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 열쇠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0
황선미 지음, 신은재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외로운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내가 마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들곤 한다. 대가족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살아 외로움과는 거리가 먼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말이다. 지금도 아이들 친구와 그 엄마들 틈바구니에서 외로울 틈이 없는데... 어쩌면 난 향기의 그 혼자 있는 시간들이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향기는 조용한 아이다. 바쁜 엄마 대신 장을 보고 세탁소에 들른다. 엄마는 그런 딸아이가 다 컸다고만 생각한다. 그 아이의 내면에 어떤 생각들을 품고 있는지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실제 이런 엄마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일을 한다 해도 향기의 엄마처럼 무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딸아이의 생일까지 잊어버려 향기 스스로  생일상을 차리고 친구를 초대해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아빠도 참 한심하다. 요즘 세상에 아들딸을 구별해 남의 집 아들(더구나 향기의 친구다)과 함께 낚시질을 가다니 말이다. 향기는 자신도 아빠랑 함께 낚시질을 가고 싶다는 말을 하려다 만다. 도대체 이 아빠는 왜 축구랑 낚시 같은 걸 여자 아이들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딸이 월드컵할 때 얼마나 축구에 열광했는데... 하나밖에 없는 공주라고 말은 하면서 공주 같은 대접은 한 번도 해주지 않는다. 아빠는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이랑 친하게 지내야 한다.

다행히도 향기에겐 외로움을 달래줄 수탉 삼삼이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키워 온 삼삼이는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오는 향기를 엄마 대신 반갑게 맞아준다. 아빠는 향기의 마음도 모른 채 수탉이 울면 아파트 사람들이 난리를 피우기 때문에 잡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병아리 때부터 키워온 동생 같은 존재를 잡아 먹다니 아빠가 정말 예의가 없다.  결국 병 때문에 시골로 떠나는 환경 미화원 아저씨 가족에게 삼삼이를 부탁한다.

이 삼삼이 덕분에 진주라는 친구를 사귀게 되고 서로의 외로움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진주는 엄마도 없고 아빠는 호주에 계셔서 작은아빠 집에 얹혀 사는 아이다. 방학 때 아빠에게 가는 진주를 따라 가출 계획을 세우던 향기는 결국 공항에서 발길을 돌린다. 이런 계획을 세우고 짐을 싸도 엄마 아빠는 아무것도 모른다. 향기가 그냥 비행기를 탔다면 향기는 엄마 아빠랑 화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멀어졌을지도 모른다. 향기가 비행기 대신 버스를 타고 삼삼이가 있는 시골로 가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자기가 애지중지 키우던 삼삼이가 자기를 못 알아보자 섭섭하긴 하지만 이해한다. 수탉의 성장을 이해하면서 향기도 자신이 부쩍 큰 것을 느낀다. 그리고는 서둘러 엄마 아빠가 있는 아파트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탄다.

엄마 아빠가 일을 하든 안 하든 5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인 갈등을 아주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맞벌이하는 엄마라면 아이들의 마음을 좀더 헤아려 주었으면 좋겠다. 혼자서 목걸이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와 간식을 챙겨 먹고 학원 가방을 들고 나서는 아이들은 모두 외로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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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11-2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맞벌이 부부가 많기 때문에 가슴에 와 닿는 글이 아닐 까 합니다.
물론 저는 맞벌이 부부는 아니지만 고등학교부터 쭈우욱 자취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빈집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지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06-11-2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5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어요. 여자아이들이라 쉽게 마음을 함께 나누긴 하더군요. 외로운 마음을 갖게 되는 아이, 그 아이의 스스로 성장법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더 어른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 있었어요. 리뷰 추천합니다.^^

씩씩하니 2006-11-22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책 속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너무 무심하고 아이들에게 관심 없는 듯 다뤄져서 참 가슴 아플 때가 많아요,,실제로는 안그런데....그쵸???
아이들에게 읽히면 엄마에게 서운한 마음 조금 사라지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