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강진에 있는 영랑 생가에 다녀왔다.
겨울이라서 모란꽃도 찾는 이도 없이 마냥 쓸쓸했다.



마침 지붕을 새로 얹고 있었다.
노랗고 깔끔한 지붕이 손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안뜰에 모란은 많으나 꽃도 잎도 다 떨군 채 조용하다.
꽃이 피면 안마당도 환해지겠지?


실물이랑 똑같은 인형이라서 얼핏 보면 정말 김영랑 시인이 앉아 있는 것 같다.

생가 뒤편은 대나무숲으로 둘러쳐져 있다.
모란꽃 대신 시선을 잡아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