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네 중학교는 입학을 하고도 교복을 안 입었다. 하복부터 입는다고 했다. 드디어 얼마 전 교복 공동 구매에 대한 설문 조사가 있었고, 딸아이의 의견을 물어 공동 구매에 "찬성"을 표시했다.
그런데 막상 공동 구매 업체가 결정되고 실제 구매할 사람은 치수를 재러 오라는 설문에 딸아이의 반응은 "공동 구매 안 할 거야I!." 였다. 이유는 단 하나, 중소 기업 업체인 그 회사의 교복을 입고 싶지 않다는 것.
그래서 어제 교복을 사러 나섰는데... 교복을 사러 가기 전에 지나가는 말로 교복을 사 입힌 엄마들 말에 의하면 "S교복이 괜찮다는데..." 하고 딱 한마디 했다.
그 순간 딸내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하는 조짐이 보였다. 발걸음이 쿵쿵거리고 입에서 나오는 말도 툴툴툴....
순간 저 딸이 왜 그러는지 눈치를 못 챈 나는 "너 왜 그래?" 소리만 반복하다가 말을 할 듯 말 듯 뜸을 들이던 딸, "E교복이 더 좋단 말이에요." 라는 한마디에 분위기 파악하고는 뜨악~
"교복을 입어본 것도 교복 가게에 가본 것도 아니면서 E교복이 좋은지 어떻게 알아? 엄마들은 S교복이 더 편안하고 천도 좋다던데, AS도 잘해주고..." "친구들이 그랬어요."
"뭐가 좋다는데?" "몰라요. 좋대요."
딸아이랑 몇 마디 주고받는 사이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교복 가게 앞에 선 딸아이는 엄마가 사고 싶은 곳으로 가란다. 하지만 난 딸아이가 사고 싶다는 교복 가게로 먼저 가서 입어 보도록 했다. 그리고 다음에 내가 마음에 두었던 교복 가게로 갔는데 딸아이는 교복을 대충 걸쳐 보고는 "S 교복은 별로예요."
결국 E교복에 다시 가서 딸아이가 사고 싶어하던 대로 교복을 사 가지고 나왔다. 딸아이의 얼굴이 세상을 얻은 듯 환해졌다.
이젠 엄마의 말보다 친구의 근거 없는 한 마디가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