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까만 얼굴의 루비
루비 브리지스 지음, 고은광순 옮김, 오정택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딸아이가 학교에서 빌려와 읽고 나더니 좋은 책인 것 같다며 내게도 읽어보라고 했다. 책을 읽다가 딸아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젠 차별과 인권에 관한 책을 읽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구나 싶어 대견해 보였다.
루비 브리지스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백인들만 다니던 학교에 다니게 된 흑인 소녀다. 그동안 간간이 흑인분리 정책과 차별에 관한 동화책을 읽긴 했지만 이 책은 정말 특별한 감동을 주었다. 백인들만 다니던 학교에 최초로 다니게 된 루비가 당시를 회상하며 솔직하게 직접 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이 얼마나 인권 후진국이고 이기적인 인간들의 집단이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오바마 같은 흑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 그래서 대단해 보였던 그 나라에서 흑인과 백인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된 지 이제 4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너무나 놀랍다.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학교에 가고, 흑인 아이와 같이 공부시킬 수 없다며 등교 거부를 하는 바람에 텅 빈 교실에서 헨리 선생님과 단 둘이 공부하게 된 여섯 살의 루비.
등교길에 백인들이 퍼붓는 "검둥이는 집에 가라" "너를 죽일 방법을 찾고 말겠어" 같은 외침과 수없이 몰려든 기자들의 관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어렸던 루비. 하지만 그녀의 등교는 백인 우월주의에 젖어 흑백 분리를 주장하던 많은 백인과 이미 차별에 익숙해져 있어 왜 바뀌어야 하는지도 모르던 흑인들에게 서서히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최초로, 꿋꿋하게, 백인 학교에 다닌 루비의 상징성은 크다. 루비의 그 특별했던 1년은 루비는 물론 흑인과 백인들의 의식을 바꿔놓은 대단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루비는 헨리 선생님과 단 둘이 보냈던 1년을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루비를 딸처럼 돌봐주었던 헨리 선생님은 흑인 아이를 가르친다는 이유로 같은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따돌림을 받았고, 신변의 위협 때문에 남편 외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흑인 아이를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많은 사진과 신문 기사와 증언이 실려 있어서 더 생생하게 루비와 당시 흑인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젠 다문화 국가가 되어가고 있고, 곳곳에서 얼굴색이 다른 그들에 대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그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아마 아이들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인종 차별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을 읽은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미래는 분명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인권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4학년 이상 아이들에게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 한 권 있다. <그들은 자유를 위해 버스를 타지 않았다> - 내일을 여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