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폭풍의 시대 - 치명적 신종, 변종 바이러스가 지배할 인류의 미래와 생존 전략
네이선 울프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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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하면 번역을 걸고 넘어지지는 않는데, 절대 맞춤법대로 써달라는게 아니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게 윤문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달랑 써놓고 올리고 싶지만 예를 안들면 징징처럼 보일테니깐..

 

망고나무는 양돈업자들에게 맛있는 과일로 부수입을 안겨주지만..

113페이지의 문장인데 대충 의미는 알겠지만 콤마해주면 안되나? 양돈업자들이 망고를 맛나게 냠냠한다는건가? 아니면 맛있는 과일 망고를 팔아서 부수입을 챙긴다는 걸까? 당연히 후자다. 이 문장은 망고나무는 양돈업자들에게 맛있는 과일로, 부수입을 안겨주지만.. 도 된다. 그러니 저 후자의 뜻, 맛있는 과일을 통해서 부수입을 안겨준다는 뜻이다, 으로 하려면 콤마를 해주면 좋다.

 

망고나무는 양돈업자들에게, 맛있는 과일로 부수입을 안겨주지만..

 

현대 과학자들이 앞다투어 새로운 바이러스를 찾아내려는 여러 이유 중 하나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

 

202페이지의 문장이다.

하아.. 저 문장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해는 가는데 뭔가.. 뭔가... 앞이 너무 길지 않나, 하는데 그럼 아예 두 문장으로 나눠볼까?

 

현대 과학자들이 앞다투어 새로운 바이러스를 찾아내려고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할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이외에도 어색한 부분이 있다. 이런거 찾아내서 바꾸는 작업은 편집자나 번역가의 몫이지 내 몫은 아니니 그만하련다. 하지만 이 책의 문장들은 이런 식이다. 내용 이해는 되지만 뭔가 미묘하게 윤문이 안되어있다. 내가 고친 문장들보다 좀 더 멋지게 윤문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다음 판에는 좀 이런거 교정해주시길 바란다. 귀찮아서 이런 글 안쓰려고 했는데, 겨우 1mg의 의지를 짜내어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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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채운 많은 별들 중, 진실로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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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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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이 책을 읽고 문득 나도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어. 이 책 주인공은 이십대 후반의 여자던데, 딱 내 또래네. 괜스레 내 또래라고 생각하니깐 더 공감가고, 그러다보니 더 이야기하고 싶고, 등등, 내가 페이스북같은 걸 안하니깐, 이런거, 읽고도 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도 막상 이야기할 사람이 없네. 그러다보니 흘러흘러 이곳까지 오게 된 거고. 이렇게 인터넷 귀퉁이를 빌려서 조금 끄적거리고 싶어졌어.

 

나는 말야, 음, 저 책 주인공이랑 나이는 비슷하지만 성별은 정반대이고, 성격은 훨씬 소심하고, 훨씬 내성적이야. 비슷한 점이 굳이 하나 있다면 그래도 인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는거? 저기 주인공은 홍대나왔던데. 나는 s대 나왔어. 아, 너희들이 아는 그 S대 아니야. 스몰 에스대. 소문자 s. 큰 S대라면 어쩌면 내 인생이 조금 바뀌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 이렇게 s대라고 만나는 사람들, 아니 소개팅 나가서 이야기하면 약간은 스스로가 우쭐해질때가 있어. 우울하게도. 항상 상대방이 이렇게 되묻거든.

 

공부, 잘하셨나봐요?

 

이 말 이후에는 이제 꽝이야. 다시 의기소침해져. 더 거짓말을 할 수가 없고. 그래도 공부를 고등학교 다닐때 못했던 건 아냐. 다만 수능을 망쳤을 뿐인걸. 그래서 재수를 할까, 고민했지만 남자같은 경우에는 군대도 다녀와야 되잖아, 에휴. 그래서 결국 포기했지. 입학식때 아직도 기억난다. 옆에 같은 고등학교에서 함께 진학한 애가 있었어. 그 애가 나를 보고 아는 척을 하는거야, 안녕 모모야. 나도 멋쩍게 인사했지만 사실은, 사실은.. 기분이 좀 뒤틀렸어. 고등학교 모의고사때는 내가 더 점수좋았는데.

