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아들이 올해는 선생님을 정말 제대로 만났다. 2학년 때 아이의 특성을 생각해주지 않는 할아버지 샘 때문에 내 마음 고생이 엄청 심했는데 올해는 그런 마음 고생은 안 해도 될 듯하다. 대신 5학년 딸아이 샘은 학교를 경로당이라고 생각하는 할아버지 같아 정이 안 가고...

어제 체험학습신청서 쓰러 학교에 갔더랬다. 50대 초반의 여자 샘인데 부산스러운 우리 아들 땜시 걱정을 했더니 다 괜찮다 하신다. 10살 아이가 너무 얌전하면 그건 어디가 아픈 거란다. 2학년 때 샘이 일 년 내내 지적했던 글씨 못 쓰는 것도 요즘 아이들 다 그러니 흠이 될 게 없단다.  

오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발걸음이 가볍고 고마운 마음에 코끝이 다 찡해졌다. 같은 아이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 선생님의 틀 안에 아이를 가두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선생님, 이게 진정한 선생님의 모습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선생님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할 수 있어서 정말 흐뭇했다.

선생님과 이야기 하던 중에 아이들에게 학급 문고(완도 와서 학급 문고 신경 쓰는 샘도 처음 만났다)를 세 권씩 가져오라고 했는데 몇 명 안 가져 왔다기에 우리집에 있는 책을 넣어주기로 했다.  한 학기에 한 번씩 바꿔서 넣어주겠다고 했더니 선생님 너무 좋아라 하셨다. 그래서 책 챙겨 갔더니 '강지우가 가져온 책입니다. 깨끗하게 보고 다시 돌려주세요.' 라고 쓴 스티커를 다 만들어 놓으셨다.  

집에서 학급문고로 가져간 책들이다. 좀 얇은 책 30권으로 골랐는데도 들고 가려니 팔이 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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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4-0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다행이에요 작은 배려가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되지요

소나무집 2009-04-09 16:32   좋아요 0 | URL
좋은 선생님인 것 같더라구요. 님도 나중에 태은이 학교 가면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