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업식을 했다. 그러니, 오늘부터 난 방학이다!!(자랑1)

아이들이 일 년 동안 자기들을 위해 애써줘서 고맙다고 코묻은 돈을 십시일반 모아 마카롱케이크를 선물했다.(자랑2)(아, 저는 이 학생들을 더 이상 가르치지 않기에 종업식 후의 3만원 이하 선물은 김영란법 위반이 아닙니다....ㅠㅠ)

그리고 손편지를 각자 써와서 모아 줬다.(자랑3)

코로나 사태로 1년이라 해봤자 얼굴 본 날은 석 달이 채 안될 거 같은 아이들. 전화와 카톡, 줌으로 더 많이 소통한 아이들. 그런데 놀라운 건 신규 발령 난 첫 제자 이후로 가장 예쁘고 마음이 많이 갔다는 거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에너지가 없었던 거구나... 각종 행사, 잡무에 치였었구나...

처음 교직에 발을 디딘건 기간제 교사로서다. 그 때 진짜 부러웠던 선생님이, 아이들을 안아주는 샘이었다. 나는 그 때 내 스스로를 마음이 팍팍한 사람으로 규정짓고 있었기에 -임용고사에 연속해서 떨어진 나는 실제로도 그랬을 거다- 그런 모습은 놀라울 따름이었는데, 그 후로 15년, 어느새 나이를 먹은 나는 바이러스의 위험을 뚫고 아이들을 안아주고 있더라는...ㅎㅎㅎ

손편지를 하나씩 읽으며, 내가 한 것에 비해 너무나 크게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아이들 앞에서 나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우울증으로 자퇴까지 고민했던 ‘민‘이 쓴 편지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나랑 상담한 시간이었다고...
말할 때 많이 긴장하는 ‘우‘는 나와의 상담이 잡혀 있으면 그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덜렁대지만 순수한 `빈`은 아무하고도 못한 얘기를 나랑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근데 내 입장에서는 정말 별 내용 없었다는게 미스터리;;;)
어디내놔도 성실 그 자체인 `림`은 언니 친구를 통해 나의 존재를 이미 알고서 입학 전부터 기대했다는 반전의 내용을 적었다.

늘 그렇듯 나의 한계로 좀 더 신경 써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리고 내년엔 더 잘해보겠노라고 다짐한다. 에너지도 많이 키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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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12 0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선물한 마카롱이 너무 예뻐요 ^^ 선생님의 사랑으로 알록달록해진 아이들의 마음 같아요.

붕붕툐툐 2021-01-12 16:04   좋아요 0 | URL
와~ 이런 멋진 표현이라니😍😍

서니데이 2021-01-12 04: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쁜 마카롱케이크도 행복했다는 메시지도 좋은 선물 같아요. 좋으셨겠어요.
사진 잘 봤습니다.
붕붕툐툐님 좋은하루되세요.^^

붕붕툐툐 2021-01-12 16:06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감사함을 표현하는 게 정말 좋은 선물인 거 같아요~ 서니데이님도 그 방면에서 전문가로 알고 있습니다만^^

scott 2021-01-12 0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툐툐님에 진심을 알아준것 같네요. 코로나로 함께 한 시간을 짧았어도 진심으로 자신에 말에 귀기울여주고 눈을 맞춰주는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

바이러스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들을 안아주는 선생님

손편지를 하나씩 읽으며 아이들에 작은 정성에 고마워하는 선생님

우울증으로 자퇴까지 고민했던 ‘민‘이 쓴 편지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선생님이랑 함께 했던 시간이였다고
말할 때 많이 긴장하는 ‘우‘는 선생님과 상담이 잡혀 있으면 그 시간을 가장 손꼽아 기다렸던 아이
2020년 코로나로 붕괴되어버린 학교 현장에서 툐툐님은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손을 잡아주었던 선생님
세상에 단하나 밖에 없는 마카롱
붕붕툐툐님! 최고의 날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생님 !
이런 마카롱 어떻게 먹나요 ^ㅎ^