 

결국 들어오니 똑같구나, 그런 거.

 

왜 s대에 가게 되었냐고? 그건 입시설명회때문이야. 망친 수능점수때문에 어디를 갈까, 고민했었는데 우연히 s대 입시...아니, 우연이 아니야, 사실 일부러 참석했어. s대 재단이 모 회사 재단인데, 그 회사가 그랬거든. 이 대학 들어오면 지원도 많고 나중에 취업걱정도 필요없다고. 아아, 근데 역시 어쩌면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재수를 했었던게 맞는 걸지도 몰라. 결국은 스카이같으니깐. 아니야, 스카이도 역시 힘들다던가?

 

군대도 끝나고, 복학생으로 안돌아가는 머리 굴려가면서 - 지금도 생각난다. 깔뀰라스, 아니 칼큘러스 수업을 신입생들이랑 같이 들었던거. - 겨우 학점을 받았지. 저 책 주인공은 회계 전공했던데, 이상한데, 회계 정말 어려웠을텐데 별다른 말이 없더라고. 수학이 아주 그냥, 쳇. 정말 치를 떤다 내가. 아, 난 공대나왔어. 요즘 은어로 전화기라고 하던가? 난 기계과. 기계과가 선배들 말로는 취업 깡패라고 하더라고. 전기전자, 화공, 기계과 이렇게 셋.

 

대학 시절에는 힘들었던 기억밖에 안나. 나, 지방사람이거든. 지방에서는 나름 명문고등학교라고 불리는데 나왔는데, 대학오니깐 고등학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고. 동문회가 있긴 있었는데 첫 날 싸우고 그냥 뛰쳐나왔어. 억지로 자꾸 술을 마시라고 해서. 그래도 선배들이랑 약간은 친해서,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여자선배랑 어쩌다가 사귀게 되서, 약간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 잘 모르는거 도와줬으니깐. 갑자기 그 선배, 보고 싶다. 결국에는 회사 그만두고 결혼했던데. 그런거 있잖아, 그... 왜, 호밀밭의 파수꾼. 주인공이 그런 소리하잖아.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계속 그리워진다고. 어쩌다가 이 선배한테 이야기가 튀어서 그런가.

 

기계과는 사람이 정말, 남자들밖에 없어. 으익, 에휴. 그러다보면 정말 가끔 여자학우가 있긴한데, 얘들은 또 다 남자친구가 있어.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친구의 친구.. 아니면 고등학교 친구를 통해서 소개팅을 했는데, 내가 또 그렇게 적극적이지 못해서 소개를 받아도 잘 안되더라. 그때 나타난 게 바로 이 선배였지. 정말 웃기게 만났는데, 교양수업을 같이 듣다가 친해진다는 그런거, 역시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고, 전공 조별과제하다가 마구 싸우다가 정든 케이스. 그 누나가 좀 천재과였거든. 공대는 말야, 시험쳐보면, 특히나 수학시험쳐보면, 어떤 녀석은 공부안해도 점수나오고, 어떤 녀석은 죽어라 공부해도 안나오는 그런 애들이 있어. 나는 후자였고, 그 누나는 전자였지. 그래서 내가 좀 자격지심이 있기도 있었고, 그 누나가 또 게으르기도 했어. 그래서 싸웠고, 싸우다보니 좀 더 쉽게 많이 싸우기 위해서 사귀게 되었지.

