 재미있다고 쓱 내밀고 간 책이다. 딸만 셋 있는 집안의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집밖으로 나와 노는 재미를 알아가는 이야기다.
작가의 어린 시절이 배경이다 보니 나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다. 겨울이면 꽝꽝 언 논에 나가 썰매를 타고, 산등성이에서 편갈라 눈싸움 전쟁을 하고, 구슬을 사기 위해 엄마의 지갑을 몰래 열고.... 우리 아이들은 어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머릿속에 새기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