붕붕툐툐 2021-01-12 16:07   좋아요 1 | URL
제가 준 것보다 늘 더 많이 받아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저 마카롱은 사진만 찍고 교무실 샘들과 다같이 먹어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겨울호랑이 2021-01-12 0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으로서 보람을 갖고 한 해를 마무리 하시네요^^:) 붕붕툐툐님, 일 년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붕붕툐툐 2021-01-12 16:09   좋아요 1 | URL
아이쿵 감사합니다. 코로나로 몸은 제일 안 피곤한 한 해를 보냈어요~ 올핸 체력을 더 길러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격려의 말씀 들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의지 불끈!!😊

공쟝쟝 2021-01-12 0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정하고 따뜻한 에너지를 제가 오히려 받고 가요~ 푹 쉬세요 ^.^

붕붕툐툐 2021-01-12 16:11   좋아요 0 | URL
아이쿵, 그런걸 받으시다니 공쟝쟝님은 진정 삶을 풍성하게 사시는 분이시군요~👍

수이 2021-01-12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방학을 즐기세요 툐툐 선생님~^^ 맘껏 놀아버렷!!!

붕붕툐툐 2021-01-12 16:11   좋아요 0 | URL
놀아놀아!!! 놀라는 사람이 제일 좋아욧!!ㅎㅎㅎㅎ

syo 2021-01-12 0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 너무 이쁘다.... 마카롱 이쁘고 애들 귀엽다... 이쁜 세상 😍

붕붕툐툐 2021-01-12 16:11   좋아요 0 | URL
이쁜 세상222222😍

페넬로페 2021-01-12 0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정성과 마음이 너무 예쁘네요~~
토토선생님의 사랑이 느껴져요^^

붕붕툐툐 2021-01-12 16:14   좋아요 1 | URL
애들이 사랑둥이라, 사랑 없는 저까지 감화된 한 해였던 거 같아요~ 감사합니당~😄

고양이라디오 2021-01-12 1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덜렁대지만 순수한 `빈`은 아무하고도 못한 얘기를 나랑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근데 내 입장에서는 정말 별 내용 없었다는게 미스터리;;;)

여기에서 빵 터졌습니다.

멋진 선생님이셨군요! 일년 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좋은 방학 되세요ㅎ

붕붕툐툐 2021-01-12 16:15   좋아요 1 | URL
그만큼 요즘 아이들이 터놓고 말할 곳이 없나 좀 가엽기도 하더라구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cyrus 2021-01-12 1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방학을 보낼 수 있는 어른은 정말 부럽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여의치 않았을 텐데 고생했습니다. ^^

붕붕툐툐 2021-01-12 16:16   좋아요 2 | URL
그래서 더 좋았던 건가 싶기도...ㅋㅋㅋ인간 간의 거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사실 몸은 편한 한 해였는데,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학교에 나오는 게 그렇게 그립더라구요~

얄라알라 2021-01-12 11: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얼굴 마주한 시간 많지 않았어도 뜨겁게 남은 툐툐선생님이시군요. 정말 자랑 많이 하셔도 좋습니다. 글 읽으며, 마카롱 사진 보며 흐뭇해지네요. 제가 잘 한 것도 아닌데, 2021년에도 이런 끈끈한 사제간의 정이 오간다는 걸 확인하며

붕붕툐툐 2021-01-12 16:23   좋아요 2 | URL
이런 끈끈한 사제간의 정이 생겨서 저도 신기한 한 해였어요. 자랑을 잘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랙겟타 2021-01-13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시대에 툐툐님을 포함한 선생님들도 수업하시느라 일년동안 정말 수고많으셨어요!! 자랑할만합니다 ㅋㅋㅋ
아이들의 사랑스런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지네요 ( •◡-)✧˖° ♡

붕붕툐툐 2021-01-15 15:50   좋아요 0 | URL
사랑스런 마음 전해 받으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올 한 해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보아용😄

유부만두 2021-02-08 2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선생님 정말 수고하셨어요.
아침마다 애 깨워서 컴 앞에 앉히고 하루종일 샘들이 하시는 수업 (소리로) 들었거든요. 샘들 너무 힘드셨고 일년의 시간이 야속하지만 전 예년보다 각 과목 샘들 목소리랑 특징을 좀 더 알게 되었어요.

붕붕툐툐 2021-02-08 21:48   좋아요 0 | URL
아이쿵~ 유부만두님이 고생 많으셨죠~ 하루 종일 컴텨 앞의 우리 아이들도 넘 고생 많았구요~~ ㅎ그런 부차적인 효과도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