 

사실은, 더 쉽게 많이 싸우도록 결혼까지 했으면 좋았을텐데

 

에이, 우울한 이야기 잊자, 여튼 그 누나덕분에 무사히 졸업한 부분도 있으니. 졸업하고는 나는 간신히 공백기간없이 h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어. 풋, 정작 입시 설명회때 광고했던 학교 재단의 회사는 원서도 못내보고. 그래도 h회사의 경우에는 정말 무난히 잘 들어간거야. 내 또래애들은 생각보다 취업 못했거든. 나름 영어 공부도 하고 성적 관리도 했으니, 내가 입사한게 운만은 아니지. 아직도 약간은 뿌듯하게 느껴.

 

지금까지 내가 내 손으로 무언가 해낸게 있다면 사실은 저 h회사 입사일거야. 수능공부는 사실 부모님한테 등떠밀려서 했지. 고등학교때는 남들 다 공부하니깐 한거고. 대학때는 여자친구가 똑똑했으니 지기 싫어서 공부한거도 있고, 그나마 이게 내 손으로 해낸거야. 처음으로 남들에 비해서 약간은 앞서갔다, 라는 그런거? 맨날 똑같았는데.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고, h회사에서 동기랑 썸타서 결혼까지했으면 좋았을텐데, 늘 그렇게 좋게 풀리지는 않더라고. 있잖아, 사실은 h회사가 아니어도 괜찮았어. 그냥, 어디든 취업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 사실은, 그래, 아무곳이든 취업이 중요했던거야. 내 손으로 이뤄낸 건 h에 입사한게 아니라 단순히 취업을 한거지. 결국 h회사에 들어오니깐 난 쓸데없이 방황하게 된거라고. 저 소설 주인공도 그런말을 하더라? 자기는 별종이라고. 회사에 들어와서 '자기 실현'까지 바라는 자신은 별종이라고. 근데 정말 그래. 나도 그렇거든. 갑자기, 회사에 입사하고 출근 며칠하자마자 너무 서글프더라고. 그냥, 그냥 집에 가고 싶고.

 

난 뭐, 여담이지만 저 책 주인공이 오버했다고 생각해. 아니, 계나씨, 주인공이름인데 말야, 어쨌든, 계나씨는 멋진 남자친구도 있었고, 그런데 그런걸 다 포기해? 정말 소설이니깐 내가 참지, 현실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야. 현실에서는 그런 멋진 남자친구든, 그런 멋진... 멋진 여자친구든 그런거 없어. 너만을 기다려주는 사람? 하이고... 소설의 주인공은 호주간다고 멋진 남자친구를 그냥 뻥 차버리더라고. 그러다가 다시 만나서 사귀긴 하는데,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다시 뻥 차버리더라. 정말, 정말, 삶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알고 그러는걸까. 그렇게 한명이라도 너를 사랑해주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건지.

 

있잖아, 집에 너무 가고 싶은데 사실은 갈 수가 없어. 결국에는 사실은, 몰래 회사 그만뒀거든. 특별히 누구랑 싸우고 그랬던 건 아니야. 과장님도, 부장님도, 직속 선배도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어. 하지만 그런거. 점심시간에 밥을 혼자 먹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뭔가 마음에 상처가 남더라고. 그래, 그 사람들이 일부러 날 왕따시킨 거 아니라는 거 알아. 난 항상 뭔가 일이 바쁘고 서툴러서 항상 정시에 점심을 못먹었고. 그런데 같은 부서사람들이면, 그래도 나, 조금만 챙겨줬으면 좋았을텐데. 문까지 잠그고 그렇게 밥먹을 필요는 없잖아요?

 

나중에 전화하면 미안해, 순간 잊었어, 등등. 사실은 그들도 내가 익숙하지는 않았던거고, 나는 그 시기를 못버틴거기도 하고. 미생, 이라는 드라마 옛날에 많이 봤는데, 거기서 맨날 버텨라, 이런 소리 하던데. 난 못버텼고. 어느 순간 감정이 무너지더라. 나름, 군대도 다녀온 건장한 대한 남아라고 생각했는데. 대학때보다도 더 외롭고 힘들었어. 엄마한테 몰래 거짓말하면서 용돈 더 받아서, 돈쓰고 다니던 대학때보다도, 그래도 월급받아서 내가 사고 싶은거 사는데 스트레스안받는 현재가 더 외롭고 힘들더라고. 역시 돈이랑 외로움은 아무런 관계가 없나봐.

