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내 생일에 아이들 기말 고사가 겹쳤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엄마 생일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평소에는 공부 안하고 주말부터 시험 준비시키느라(아이들보다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한 기분이다.) 아침에 친정엄마 전화를 받고서야 생일임을 알아차렸으니 식구들 모두 황당~
내가 미역국을 좋아하는 관계로 급하게 미역국을 끓이고 있는데 우리 딸 냄비를 들여다보며 하는 말,
"엄마, 난 시험 보는 날 미역국 안 먹어. 다른 국 주세요."
아참, 그렇구나. 그런데 시험 보는 날 미역국 안 먹는 건 누가 가르쳐줬냐 그래. 그래서 부랴부랴 시금치 된장국으로 메뉴를 바꾸고 아침상을 차렸다. 밥상 앞에 앉던 아들 녀석이 갑자기 휙 뒤돌아 앉아 면벽을 해버려서 이유를 물으니 그저 묵묵부답. 아이고 답답해라. 엄마 생일에 그러면 안 된다고 아빠가 한참이나 설득한 끝에 들은 이유는
"엄마가 어제 오징어볶음 해준다고 하더니 없잖아요?"
아들이나 딸이나 언제 철들려는지... 생일날 아침 아들딸의 난리가 어찌나 쾌심한지 나도 울분을 터트렸다. 그래서 셋 다 집에 들어오면서 선물을 반드시 가지고 오라고 윽박질렀다.
딸은 시험 점수로 대신한다기에 그냥 넘어갔는데 아들 녀석이 "나는 밥 사 줄게요." 그런다. 웬밥?
"니가 돈이 어디 있어서?" "내 저금통에 칠십몇 만원 있잖아요?"
"밥값이 얼마인 줄 알아?" "한 오만원쯤요."
"너 그렇게 많은 돈을 쓸 수 있어? 그 돈이면 책을 얼마나 많이 살 수 있는데?"
아들 녀석이 아빠를 쳐다보자 둘이서 귓속말로 뭐라고 하더니 끝까지 저녁은 아들 녀석이 책임진대나. 그래서 먹게 된 저녁이 아구찜이다.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데 여름에 먹고 못 먹어서 골랐다나. 지가 먹고 싶은던 게지!
메뉴판을 보면서 밥값을 계산하던 우리 아들,
"반은 아빠가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나머지 반은 엄마가 내 통장에서 꺼내서 아빠 주세요!"
어쨌거나 아들의 마무리 때문에 즐거운 생일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