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다녀온 날 동생네 집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근처에 있는 수원 화성에 다녀왔다. 가까이 살 때는 차를 타고 화성을 통과한 적도 여러 번 있지만 특별한 관심이 없으니 가볼 생각을 못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긴 덕에 이젠 어딜 가다 근처에 역사 유적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수원 화성에 가보고 놀란 건 성의 규모였다. 정조가 수도로 삼아 새로운 꿈을 펼치고자 했으니 그 정도 규모는 되어야겠지... 아름다우면서도 꼼꼼하고 튼튼하게 지어진 성을 보니 정조가 품었던 큰 꿈이 보이는 듯했다. 

수원 화성은 우리나라 성은 물론 중국 성의 장단점까지 참고해서 만들었는데 <화성성역의궤>에 화성 공사에 대한 모든 기록이 나와 있어서 그 책을 보고 훼손된 부분을 복원. 조선시대 성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세워진 수원 화성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성의 둘레 5.74킬로미터, 성벽 높이는 5미터 가량. 

"18세기에 완공된 짧은 역사의 유산이지만 동서양의 군사 시설 이론을 잘 배합시킨 독특한 성으로서 방어적 기능이 뛰어난 특징을 갖고 있다. 약 6킬로미터에 달하는 성벽 안에는 4개의 성문이 있으며 모든 건물이 각기 다른 모양과 디자인이 다른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다섯 아이들을 데리고 걷기로 했다. 서장대까지 두 시간 동안 걷느라 힘은 들었지만 중간중간 있는 건물에 들어가 앉아 쉬기도 하면서 수원 화성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창룡문에서 서장대까지 반만 돌았는데 한 바퀴 다 돌려면 도시락 싸들고 하루 일정으로 가야 할 듯. 

우리가 걷기 시작한 이 건물은 창룡문으로 장안문, 화서문, 팔달문과 더불어 수원 화성에 있는 4개의 성문 중 하나로 화성 동쪽에 있다. 성문 앞에 둥글게 옹성(항아리 모양)을 쌓아 성문을 보호하고 있다.

창룡문 안쪽에서 바라본 모습.    

성 안으로 도로가 나 있어 차가 다닌다. 저기 서 있는 차들은 대부분 관광 버스였는데 관광객이 전부 일본인이랑 중국인이었다. 그네들은 화성에 와서 무엇을 얻어갈까 궁금하다.

동북공심돈. 화성에는 세 개의 공심돈이 있는데 돈의 내부가 비어 있는 망루라는 뜻이다. 이 공심돈에는 안에 나선형의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벽에 뚫린 구멍은 빛의 통로이자 총구멍 역할.     

가까이 있는 적과 멀리 있는 적을 향해 총을 쏠 수 있도록 구멍의 각도가 다 다르다.   

동북각루. 각루는 높은 위치에 누각 모양으로 세워 주변을 감시하거나 휴식용으로 이용했는데 동북각루, 서북각루, 서남각루, 동남각루 등 네 개가 있다. 이 각루는 방화수류정(꽃을 좇고 버드나무를 따라가는 아름다운 정자라는 뜻)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데 수원 화성 건물 중 가장 아름답다.  

 방화수류정 아래 보이는 건물로 북수문이다. 수원 화성에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개천이 성 안을 지나고 있는데 물길 위에 이렇게 수문을 세워놓았다. 물보라가 칠 때면 무지개가 걸려(?) 화홍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수원팔경 중 하나. 남편 회사 감사님을 지내신 적이 있는 염태영 현재 수원시장님이 늘 자랑하셨다고.. 

장안문. 장안이라는 말은 중국의 수도 장안을 뜻하면서 백성들을 크게 편안하게 해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조가 화성으로 천도할 꿈을 꾼 의도가 엿보이는 명칭인 듯. 국내에서는 가장 큰 성문이다.

 장안문을 지나자 포루가 나왔다. 포루는 성벽의 일부를 돌출시켜 가까이 온 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시설로 화포를 숨겨두는 장소. 서포루, 북서포루, 동포루, 동북포루, 남포루 등 다섯 개가 있다.      

매점에서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었으니 서장대를 향해 힘내자. 하나 둘~ 하나 둘~

아침에는 시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텁지근하면서 더워졌는데 성벽에 뚫린 구멍에서 시원한 바람이 쑹~쑹~ 나오는 게 신기하다며 그 앞을 못 떠나던 우리 딸. 웬만한 선풍기 바람보다 더 시원했다.    

 드디어 팔달산 정상에 있는 서장대에 도착했다. 서장대에 도착할 무렵부터 비가 쏟아졌는데 마루에 사람들이 오글오글 앉아 있었다.  

사방 100리가 한눈에 보이는 장대는 성 주변을 살피면서 군사를 지휘하던 곳으로 서장대와 동장대가 있다.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장헌세자)의 묘(화성시 태안읍 안녕리에 있는 융릉)를 참배한 후 이곳에 와서 직접 군사를 지휘했다고 한다.

비오는 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 시내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정약용이 고안해내서 수원 화성의 공사 기간을 단축시킨 거중기. 동생네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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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7-3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에서 학교 다닐때 가끔 갔었는데 소나무집님 페이퍼로 보니 반갑네요.^^
날이 많이 더워 다니기 힘드셨을 것 같아요.

소나무집 2010-07-31 11:13   좋아요 0 | URL
아침 일찍 가서 많이 덥지는 않았어요. 모자도 우산도 없이 갔는데 나중에 소나기까지 내리고...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 했어요.
수원에서 살았었나 봐요?
수원 화성은 맘만 먹으면 전철 타고도 갈 수 있는 곳인데 이제야 다녀왔어요.
그날 보니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덕분에 서울은 몰라도 수원 화성은 아는 외국인이 많대요.

2010-08-11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8-0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가가 팔달문 앞을 지나야 해서 그 앞만 지나다녔고,
융릉은 가봤는데 수원화성은 못 가봤는데 덕분에 잘 봤어요. 감사~ ^^
정조의 마음이라~~~~~~~ 느껴보고 싶네요.

소나무집 2010-08-03 07:14   좋아요 0 | URL
나중에 한 번 들러 보세요. 시간이 없으면 코끼리 열차처럼 생긴 열차를 타고 한 바퀴 도는 방법도 있어요. 하지만 제대로 구경하려면 성을 따라 걸어야 돼요.
그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양의 건물들이 정말 독특했어요.
정조가 이걸 왜 만들었을까 생각하면서 걷는 것도 좋아요.

희망찬샘 2010-08-0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랑 수학여행으로 후딱 지나간 기억~ 남아있는 게 없네요. 이런 게 진짜 여행이군요.

소나무집 2010-08-08 15:58   좋아요 0 | URL
남는 게 없는 거~ 단체 여행의 단점이지요.^^

BRINY 2010-08-1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성 복원 시원찮게 해놨죠. 조선시대에 쌓은 부분은 색만 바랬지 금 하나 안가고 틈도 없이 촘촘하게 쌓여져있는데, 20세기에 복원한 부분은 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