 

엄마, 엄마한테 사실은 너무 미안해. 사실은 아빠한테도. 그리고 동생한테도. 난 뭘해야 되는걸까? 그래도 나름 버팀목이라고 생각했던 아빠는 정년퇴직하셨고, 엄마는 동생 걱정 늘 하시고. 내가 회사 그만둔거 아시면 아마 난리날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숨겨야 되는걸까? 공무원 시험 합격하면? 일단은 모아둔 돈으로 공무원준비하고 있는데, 안되면 별 방법없잖아. 집이 넉넉한 것도 아닌데. 이성적으로는 집에 말하는게 맞는데. 근데 말야, 요즘 취업이 그렇게 힘들다네? 엄마한테 전화하는데, 전화할때마다 동생 걱정을 해. 그리고는 나한테 한마디씩 덧붙이셔.

 

우리 모모야 나중에 잘되면 네 동생 꼭 챙겨라.

 

내 동생도 공무원 준비하고 나도 그러고. 하아. 앞날이 깜깜하다. 붙기는 붙는걸까? 원룸살다가 고시원으로 옮겼는데, 밤마다 천정을 올려다보면 한숨이 나와. 밤이 되면 서울은 추워. 처음 대학에 들어갔을때도 고시원에 살았었어. 그때 주인이 제대로 난방을 안해줘서 뜨거운 물을 페트병에 담아서 꼭 껴안고 잠들었었어. 아, 그때 생각만 해도 너무 화가 나. 너무 힘들었어. 신문지까지 가져와서 덮고 잤다니깐? 그거 돈 얼마한다고, 그렇게 난방안해주면 어쩌라는거야? 그래서 회사들어가자마자 무조건 큰 곳에서 살겠다고 들어갔는데, 다시 고시원에 왔어.

 

사실은 이렇게 끄적거릴 시간도 없는데. 그런데 참, 그냥 너무 힘들어서 나, 죽고 싶어, 라고 소리치고 싶을때가 너무 많아. 외롭고, 힘들고. 회사다닐때는 그래도 소개팅을 했는데, 지금 여자를 사귀는 것은 정말 안될 일이니. 다니는 학원에 예쁜 애들도 있는데, 말걸면 혹시나 내가 빠져버릴까봐 아예 근처에도 안가고 있어. 그래도 가끔은 근처 식당에서 밥먹으면서 그 애들 생각을 하지. 그 애들은 왜 여기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을까, 하고. 그러다보면 괜스레 흑심 아닌 흑심이 막 들때도 있고. 서로 서로 외로움 달래며 공부하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머리를 쥐어박고는 다시 행정법을 외우고 있어. 어렵다.

 

나도 호주에 가볼생각을 안한건 아냐. 내가 회사 그만두고는 누가 그러더라고, 너, 워홀한번 안갈래, 라고. 자기는 워홀가니깐, 너도 같이 가자고. 우리나라는 비전없다고. 음, 사실 그런 말 들으면 너무 솔깃해. 지금이라도 공무원 때려치우고 워홀갈까? 호주? 정말 우리나라는 비전없는것 같긴 해. 근데 이게 비전없는 내가 보는 우리나라라서 비전없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비전이 안보이는건지 알 수가 없네.

