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도깨비죽 신나는 책읽기 24
신주선 지음, 윤보원 그림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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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자란 나는 지금의 아이들은 일부러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성주신, 조왕할미 등의 존재를 피부로 느끼며 자랐다. 무슨 잘못을 하거나 떼를 쓰고 울기라도 하면 성주신이 보고 계신다는 말을 들었고, 설날이나 정월 대보름날이면 할머니께서 제삿상보다 더 먼저 챙기는 분들이 있었는데 바로 집을 지켜주는 신들이었다.  

안방 천장 어딘가에 있다던 성주신, 부뚜막에 있던 조왕신, 수돗가, 벼를 보관하던 광, 화장실 앞 등에 여러 가지 음식을 내어놓고는 아이들이 건드리지 못하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는 정말 그런 신들이 지켜주는 덕분에 우리집이 일 년을 잘 수 있는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고, 할머니 못지 않게 경건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같다. 지금 내가 이런 집안을 지켜주는 신들이 있으니 예를 갖추어야 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과학의 발달로 그런 신들이 어디 있느냐고, 그건 미신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집안과 자연을 지켜주는 다양한 신이 있다고 믿었던 것은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고, 자연이 챙겨줄 때만 비로소 제 역할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조상들은 알고 계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현재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파트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집이 아닌 활용 가치만 따진 공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집안의 잡다한 신을 모시던 집안에서 자랐으니 <으랏차차 도깨비죽>이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구닥다리 혹은 미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집안과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들을 저학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판타지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힘이 쎈 것들과 힘이 약한 것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니 더 좋았다.

외할머니댁에 놀러갔던 홍주가 밤중에 화장실에 다녀오다 만난 조왕할미 덕분에 하룻밤 동안 모험을 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만난 집안을 지키는 신들과 자연을 지키는 도깨비들이 씨름 대결을 한다. 홍주도 얼떨결에 조왕할미가 쑨 힘을 내는 도깨비죽 한 그릇을 먹고는 이 싸움에 끼어들게 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조왕할미가 변신을 하고, 터줏대감이 도술을 쓰는 장면은 특히나 아이들이 좋아한다. 씨름에서 집지킴이들이 이기면 농사도 잘 되고 집안도 무탈하지만 도깨비들이 이기면 사람 사는 집이 도깨비 천지가 될 수도 있는 상황, 과연 결론은 누구의 승리일까?  

가을걷이가 끝난 뒤 보름달이 뜨는 밤, 집 주변을 잘 살펴보도록... 흥미진진한 도깨비들의 씨름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초등 저학년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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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4-0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책 정말 좋아해요. 우리 것을 알아가는 게 참 소중하고 좋잖아요.^^

소나무집 2010-04-12 08:42   좋아요 0 | URL
아이들 혼자 보면 좀 재미 없을 수도 있는 책이에요.
저런 집지킴이 신들에 대해 잘 모르니까요. 하지만 예비 지식이 좀 있으면 재미있어요. 엄마나 할머니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으면 더 좋구요.

같은하늘 2010-04-08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은 이런 책 보면서 정말 신기해 할것 같아요.^^ 재밌겠다...

소나무집 2010-04-12 08: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신기해할 거예요. 뭐 이런 것들이? 하면서요. 하지만 자연과 가까이, 땅과 가까이 살던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에는 간절하게 섬길 수밖에 없는 대상이 아니었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