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패랭이그림책버스 초청으로 정하섭 작가가 원주에 왔다. 정하섭 샘은 <해치와 괴물 사형제> <열두 띠 이야기> 등으로  익숙해진 작가라서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다. 책을 통해 친근해진 작가들을 만나는 기쁨은 만나본 사람만이 알지. ^^ 

정하섭 작가를 초청한 이상희(패랭이그림책버스 대표) 샘의 말씀에 따르면 정말 초대하기 힘든 분이었단다. 워낙 외부 강연을 안 다니는 작가라서 혹시나 하고 전화를 드렸는데 선뜻 원주까지 와 주셨다며 고마워했다. 그리하야 그림책을 좋아하는 원주의 엄마들은 더불어 행복했고.

   

정하섭 샘의 첫인상은 수줍음 많은 소년 같았다. 강연회에 오면 내 작품 좋다고 말하는 게 어색해서 강연회 같은 걸 안 한다고 했다. 하지만 말씀이 솔직하고 담백해서 강의실에 잔잔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세 아이(다섯살, 세살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여성에 대한 이해심이 생겼고, 주부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도 알겠더라고 해서 엄마들이 공감 백배, 강의실이 웃음 바다가 되기도 했다. 뒤늦게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아이들 성장에도 관심이 간다고 하니 앞으로 나올 책도 기대해볼 만하다.

선생님은 국문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첫 작품은 길벗어린이에서 나온 내가 처음 가본 그림박물관 시리즈 <이 소리가 들리니?>였고, 그후 옛이야기 시리즈를 많이 쓰셨다. 하지만 선생님은 교양 과학에도 관심이 많아 과학 관련 글을 쓰곤 하는데 출판사에서 별 관심이 없다고...  

<나무는 알고 있지>라는 책의 경우 과학책으로 썼는데 출판사에서 그림책으로 분류해서 조금은 섭섭했던 듯. 그 책을 꼼꼼하게 읽어 보니 과학 지식보다는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삶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문학을 전공한 분답게 지식보다는 삶의 방식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에 은연중에 그렇게 표현된 게 아닐까 싶다. 요즘 들어 지식만 담긴 책보다 이런 류의 책이 더 좋아지는 건... 나이가 들어가는 덕일까?

  

선생님은 옛이야기를 재탄생시키는 재주를 갖고 계신다. 요즘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옛이야기의 결말을 바꿔서 이미 결말을 알고 있던 독자들에겐 놀라움을,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주기도 한다. 그날 강연장에서 <자린고비><고양이에게 방울 달기>라는 책을 구입했는데 읽고 또 읽어도 재미가 있었다.  

<자린고비>는 우리의 예상을 뒤엎고 가난한 동네 사람들에게 모아놓은 재산을 나누어주는 노블레스 오블라주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쥐들이 지혜를 모아 고양이에게 방울을 다는 데 성공해서 불가능에 대한 도전과 용기를 심어준다. 이런 책을 몇 권 읽고 나면 옛이야기를 패러디하는 재미에 푹~ 빠질 것 같다.  

  

사람들은 선생님을 옛이야기 전문 작가로 알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 살면서 흥미로운 분야를 발견하면 그쪽으로도 관심을 넓혀 집필하겠다며 강의를 맺었다.

*** 정하섭 샘의 책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엘리자베스 2011-06-30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정리의 달인이십니다. 짝짝짝!
너무 솔직하셔서 자꾸 웃게 만드는 정하섭선생님이셨죠?
다음 강연회때도 우리 함께 해요^^

소나무집 2011-07-02 12:12   좋아요 0 | URL
요즘 그렇게 솔직한 사람이 드물잖아요.
다음엔 또 어떤 분이 오실까 기대가 돼요.

순오기 2011-07-0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하섭 선생님 책, 저도 몇 권 읽었네요~~~
강연 잘 안 다니는 분을 만났으니 횡재하셨네요.^^
패랭이그림책버스가 있는원주~ 좋은 동네여요.

소나무집 2011-07-04 09:20   좋아요 0 | URL
옛이야기를 많이 쓰신 분이라 푸근할 것 같았는데 꼼꼼하고 철저하신 분 같았어요.
요즘 드물게도 자기를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가더라구요.

희망찬샘 2011-07-0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권! 쇠를 먹는 불가사리의 작가군요. 낯익은 책들이 많이 보이네요. 작가님 이름 또 하나를 외웁니다. (좀 더 유식해졌네요. ^^)

소나무집 2011-07-13 14:38   좋아요 0 | URL
우리집엔 정하섭 샘 책이 꽤 많더라구요.
 

어제 아들 학교 도서관 사서 도우미를 하러 갔다. 비 오는 날이라 아이들이 어찌나 많이 들락거리는지 4시간 동안 정신없이 분주했다. 거기다가 2학년이랑 4학년은 번갈아 수업도 하러 오고.  에어컨도 안 튼 데다 비 때문에 창문은 닫아놓고... 등에 땀은 줄줄..... 집에 와서는 꼴까닥했다.   

아들 학교는 생긴 지 얼마 안 된지라 도서관 시설도 상당히 좋고 책도 많고 모두 새 책이라 아이들이 쾌적하게 책을 볼 수 있다.  