 

다윈의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있대. 나는, 이 소설의 표현대로 톰슨 가젤이야. 그냥 사자한테 왕, 하고 먹히는 거지. 살점 하나 하나 몽땅. 이게 단순히 사회적으로 내가 돈이 없고 직장도 없는 백수라서 그런게 아니야. 난, 난, 그냥 이 사회에 맞는 사람이 아니야. 내성적이고 술도 잘 못마시고, 그렇다고 묵묵히 참는 것도 못하고. 사람들이랑 막 친하게 지내는 것도 잘 못해,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게 뭐지? 그러니깐 어쩌면 난 그냥 빨리 절멸해버려야 하는 그런 인간일지도 몰라. 소설 주인공은 주인공이라서 그래도 용기도 있고, 강단도 있던데. 난 그런 것도 없어. 호주? 겁이 나. 솔직히. 내가 너무 나약한걸까

 

고등학교때 시키던대로 공부만 하던때가 약간은 아쉽기도 해. 그땐 이런거, 누구랑 친할필요도 없고, 그냥 공부만 잘하면 되었으니. 결국 또 재수이야기인데, 내가 스카이나왔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약간은 내 앞에 놓인 길들이 더 생겨났을까. 뭐, 사실 그랬을 것 같지는 않고. 스카이갔더라도 회사에서 혼자 밥먹고 문잠긴 회의실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을 것 같다. 역시 난 절멸해버려야 되는 개체일까?

 

밤이 깊었어. 그냥,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글이라도 쓰고 싶었어. 밤이 깊으면 항상 죽고 싶고, 괴롭고, 힘들고, 부정적인 생각들만 가득해.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보면 빨리 지워버리는 거지. 조회수가 0이길 바라면서. 참 웃기지 않아? 아예 비공개글로 쓰면 될걸 그래도 꼭 누군가가 보기를 원하는거야, 내 마음이. 빨리 자야겠다. 더 헛소리 늘어놓기 전에. 그래도, 그래, 역시 이 말을 하고 싶어. 계나씨. 사실은 부러워. 난 아마 앞으로도 영영 호주에 가서 감히 시민권을 딴다는 그런 생각자체를 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래서 톰슨 가젤처럼 사자들한테 잡아먹히며 살고 있겠지만, 그래도 계나씨 같은 상상을 해봐. 내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된 양. 사자들은 알까? 우리가 있으니깐 그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어렸을때는 몰랐는데, 내가 공부를 잘한다, 라는 말은 상대적이더라고. 나보다 못한 애들이 있으니 내 성적이 높은거야. 마찬가지라는걸 사자들은 알까. 더 늦기 전에, 가젤들이 다 멸종해버리기 전에 가젤보호구역이라도 만들어서 우리를 살려주면 좋을텐데. 아마 그런 일은 이 나라에서는 영영 없겠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p.s. 이 리뷰의 화자 및 대학, 회사 등등은 현실세계의 그 어느 누구한테서도 모티프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두 제 창작입니다. 비슷하게 느껴지거나 하는 부분이 설령 있더라도 모두 우연의 일치라는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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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7-18 07:51   좋아요 0 | URL
다 읽었네요. 요즘 젊은이들에게 미안해요.

다락방 2015-07-23 08:03   좋아요 0 | URL
`사실은, 더 쉽게 많이 싸우도록 결혼까지 했으면 좋았을텐데`

저 문장이 훅- 들어오네요.

2015-07-24 0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베란다위에뜬달 2017-11-13 00:35   좋아요 0 | URL
글 잘 쓰시네요~^^ 운명의 여신이 님운명의 실로 멋지게 베를 짜는 중일겁니다
 

 

 

 

퀄리아님, 본인이 쓰신 댓글을 한 번 읽어보십시오. 오류가 눈에 띄지 않으십니까?

굳이 제가 지적해야 합니까;; 퀄리아님이 오늘 쓰신 댓글을 보자마자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우물에 독 뿌리기 오류를 쓰고 계시지 않습니까.

오류라는 말씀을 쓰셨는데, 오류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논리학에서는 형식적 오류와 비형식적 오류로 나뉩니다.

그리고 우물에 독 뿌리기 오류는 비형식적인 오류인데, 그 중에서 심리적 오류입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못생긴 사람들이다.

