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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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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혼자 3박 4일 동안 제주 올레를 걷다 온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어!"

혼자라서 무섭지 않았냐는 나의 말에 승진 못해서 고민에 빠진 남편도, 고3이 코 앞인 아들도,

대학교에 입학만 하고 휴학을 해버린 딸에 대한 생각도 다 집어치우고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여행을 온통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했다.

그날 이후 그 친구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했던 여행에 대해 생각을 좀 해보았다.

낯설거나 혹은 그리운 곳으로 떠나본 몇 번의 여행을 되짚어보니 참 욕심을 많이 부렸다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가볍게 많이 보는 것, 부산스러운 눈도장이 목표가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의 한계였다고는 해도...

엄마나, 딸, 아내, 며느리로서 동반하는 여행이 아닌 여행,

 

나도 언젠가 혼자 떠나는 그런 여행을 해보고 싶다.

천천히 오랫동안 나를 들여다보고 방해받지 않으면서 사유하는 그런 여행을,

나스럽지 않은 나를 발견하는 여행을.

 

<안녕 다정한 사람>에 여행 기록을 남긴 열 사람. 

자기가 좋아하는 것, 낯선 것, 상상할 수 있는 것, 그리운 것, 좋아하는 것,

일과 관련 있는 것들을 찾아 일주일간의 여행을 떠난 사람들.

 

호주의 와이너리로 떠난 은희경에게 여행은 익숙한 것들을 떠나 낯선 것을 찾아 떠나는 것이고,

멀어지기 위해 떠나는 것이고 돌아올 거리를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영화 촬영지 태국으로 떠난 이명세 감독은 방콕 시내 곳곳을 육안이 아닌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고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것에 열광한다.

 

산타 클로스의 나라 핀란드로 떠난 이병률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한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참견하면서 사랑스러우면서도 달콤한 여행을 한다. 나도 이런 여행을 좋아한다.

배우 왕가위에 대한 이미지로 가득한 홍콩으로 떠난 백영옥은 여행에서 복잡하고 미묘한 것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함께했던 사람들, 그곳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과의 기억을 공유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낸다.

 

육백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미크로네시아로 떠난 김훈의 여행은 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열대의 숲과 바다에 마음을 펼쳐놓고도 늘 공부하고 탐구하는 모습 때문에. 

열린 공간 바다를 찾아 뉴칼레도니아로 떠난 박칼린의 여행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상상이다.

그녀는 상상으로 시작해서 상상을 하다가 상상 속에서 마법처럼 여행을 마무리하고 있다. 좀 외로워 보였다.

 

가장 일본적인 문화 중 하나인 도시락의 다양함을 찾아 일본으로 떠난 박찬일의 여행기를 읽으며 즐거웠다.

나도 한번쯤 기차를 타고 다니며 이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국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공연을 보면서 문화 충격까지 듬뿍 맛보는 여행을 한 장기하

비틀즈의 고향 리버플에 가서 세렌디피티(뜻밖의 발견이나 운좋게 발견한 것)의 짜릿함을 경험한다.

 

얼마간 살았던 익숙한 공간과의 재회를 위해 뉴욕으로 떠난 신경숙의 여행은 그냥 일상 같다.

그렇게 낯선 세계로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님을 알려준다.

음악 축제에 함께 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난 이적의 여행은 유쾌하고 부드럽고 늘 음악이 흐르고 있는 듯하다.

 

여행을 다녀와서 읽은 책이라 그런지 참 좋았다. 그리고 다시 떠나고 싶어졌다.

어쩐지 가족과 함께 10명이 우르르 몰려 다녀온 나의 여행은 여행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미 다녀온 같은 장소를 천천히 음미하며 다시 여행하고 싶어진다. 완전히 새로운 여행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 내게도 이렇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여행 좋아하세요?  좋아하신다면 어디든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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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3-01-2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평가단하시는군요.^^
이 책 재밌을 것 같네요.^^

소나무집 2013-01-22 08:28   좋아요 0 | URL
작년에 책을 너무 안 읽어서 한 번 신청해봤어요.^^
그냥 여러 가지 여행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