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중학생 시절은 어땠나 생각해 본다. 사춘기에 질풍노도의 시기라지만 그런 말들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인공 이보라만큼이나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모범생으로 무사히(?) 학창 시절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나는 승범이처럼 눈에 띄게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고, 창은이처럼 든든한 백이 있거나 은하처럼 아버지가 무섭지도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분명 분출하고 싶은 열정이 숨어 있었다. 단지 그 열정을 내지를 대상도 없었고 사실 그게 뭔지도 몰랐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하지만 요즘의 중학생 아이들은 다르다. 열정은 많으나 공부에 눌려 뿜어낼 수가 없다. '요즘 얘들 노릇하기 힘들다'는 주인공의 고백이 없더라도 그들의 생활이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나 안다. 마냥 어린 초등 학생도 아니고 '분명한 건 아무것도 없는 어정쩡한 시기'여서 더 힘든지도 모른다. 학교가 싫고 공부가 지겨운 아이들 앞에 튀는 교생이 나타났다. 미혼모에 홍대 앞 클럽에서 노래까지 부르는 별난 교생이 바로 주인공 이보라의 이모다. 0205 비밀의 방. 2학년 5반 아이들의 인터넷 카페다. 별로 드나드는 아이들도 없던 카페에 교생에 대한 사진과 교실에서 인호를 때리는 담임의 동영상이 뜨자 학교가 발칵 뒤집힌다. 여기서 학교의 문제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학교 체면을 구겨놓는 교생이나 선생님들의 잣대에 어긋나는 아이들은 교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죽은 듯이 엎드려 있도록 강요받는다. 담임의 세련된 양복 주름보다도 못한 대접에 아이들은 할 말을 잊는다. 아이들의 속마음은 들여다보지 않고 뭐든지 멋대로 해석해버리는 학교에 정나미가 떨어질 만도 하다. "너희들이 나에 대해 뭘 알아? 모두 죽여버리고 싶어! 학교 따위 불을 질러버리고 나한테 한대로 고대로 돌려주고 싶어!" 가출하면서 남긴 은하의 비명은 은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진실은 뭔지도 모른 채 아이들의 등을 떠밀고 시원해하는 학교의 태도에 한숨이 나온다. 말문을 닫아버린 수많은 은하들은 이제 어디로 돌아가란 말인가? 카페에 올라왔던 담임의 폭력 동영상이 외부에 공개되고 기어이 문제가 된다. 닉네임의 가면 아래 숨어 있던 아이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귀머거리 어른들에게 진실을 깨우쳐준다. 보라는 난생 처음 뺨까지 맞으며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 사람은 담임이라고 당당히 외친다. 튀고 싶지도 않았고 밟히고 싶지도 않았던 보라와 아이들의 용기 덕분에 담임은 학교를 떠난다. 정말 장하다. 2학년 5반! 한쪽에선 오로지 공부만을, 또다른 한쪽에선 폭력과 무지가 난무하는 곳이 바로 현재 우리 학교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온다. 그리고 세상도 변하고 아이들도 변했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 듯한 학교가 답답하다. 보라의 이모처럼 용기 있는 이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들의 스캔들>은 공부만 강요하는 선생님과 부모들에게 한방 먹이는 청소년 소설이다. 살아서 꿈틀대는 아이들의 언어는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은 자신들의 교실 이야기에 스트레스도 확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다. 공부가 지겨운 모든 중학생 그리고 공부 못하는 학생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선생님과 학부모가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