 

퀄리아님이 오늘 쓰신 댓글의 문제의 부분을 봅시다 (사실 다른 부분들도 밑줄 긋자면 할 수 있지만, 솔직히 일일히 지적하기가 귀찮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예컨대 이쪽에서 오류를 지적했더니 저쪽에서 반론을 펴며 역으로 이쪽의 오류를 지적하고 나온 형국입니다. 즉 제프 호킨스의 논변/주장을 두고 양쪽에서 거의 정반대의 해석을 하면서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란 것입니다. (단,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객관적/논리적 대립 측면을 말하는 것이지, 결코 주관적/감정적 대립 측면을 말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이런 대립 상황은 의식(consciousness) 있는 존재한테는 뭔가 불편한 상황이랄 수 있습니다. 즉 논리적 모순이나 불합리한 논증을 아무런 규명 없이 방치하는 행태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 같은 것 말입니다. 만약 이런 최소한의 불편함조차 느끼지 못하는 의식(consciousness)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좀비 의식(zombic consciousness)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밑줄과 강조는 제가 했습니다. 저 문장을 봅시다.

 

나는 이런 대립 상황이 불편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불편함조차 못느끼면 좀비의식이다.

 

위의 우물에 독뿌리기, 원천봉쇄의 오류와 똑같죠?? 이해가시죠? 아니, 알고계시겠죠?

 

사실 저 바로 윗문장에도 또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계신데, 그것까지 또 지적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설마 퀄리아님께서 이런 오류를 모르실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깐 퀄리아님께서 의도적으로 이런 오류를 쓰셨다고 가정하고 이 글은 쓰여지는 겁니다. (밑줄까지 쳐서 강조해드렸습니다.) 이렇게 티나는 오류를 쓰시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보통 원천봉쇄의 오류, 그러니깐 심리적 오류를 쓰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심리적으로 논쟁에서 우월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

 

이런게 눈에 보입니다, 퀄리아님. 그러니 제가 퀄리아님께서 정말 순수한 의도로 논쟁을 원하는 건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요. 왜 사람들이 우물에 독뿌리기 오류를 질색하시는지 아십니까? 이 오류는 그 많은 오류중에서도 특히나 '인신 공격'이 이루어지기 쉬운 오류입니다. 따라서 본인한테는 '나는 논쟁을 하고 있으니깐 거친 말을 써도 돼' 라는 면죄부를, 상대방에게는 흥분하여 논쟁에서 마찬가지로 거칠게 응대하는, 그런 효과를 주는 오류란 말입니다. 

 

솔직히 이런게 눈에 보입니다. 퀄리아님께서 저에게 설마 호승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실테고, 왜 이러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있는 한, 우리가 무슨 논쟁을 하더라도 무익합니다. 오늘 제대로 드러내주셨네요. 아니면.. 설마 진짜 본인이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계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사람인 이상 문장이나 글에, 오류를 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리고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유비 추리에도 부당한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대충 넘어가는겁니다, 글들을 읽으면서. 하지만 상대방에게 논쟁을 걸었다면, 보이는 오류는 좀 없애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무시하려다가, 왠지 알려드려야 될 것 같아서 적습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제가 좀비 의식이면 안되나요? 이거야말로 모든 것의 시발점이었던 제프 호킨스의 생각 아니었나요? 그리고 그걸 퀄리아님께서 옹호하셨던거 아닌가요? 이렇게 자가당착까지 범하고 계시면 더 뭐라고 해야 할지.. 조언드리자면, 좀비 의식 가지고 걸고 넘어지면서 애매어의 오류까지 범하려 들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뭐 이미 '애매어의 오류'나 다름없지만, 뭐 저도 '피장파장'이라)

 

 

