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들 때문에 심란한 며칠을 보냈다. 아들 녀석이 친구들과 싸워서 사태를 수습하느라. 학부모 총회에 간 날 선생님께 말썽꾸러기 3인방 중에 하나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기에 내내 초긴장 상태였는데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만 것이다.
그날 아침 밥을 먹다 나의 유도 심문에 넘어간 아들 녀석이 전날 걸려서 청소를 하고 선생님께 25대를 맞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맞은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무리 애가 잘못했어도 25대는 너무 했다 싶어 선생님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는데 아이들 학교 가자마자 맞은 아이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앞뒤 이야기까지 다 듣게 되었다.
떠들었다며 이름을 칠판에 적은 반장 아이의 팔을 물고 옆에 있던 또 한 아이를 때린 게 사건의 전말이다. 평소 화를 잘 참지 못하고 분노를 드러내곤 하는 성향이 있었는데 아주 크게 일을 벌렸구나 싶었다.
늘 모범생 소리를 듣는 딸과는 너무 대조적인 아들의 학교 생활이 사실 적응이 안 된다. 엄마 아빠 성향을 보면 우리 집에 이런 아이가 나온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린다. 이게 화병의 징조 아닌가 몰라.
현명한 판단을 잘 내려 주시는 시어머니께 제일 먼저 전화해서 어찌할까 여쭤보니 한의원에 상담해서 화를 가라앉히는 약을 먹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어머니도 좀 심각하다고 판단하셨던 듯. 그래서 친구 남편이 하는 한의원에 상담을 하니 우리 가족을 너무 잘 아는지라 내린 처방이 "약은 무슨,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오후가 되어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하니 자기가 몇 대 때렸다며 하루 이틀에 고쳐질 일이 아니니 천천히 생활하면서 고쳐 보자고 하셨다. 그래도 25대까지 때린 이야기는 안 하셨다. 사건 직후 바로 전화 안 한 걸 고마워해야 하나?
사실 그날 새벽 아들 녀석이 오줌을 쌌다. 두 돌 지난 이후 없었던 일이라서 이게 웬일인가 싶었지만 사건을 모르던 아침이라서 그냥 웃고 넘어갔다. 나중에 생각하니 선생님께 맞고 혼나면서 나름 스트레스가 컸나 싶어 안쓰러운 마음에 울컥하기도.
결국 우리가 내린 처방은 아이 보는 앞에서 그 친구네 집에 가서 엄마 아빠가 사과하는 모습 보여주기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일기 쓰기였다. 아이는 둘 다 하기 싫어했지만 그냥 넘어가선 안 될 것 같았다. 앞으로 그런 일이 또 생기면 학교보다 더 좋아하는 태권도 학원을 끊겠다는 조건도 일기에 쓰도록 했다.
아이는 일기에 억울하다는 말을 엄청 강조해서 썼다. 떠들지도 않았는데 이름을 적었고 그래서 때렸다는. 말로 설명이 안 되니 행동이 먼저였겠지만 그래도 친구를 때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언제 깨달을 거나?
아들 키우기 정말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