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에 남편은 한국에 있을 때 밥이라는 걸 해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외출을 하면 해놓은 밥도 차리기 싫어서 아이들하고 나가서 밥을 사먹는 걸로 때웠다. 그런데 미국 가더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하루 세 끼를 다 해결(이 국립공원에서는 점심 한 끼도 무료 제공을 안 한단다.) 해야 하다 보니 하루 하루 요리 솜씨가 늘어가고 있다.  

오늘은 이 페이퍼를 회사 직원들이 주로 다니는 카페에 써서 올렸다. 그대로 퍼왔더니 편집이 알라딘하고는 안 맞는다. 요리 페이퍼 작성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은퇴하면 요리사의 길로 밀어볼까???

[이 기록은 앞으로 IVIP 생활을 하게 될 후배들을 위해서 특별히 남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먹는 거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제 평소 소신이지만 여기서는 정말 먹는 문제로 고민, 고생, 고충이... 참 많았습니다. 하루 세 끼를 혼자서 알아서 다 해결해야 하는데 먹을거리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몇 주간 식료품 마트에 가도 도대체 살 수 있는 식재료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내가 아는 방식의 한국 사람으로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음식료 재료라고는 쌀하고 가끔 눈에 띄는 신라면이 전부였으니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제 한달 여 시간이 지나고 - 그동안 몸 무게가 4kg 이상 빠진 듯 허리띠 구멍이 하나 더 줄어들었다. - 도저히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름대로 먹는 문제 해결을 해보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방법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제부터 저만의 ‘미국에서 혼자 살아남기’ 노하우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도전 요리(?)는 잡탕찌개입니다. 재료는 모두 현지에서 구입 가능한 것들입니다. 우선, 미국산 쇠고기(안전 문제는 각자의 몫입니다. 스튜용 쇠고기가 싸고 요리하기 편합니다.), 파, 당근, 양파, 피망(초록, 빨강), 감자입니다. 양념은 간장(현지 구입 불가 - 없어도 상관없음), 소금,  후추, 핫 소스와 살사(Salsa-Hot) 소스, 마지막으로 마늘입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냄비가 준비되면 고기와 마늘, 간장(소금)으로 간을 하고 먼저 볶습니다. 

 

고기가 겉이 익어가면 감자와 당근을 넣고 조금 더 볶다가 물을 적당량 붓습니다. 냄비가 끓기 시작하면 준비된 채소류를 피망, 양파, 파 순서대로 넣고 끓이면 됩니다.


다 익으면 그릇에 붓고 밥과 약간의 밑반찬(김 등)을 함께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됩니다. 어때요? 아주 쉽죠! 아, 쇠고기가 꺼림칙하시다구요? 그럼 다음을 기대하세요. 


다음은 닭고기 야채 볶음입니다. 준비 재료는 닭고기와 양파, 마늘, 파, 피망(초록, 빨강), 당근입니다.  양념 등은 살사 소스, 소금, 후추, 와인, 그리고 식용유입니다.


 

먼저 닭고기는 닭 가슴살을 준비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음 마늘, 소금, 후추, 와인으로 밑간을 합니다. 야채는 적당한 크기로 미리 잘라 두시면 좋겠죠? 그런 다음 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뜨거울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준비된 고기를 뜨거운 팬에 넣고 익히다가 먼저 당근, 피망, 양파 순으로 넣고 볶습니다. 그리고 살사소스와 와인을 붓고 익히다가 마지막에 파를 넣고 살짝 더 볶아주면 됩니다. 

   

그리고, 밥이 준비된 접시에 닭고기 야채 볶음을 얹고 와인(화이트 와인이 흰살 고기에 잘 어울리겠죠?)을 곁들여서 맛있게 드시면 되겠습니다. 와우! 너무 잘 먹고 산다구요? 한 달만 고생해 보세요. 그럼 알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밥과 볶음을 다시 팬에서 함께 볶으면 훌륭한 볶음밥이 됩니다. 끝까지 마지막 한 톨의 쌀, 마지막 한 조각의 고기와 야채까지도 남김없이 다 먹어 줍시다. 
 


채소도 잘 먹어야 됩니다. 믹싱 샐러드 재료에 드레싱, 당근과 사과를 넣어서 그냥 드세요. 

 


미역을 준비해 가면 미역국에 밥도 좋습니다. 샐러드에는 익힌 닭고기를 함께 먹어도 좋아요.  
 

 

그럼 이런 즉석 식품은 전부 다 버리시고 잘 먹고, 잘 살고, 열심히 일하고, 경험하고, 배우면서 신나게 혼자만의 멋진 생활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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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03-09 12:46   좋아요 0 | URL
네, 다시 올릴게요.

전호인 2009-03-0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야말로 생존의 방법이로군요.
뭐든지 찾아나서면 해결 못할 것이 없습니다.
특히나 유럽 등 서구에서 한국식으로 먹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든 일이지요.
식당을 가도 메뉴가 얼마나 디테일한지 알지 못하고는 도저히 시켜 먹을 수가 없더라구요.
많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이겠군요.
소나무님의 마음이 찡하시겠어요.
된장찌개, 김찌찌개의 생각이 간절하실텐데.....

소나무집 2009-03-10 10:13   좋아요 0 | URL
저는 남편이 떠날 때 먹거리로 고민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어요.
대도시가 아니라 산골이라서 더 식재료 찾기가 어려운가 봐요.
그래서 나중에 김이랑 미역 같은 거 보내줬답니다.

아영엄마 2009-03-09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군의 요리실력이 엄청 늘어서 귀국하시면 소나무집님 식구들의 밥상이 기대되는 걸요~. 근데 한국 오시면 다시 안 하실려나~ ^^

소나무집 2009-03-10 09:53   좋아요 0 | URL
아마, 안 할 걸요.
그래도 매일 메뉴 고민하는 마누라의 마음을 알아줄 것 같긴 해요.
아이들은 아빠가 해주는 달가슴살 볶음밥이 너무 먹고 싶다고 하는데
이건 한 번 해보라고 해야겠어요.

하늘바람 2009-03-0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시네요
귀국이 기다려지실 것같아요.
1년을 준비하시다니 참 멋집니다

소나무집 2009-03-10 09:55   좋아요 0 | URL
영어 때문에 그렇죠.
준비했다고는 해도 언어 스트레스가 엄청난가 봐요.
아마 돌아오면 더 열심히 영어 공부할 듯.

2009-03-09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0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03-09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경이 바뀌면서 옆지기님의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으셨네요. 근데, 사진보면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맛도 괜찮을 듯 싶어요. 다음에 나가시면 남편분께 식사대접 받고 오시겠어요.ㅎㅎ

소나무집 2009-03-10 09:57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한국에서는 저런 모습도 상상 해본 적도 없어요.
환경이 사람을 저렇게 변화시키나 봐요.
저도 닭가슴살 볶음밥이 먹고 싶은 거 있죠.
오늘 아이들하고 해먹기로 했어요.

iCANdoit 2009-03-1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소나무집님 옆지기, 미국에서 혼자 살아남기에 도전 중인 요리사(?)입니다. 혼자 지내면서 가족이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기회에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10여년 못난 옆지기 먹여 살리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미국오면 내가 잘 해줄께.

2009-03-10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