하나만 더 추가. 저는 사실 퀄리아님의 이런 행보도 잘 이해가 안갑니다. 퀄리아님이 쓰신 글을 보면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링크를 제공하시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방금 봤습니다만, 음, 뭐 개인성향상 그럴 수 있긴 하지만, 저는 솔직히 논쟁에서 제3자가 왜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라면, 논쟁은 상대와 나, 이렇게 두명이서 하는 건데 다른 사람이 필요한가, 관심있다면 링크들을 알아서 찾아서 읽겠지, 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런 점은 성향이 다르고, 제가 사실 논쟁에 질린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삐딱하게 보려고 하면 또 삐딱하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퀄리아님께서 논쟁을 해서 납득시키고 싶어하셔야 할 대상은 바로 저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에요. 논쟁하는데 관람자나 청중이 필요한가요? 여기서 상대방이랑 논쟁하면 학회지에 이름이 실리고 그러나요?? 여기서 공감이 한 오십 개쯤 받으면 적립금이 생기나요? (아, 물론.. 나름 올드비가 된 지금은, 이달의 당선작에 이런 논쟁이 선정이 되서 적립금을 받는 그런 사례가 있었던 것이 기억나지만, 지금은 독자선정위원회이기도 하거니와 그때 문제가 있어서 그런 일이 더 안일어날거같은데..) 글쎄요, 퀄리아님께서는 그런 것들도 다 의미가 있다,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걸 상대방한테 강요하지는 마셔야죠, 안그런가요? 납득시키고 싶은 상대인 제가 빠지려고 한다면, 그냥 빠지게 놓아둬야 되는거 아닌가요? 그것 참, 논쟁에 휘말릴때도 제마음대로 된 것도 아닌데, 더불어서 나갈 때도 제 마음대로 못나가나요?? 기어이 오늘 이렇게 댓글까지 또 쓰셔야 했나요?? 저는 그닥 입장차가 두드러지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싶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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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5-07-09 18:31   좋아요 0 | URL
하루를 답변을 기다렸습니다. 주관적/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하시니, 논증의 타당성 판단을 위해서 그렇게 좋아하시는 `객관적`으로 오류를 지적해드렸는데, 아직 답이 없으시네요. 원하신다면 논리적 오류를 몇 개 더 지적해드리겠습니다. 처음 쓰신 글부터 말입니다. 그렇게 원하시는 `논쟁`은 논증의 건전성을 평가하는데에서 시작하고, 그 건전성은 타당성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타당성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칠 수 밖에요.

논쟁이라는 것은 사실 토론과 다르고, 정말 엄밀히 말하면 상대방을 납득시키고, 내 의견을 상대방에게 받아들이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쟁에 앞서서 규칙을 정하고 - 물론 둘이서 정하기 어려운 경우 제 3의 사회자가 조절합니다 - 논증의 타당성을 평가하여, 오류가 있을 시 그 오류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다음 논제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단순히 반대하는게 논쟁이 아니랍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퀄리아님, 사람이 글을 쓰는 한 사실 오류가 없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글을 쓰더라도 300자 넘어가면 오류가 계속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일일이 지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을 지적하기 시작하면 본인도 이불을 팡팡 차야 될테니깐요. 그래서 논쟁을 할때, 특히 인터넷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때 상대방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겁니다. 온화한 어투로 말입니다. 서로 본격적으로 논쟁을 하기 시작하면 이미 오류 검증에서부터 서로 통과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또한, 이렇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논쟁의 목표는 내 주장을 상대방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처음부터 서로가 뜻을 굽힐 생각이 하나도 없다면 처음부터 논쟁 자체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논쟁의 알고리즘을 포스팅할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여튼 이런 것도 다 알고리즘이 있어요.) 이걸 간과하시는 것 같네요.

퀄리아님 본인의 처음 글을 생각해보십시오. 물론 그 당시에도 논리적 오류가 글에 있었습니다만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습니다. 내용적 오류는 일단 둘째치고서라도 논리적 오류부터 일단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라고 여겼지만 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것보다는 저 개인적으로는 발끈했던 게 더 컸고, 발끈한 상태로 저도 글을 썼으니 제 글에도 오류가 있을것이고 이런 식으로는 논쟁을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을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지요.

