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창비아동문고 219
유은실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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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딸이 한없이 부럽다. 거실이랑 방에 있는 책꽂이에는 엄마가 정성을 들여 고른 좋은 책들이 가득하고, 수학 문제집 푸는 것보다 책 읽는 것을 더 기쁘게 생각하는 엄마가 있으니 말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한숨이 나온다. 시골에서 자라 5학년이 될 때까지 구경해 본 책이라곤 교과서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한이 맺힌 걸까? 나는 아이들 책을 아이들보다 더 재미있게 읽곤 한다.

어제 저녁 밥상도 치우지 않고 이 책을 집어드는 나를 보며 딸아이가 물었다. "그렇게 재미있어요?" "그래." "나도 읽어 볼까요?"  "너 마음대로 하렴. 너도 삐삐를 좋아하니까 좋아할 거야 ."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비읍이가 되기도 하고, 그러게 언니도 되었다가 비읍이 선생님이 되기도 했다. 4학년밖에 안 된 아이가 한 작가에게 푹 빠져 있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대단해 보였다.

이름도 참 특이하다. 아빠가 지어준 이름 비읍이.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이름이다. 이름에 불만이 있지만 말할 수가 없다. 아빠는 이미 다섯 살 때 하늘 나라로 가셨기 때문이다. 엄마는 늘 뭔가 불만에 싸여 있다. 엄마는 책 대신 드라마 보는 것을 더 좋아하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오랫동안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이모가 있다. 하지만 비읍이에겐 엄마에게 야단 맞아도 편을 들어줄 아빠가 곁에 없다. 엄마 때문에 드러내놓고 아빠 이야기 한번 못하는 비읍이의 마음에 가슴이 찡해지곤 했다. 자기의 사정을 생각하며 엄마 아빠가 다 없는 친구 지혜를 배려하는 마음은 어른 이상으로 기특하다.

 다행스럽게도 비읍이에겐 그러게 언니가 있다. 무슨 말이든 잘 들어주고 삐삐와 린드그렌 선생님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다 아는 헌책방 언니다. 비읍이는 그러게 언니와 함께 린드그렌 선생님의 동화책에 대해 , 엄마랑 싸운 거, 학교 친구들 이야기 등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키워간다. 그러게 언니 덕분에 엄마랑 화해도 하게 되고 책 읽는 엄마를 만들고 말겠다는 다짐에는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중간 제목이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을 읽을 때마다 독서감상문을 쓴 것이다. 한 권 한 권 책을 읽을 때마다 자기의 생활을 끌어들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재주가 아주 탁월하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을까? 비읍이나 그러게 언니보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은 생각을 한 끝에 이런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의 작가는 말해 준다. 식품 영양학을 공부했지만 책을 읽는 것이 너무 좋아 문예 창작을 다시 공부하고 작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나도 딸아이를 보며 비읍이처럼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기는 아이로 성장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굳이 책 읽으라고 닦달하지 않아도 책가방 던져놓으면 책을 집어드는 아이가 고맙다. 아직 2학년인 딸아이가 엄마가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만간 이 책을 집어들고 자기도 린드그렌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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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1-0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고 유은실 작가가 궁금하고 기대하게 되었어요

프레이야 2006-11-0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런 책이 있군요. 보관함으로 갑니다. 린드그렌이라면 왕팬이에요^^ 유은실작가네요.

소나무집 2006-11-06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에도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이 하나 하나 쌓여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