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의 조제 실수로 하나만 먹어야 하는 항생제를 두 개 먹었다. 아침에 약을 타고 부랴부랴 출근하면서 먹은 거였기에 확인해 볼 생각도 없이 그냥 털어넣었는데, 밤에 집에서 확인해 보니 사태가 이러했던 거다.
10살 무렵 폐렴으로 수 주간 입원을 했고, 폐렴은 나아서 퇴원했지만, 항생제 탓에 신장이 망가졌다. 신장을 고치기 위한 지난한 세월이 있었고 그 후 나는 항생제 포비아가 있을 정도로 항생제 먹는 걸 꺼리는 사람이 되었다. 오죽하면 항생제가 싫어서 귀도 안 뚫었겠는가.
악! 그런데 항생제 두 배 복용이라니, 두려움이 온 마음을 잠식했다. 좌선을 했지만, 딱 붙은 두려운 마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도반님과 전화 통화가 되어 두려움에 대해 나누었고, 정확한 실체가 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나에겐 내가 신이라도 된 듯한 전능감, 통제욕 등이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렇게 누군가의 실수로 억울함을 당할 수 있고, 몸이 망가질 수도 있는 일개 나약한 생명체인데, 나에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나 각종 산재 피해자들 그리고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하시는 분들에 대해 나는 얼마나 공감하고 연대했던가... 안타깝다고 말은 했지만 마음으로는 진정 공감하지 못했고, 나는 저런 일을 당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안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작은 깨달음은 신기하게도 두려움에서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

명상을 통해 최고의 행복은 만족이라는 것을 이해하십시오. With meditation, you understand that the highest happiness is contentment.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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