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내맘대로 좋은 책 연말 스페셜!
2008년에 읽은 책 중 내 마음대로 좋은 책을 골라 보았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난 날 책제목을 보며 <완득이>가 뭐냐며 깔깔댔던 게 기억난다. 요즘도 이렇게 촌스런 이름을 짓나 싶어서. 하지만 그 덕분에 완득이가 더 만만했던 걸까? 완득이와 똥주 선생은 금방 나의 친근한 이웃이 되었고, 공부하느라 머리 터지고 있는 중학생 조카들에게 선물하느라 바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시골이라서 정말 다문화 가정이 많다. 그들에게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완득이>를 읽은 이후 그들의 삶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요즘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공부도 시작했다.
제주 며느리로 12년을 살았으면서도 내가 제주에 대해 아는 것은 그저 일반 관광객들과 비슷했다. 시댁에 갈 때마다 너무 이질적인 문화에 고개를 젓기만 했지 제주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 같은 건 별로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알았다.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분위기로만 알아챘던 제주 사투리와 저걸 어떻게 먹나 싶었던 제주 음식들, 그리고 제주의 풍광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다. 시댁이 제주이기에 일 년에도 몇 번씩 그 곳을 찾을 수 있는 난 진짜 행운아다. 올레가 있는 제주에 가고파서 설날이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재작년에 큰 수술을 하신 친정엄마, 그래서인지 그후 자꾸만 친정 엄마가 눈에 밟힌다. 그런데도 멀리 떨어져 살기에 친정엄마에게 해드릴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러다 이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이틀 동안 난 하루에 두 번씩 전화를 했다. 왜 또 전화를 했냐는 엄마 말씀에 "그냥"이라고 대답했지만 그 속엔 그동안 전화도 자주 못했던 미안함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부터 엄마는 당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몇 권은 될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한때는 엄마의 이야기를 써 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신경숙은 이런 우리 엄마들의 바람을 알고 있었던가 보다. 작품 속 엄마와 나의 친정엄마는 참 많이도 닮았다. 그래서 비질비질 나오는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늘 아이들 책 위주의 독서를 하는 사람이라 아이들 그림책 중에서도 세 권을 골라 보았다.
태안 앞바다에서 있었던 기름 유출은 정말 충격이었다. 더구나 친정이 그 근처이기에 내게 다가온 충격은 더 남달았다. 이 책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 덕분에 겉으로 보이는 기름 흔적이 사라져갈 무렵에 나왔다.
벌써 1년이 되었다. 기름으로 바다를 시커멓게 덮었던 그 일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 듯 요즘은 아무도 기름 바다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1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수업을 했다.
거미와 파리의 관계를 빗대어 어린이들에게 충고하는 책이다. 이 이야기는 1829년에 처음 소개되었다는데 2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전달하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왜냐하면 지금도 아첨과 거짓으로 사람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싶어하는 이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 반한 건 그림 때문이다. 그림의 느낌이 영화 <유령 신부>와 흡사하다. 흑백 톤의 어두침침하면서도 으스스한 그림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한글을 학습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 책이다. 자음과 모음이 만나서 글자가 아닌 새나 잠자리, 소, 꽃, 기차 같은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책 속에 들어 있는 자음과 모음 스티커로 놀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간다. 한글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미술 놀이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줘서 무척 고마웠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