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한 지 열흘이 되었다.
전망보다 조용함을 선택한 결과 베란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앞동 담벼락과 그 틈새로 조각난 하늘이 보이고
새 아파트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이젠 이사 걱정은 덜었다.
아파트 공간이 비슷해 보여도 조금씩 다르다 보니 공간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먼저 살던 집이랑 현관 위치가 반대여서 화장실을 잘못 찾아가고 싱크대 문을 잘못 열곤 한다.
익숙한 것만 좋아하는 나에게 이사는 사람을 참 띨띨하게 만든다.
2년 살면서 단구동에 정이 들어가던 찰나에 또 이사를 했으니 언제쯤 새 동네가 익숙해지려나...
아직은 짐도 마음도 정리중...
이사한 다음 날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김경호 콘서트 표가 손에 들어왔다고. 아이들하고 올라오라는데 아들 딸은 김경호는 자기들 취향이 아니라며 안 간다고.
그래서 나중에 후회 말라며 나 혼자 갔다.
그런데 차가 어찌나 막히는지 버스 타고 일산까지 가는 데 3시간 20분이 걸렸다.
일찍 남편을 만나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헐레벌떡 공연 시간에 대었다.
저녁은 김밥 한 줄이랑 따끈한 베지밀로 때웠지만
"강원도에서 국민 언니 김경호를 그렇게 쉽게 만나러 가면 안 되지, 암~" 하면서 위안을 했다.
일산 킨텍스 1번 홀에서의 김경호는 나가수에서의 김경호보다 편안해 보였고, 유머 있게 말도 잘했다.
그래서 텔레비전에서보다 훨씬 더 멋졌다.
김경호는 홀을 가득 채운 1만여(? 내 추측) 관중 앞에서 10년 만의 관객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관객이 유치원생에서 중장년까지 다양해서 김경호의 인기를 실감했다.
특히 엄마아빠랑 함께 온 중고생들이 많았는데 나가수가 노래를 통해 세대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재미있는 초대 손님들(임재범 흉내를 낸 정재범, 가짜 김경호 김경혹은 정말 웃겼다)이 있긴 했지만
세 시간 동안 샤우팅으로 끌고가면서 "락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외치던 김경호가 정말 존경스러웠다.
보통 사람은 그런 노래 한 곡만 불러도 지쳐 나가떨어질 텐데...
애교가 철철 넘치던 락가수 김경호의 바람대로 락이 영원하길...
그리고...
옆 홀에서 공연을 끝낸 인순이가 드레스도 벗지 않은 채 백댄서들과 함께 깜짝 등장해서 즐거움을 선사했다.
나가수에서 탈락을 예감하면서도 후배들을 위해 이벤트를 하지 않았다고 탈락의 변을 했다.
인순이는 후배 가수 김경호에 대한 우정 과시 후 시원스레 <거위의 꿈>이랑 <친구야> 두 곡을 불러주고는 떠났다.
그 덕분에 공연 시간이 길어졌고 원주 오는 막차를 놓쳐 남편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와야 했다. ㅠㅠ
공연을 보고 나니 가을 내내 집문제로 심란했던 기분이 싹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