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강진에 있는 영랑 생가에 다녀왔다.

겨울이라서 모란꽃도 찾는 이도 없이 마냥 쓸쓸했다.






마침 지붕을 새로 얹고 있었다.

노랗고 깔끔한 지붕이 손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안뜰에 모란은 많으나 꽃도 잎도 다 떨군 채 조용하다.

꽃이 피면 안마당도 환해지겠지?





실물이랑 똑같은 인형이라서 얼핏 보면 정말 김영랑 시인이 앉아 있는 것 같다.




생가 뒤편은 대나무숲으로 둘러쳐져 있다.

모란꽃 대신 시선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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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12-2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이다보니 쓸쓸함이 더 클 것 같아요.
잔잔한 바람이 부는 늦봄 쯤에 가보면 좋을 것 같군요

소나무집 2007-12-28 10:24   좋아요 0 | URL
모란꽃이 필 무렵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를 것 같아요.
안뜰에 모란이 많았거든요.

세실 2008-01-02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깜짝이야. 저두 언뜻 사람인줄.... 겨울 대나무숲이 운치있습니다.
앞을 보세요 찰칵~~

소나무집 2007-12-28 10:25   좋아요 0 | URL
대나무숲 사이에 오래 서 있다 보면 시가 저절로 써질 것 같던데요.
저는 화려한 모란도 좋지만 대나무의 느낌도 좋았어요.

하늘바람 2007-12-27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여행길은 참 부러워요

소나무집 2007-12-28 09:53   좋아요 0 | URL
일요일 심심해서 나갔다가 들렀어요.

2007-12-27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8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7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8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8-01-0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이은 초가지붕이 새초롬하니 참 단정하고 정겹네요. 꼭 봄이 아니더라도 가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08-05-09 09:04   좋아요 0 | URL
봄이 다 가도록 못 가봤네요. 시집 한 권 들고 정말 가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