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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심리학 - 아들을 기르는 부모, 남자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교육 지침서
댄 킨들론.마이클 톰슨 지음, 문용린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딸을 키우다 아들을 키워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유난히 아들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아들만 둘 키우는 엄마들은 설렁설렁 잘도 키우는 것 같은데.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나와 성향이 비슷한 딸처럼 아들도 그렇게 키우려 하다 보니 더 힘들게 느껴진 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들과 맨날 티태격하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 고민하다 이렇게 살면 아들과 관계가 점점 나빠지겠다 싶어 선택한 책이다. 적(아들)을 알자는 비장한 각오로... ㅋㅋ
500쪽이 넘는 이 책을 깊이 반성하면서 하지만 정말 절실한 마음으로 읽었다. 마약이나 성에 관한 부분은 우리나라 사정과는 좀 거리가 멀어 책장을 대충 넘겼고, 앞부분부터 읽는 것에도 연연해하지 않고 내 상황에 맞는 단원을 먼저 골라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건 나름 좋은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착각이었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전형적인 나쁜 엄마, 아들을 문제 상황으로 몰고 가는 나쁜 엄마에 더 가까웠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제나마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내가 그동안 "넌 도대체 왜 그러니?"라고 물을 때마다 아들의 마음속에서는 "엄마야말로 도대체 왜 그러는데요?"라고 되묻고 있었을 것 같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냐"고 아들의 마음을 물어주는 대신 모든 게 느려터진 아들을 위해서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게 지름길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혹은 저렇게 하면 좋겠다"며 무의식중에 통제와 명령만 해대면서도 난 참 좋은 엄마라고 자처하고 있었다니 아이고, 부끄러워라!
특히 남자 아이들은 문제가 있을 때 여자 아이들에 비해 겉으로 드러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생길 수 있단다.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할 기회를 많이 주고 잘 들어주는 환경에서 자란 남자 아이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나 친구에게 털어놓고 해결하려고 하지만 대부분은 성장하면서 남자가 수다를 떠는 건 남자답지 못하다는 통념을 갖게 되고 스스로를 통제하고 억압하면서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딸과 수다를 떨듯 아들에게도 수다 떨 기회를 주자!
학교에서 오랫동안 상담 교사로 일한 저자들이 상황별 수많은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학교 문제, 친구 문제, 성적 문제 등 문제가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양육을 하는 사람들이나 환경에서 문제가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주곤 했다. 아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즉시 나 자신을 돌아보자! 그리고 약간 충격적인 건 부모의 학력이 높고,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부모의 관심을 듬뿍 받은 아이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상담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한대 욕심이 화를 키울 수 있다.
비록 학창 시절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모범생으로 살면서 내면에 꽁꽁 문제를 숨겨두었던 아이라도 성인이 되어서 사회 부적응자가 될 수도 있고,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심지어는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을 때 "내 아이만은 이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하는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의 문제를 고스란히 아이에게 대물림시키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니 그때 그때 풀면서 살자!
내가 늘 여자 혹은 엄마의 입장에서 아들을 바라보면서 " 애는 왜 그럴까?" "왜 내 말대로 따라주지 않을까?" 고민했던 것들, 아들의 특성을 알고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드니 요즘은 아들과 싸울 일이 줄어들고 화를 내지 않는 좀 덜 나쁜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ㅎㅎ 예를 들면 조용히 앉아 하는 일을 좋아하는 엄마는 계속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아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고 잔소리를 해댄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요즘은 작전을 바꿨다. 일단 "밖에 나가서 실컷 놀다 들어와!"로.
아들을 키우는 부모나 학교에서 남자 아이들을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선생님이라면 꼭 곁에 두고 읽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교실에 여자 아이들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자아이를 가진 엄마 앞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하는 잔인한 선생님은 안 생길 것 같다. 세상 아이들의 반인 아들 혹은 남학생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다. 아들을 키우며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선물했더니 모두 고맙다는 답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