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1933-2005)
 

 ***   명진관 강의실에서 약간 구부정한 모습으로   

       시를 읽어주시던 교수님의 모습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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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10-2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슬픔이 느껴지네요.

소나무집 2009-10-22 11:08   좋아요 0 | URL
요즘 세종시 관련 뉴스를 보다가 생각난 시예요.
님, 가을인데 잘 지내시지요?

꿈꾸는섬 2009-10-2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정말 너무 좋아요.

소나무집 2009-10-23 08:59   좋아요 0 | URL
정말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