그중 만화책 코너는 아이들이 유난히 몰려 있는 곳이다. 저학년이나 고학년이나 잠깐씩 도서관에 오면 볼 수 있는 책은 만화책밖에 없다는 듯 당연스레 만화책을 뽑아든다. 울 아들도 점심 시간에 왔는데 엄마가 도우미를 하는 걸 알면서도 만화책만 보고 있었고.  

아이들이 한바탕 몰려가고 난 후 방으로 된 곳에 만화책이 한가득 흩어져 있어 치우다 보니 대부분 성교육 관련 만화책이었다. 그 책더미 옆에서 1학년 아이들 서너 명이 낄낄대며 <구성애의 초딩 아우성>을 보고 있길래 재미있냐고 물으니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다. 1학년 아이들이 보기엔 좀 쎄 보여서(?) 3학년 정도 되걸랑 보라고 했더니 얼른 책을 내려놓았다. 

시중에 성교육 도서가 많이 나와 있지만 아이들 연령에 맞는 적절한 성교육 도서를 찾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1-07-0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학년 때 중고로 초딩 아우성을 샀더니 희망이가 서너번 읽더라구요. 질문하다가 답이 잘 없으니 자기 혼자 알아서~ 남편이 숨겨 놓길래, 왜 그러나 하면서 다시 내려 놓았더니, 질문의 강도가... 성교육책은 어른이 꼭 먼저 읽어 보아야 할 것 같아요. 고학년은 아우성이 도움이 되겠더라구요. 우리가 잘 해주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 해주니까요. 도서관 도우미를 해 주시는 참 고마운 어머님이 바로 소나무집님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소나무집 2011-06-29 11:50   좋아요 0 | URL
성교육 강사님은 초등생 권장 도서라서 괜찮다고 하는데 그래도 전 단계별 분류를 좀 했으면 싶더라구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 보이던 것을 보이게 하고 사소한 것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본사직영정품]아이오페 아쿠아인 소프너 150ml
아모레퍼시픽[직배송]
평점 :
단종


안 끈적거리고 향도 그리 진하지 않아서 여름 스킨으로 괜찮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름은 망고 - 제4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36
추정경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 깔아놓은 레일 위의 삶에서 조용히 하차해 질퍽거리는 흙길을 외로이 걸어가는 나를 주변에서는 내내 걱정스럽게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내가 다다르려는 목적지는 다른 이들이 만들어놓은 길 위에 있지 않다.(작가의 말에서) 

이 짧은 글에서 작가가 그동안 걸어온 삶이 느껴진다. 남들이 깔아놓은 안전한 레일에서 하차해 나만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간다는 것, ... 살아보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해지지 않은 길을 걸으며 내 길을 만들어냈을 때의 기쁨은 안전한 레일 위에서 이끄는 대로 살아간 삶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나를 돌아보면 안전한 레일 위에서 벗어나면 큰일나는 줄 알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은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그건 생각일 뿐 난 아이들 또한 이미 남들이 깔아놓은 레일 위에서 내려올까 봐 불안해한다. 잘 만들어진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한 길로만 몰아세우게 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면에서 이 작품은 성공이다. 우리 딸이 며칠 사이에 세 번이나 읽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캄보디아라는 나라에서 수아가 살아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수아가 갑자기 엄마를 따라가게 된 나라에는 변변한 학교 하나 없다. 그래서 태국에서 학교를 다녀야 할 정도다. 거기다가 엄마는 우울증에 걸려 있어서 하나뿐인 딸을 제대로 볼보지도 않고 오히려 딸의 이해와 돌봄이 필요하다. 하지만 책임감이라고는 없는 이 엄마가 우울증에 걸린 사연을 알게 되면 가슴이 아프다.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관광 가이드를 하던 엄마는 어느 날 말도 없이 사라지고 수아가 엄마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캄보디아 역사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왕코르와트에 대한 관광을 덤으로 할 수 있다. 캄보디아 역사를 접하며 늘 승자의 역사에 익숙해져 있던 것에 반성했고, 우리 역사가 소중한 만큼 남의 역사도 소중함을 깨달았다.

또 수아가 캄보디아 이웃과 살아가는 과정 속에 담겨 있는 메시지 덕에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은 소수다. 하지만 그들이 수아를 대하는 태도는 한국 사회가 캄보디아인을 대하는 것과는 달랐다. 못 말리는 호기심쟁이 삼콜 할배와 싸움쟁이 쩜빠가 함께 관광 가이드를 하면서 티격태격하는 과정에 다문화 사회에서 온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정답이 들어 있다.  

"아~ 나는 지금의 내가 막 좋아지기 시작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수아는 낯선 나라에서 엄마가 사라진 틈에 스스로 성장을 경험했다. 수아는 보통의 열일곱 아이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당당하면서도 더 희망차게 미래를 살아갈 아이로 느껴졌다. 

아이들을 안전한 레일 위에 앉혀 놓고 떨어질까 봐 불안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신 레일 위에서 떨어졌을 때 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자.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수아처럼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주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