아니, 솔직하자면, 인터넷상으로 머리 아프게 논쟁을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처음부터 논쟁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게 컸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런 식으로 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구요. 이런 글을 쓰는데, 아래 예전에 썼던 반론까지 제 소중한 시간이 3시간 넘게 빼앗겼습니다. 이런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퀄리아님이야, 자신이 원하는 일이니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하더라도 저에게는 무슨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퀄리아님의 사과를 보고 더이상 댓글을 달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기어코 저를 답변을 하게 만드시더군요.

설마 본인의 논리적 오류를 하나도 인지하지 못하셨으리라고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논쟁이 어떤 것인지도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님께서 일부러 오류를 쓰셨다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관점에서 댓글과 이 상황을 보면 어안이 벙벙해지지요. 생각해보십시오. 저를 링에 끌어내기 위해서 일부러 오류를 쓰시는 분과 제가 논쟁을 해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퀄리아님이야 뭐, 본인이 선택하셨으니 검투사 역할을 기꺼야 받아들이고 싶어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왜????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어디있습니까? 그것 참.. 입가에서 헛웃음이 떠나질 않네요.

오늘까지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어떻게 반응하실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오류에 대한 인정을 하시길 기대합니다만, 그럴 리가.. 아, 참. 글들과 댓글들은 모두 캡쳐는 해두었습니다. 퀄리아님께서 글의 오류를 말도 없이 바꾸거나 하실 분은 아니실테지만 말입니다. 버릇이 되서..

2015-07-09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9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연 2015-07-10 00:03   좋아요 0 | URL
설마 설마 했는데.. 바쁘셔서 글을 못읽으신건지, 아니면 읽고도 답변안하시는건지 모르겠지만 컴퓨터 앞에서 즉각적인 피드백을 드리기 위해 머물러 있던 제가 다 바보스러워지는군요. 댓글을 남기신 게 바로 어제였는데 지금까지 그대로 침묵을 지키시는 것을 뭐라고 해석을 해야 할지.. 역시 인터넷 논쟁이란.. 이런 거죠. 한숨이 나오네요.

할일이 정말 많은데 하루를 날린 기분이군요. 이래서 논쟁이든 뭐든 엮이지 않으려고 했건만.. 이쯤 합시다. 솔직히 기다렸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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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장미셸 게나시아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의 제목으로 붙어있는 낙천주의자 클럽 또한 정말 낙천주의자들이 모인 것은 아니다. 면면을 살펴보면 참 가관이다. 의사였던 이고르, 조종사 레오니트, 한때 나치와 맞서 싸웠던 독일인 베르네르, 배우 티보르, 그의 매니저 임레, 파벨, 토마시, 블라디미르. 그리고 가끔 클럽에 들르는, 그래서 외부인에게는 클럽인처럼 보이지만 정작 배척받기도 하는 샤사, 클럽인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마오. 그리고 아마도 정신적 지주일 케셀, 샤르트르.

 

이들의 공통점은 뿌리가 뽑혔다는 것이다. 마오나 케셀, 샤르트르는 언급되는 부분이 적으니 판단내리기 어려우나, 프랑스의 이 비스트로에서 클럽을 유지하는 이들은 거의 대부분 망명자에 지나지 않는다. 망명자는 망명자끼리만 이야기가 통하는 법인가보다. 싸우고, 자기들끼리의 언어로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다툼을 벌이더라도 그 다음날이 되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를 맞이한다.

 

 이 책의 주인공도 일종의 망명자인데, 맹랑한 녀석이다. 주인공 미셸은 책을 좋아하고, 아주 좋아하며,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으면서, 아마도 독서의 신의 가호가 있었을 것 같지만, 단 한 번 사고를 겪은 - 그것도 그 사고로 여자친구를 만든 - 녀석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소설의 조숙한 주인공들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분위기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지식을 펼쳐보이는 일도 거의 없다. 가끔은 친한 누나, 세실의 목욕하는 사진, 을 찍고 싶어하는 그런 사춘기 소년이리라.

 

이런 미셸이 어째서 저런 클럽에 들어갔냐면, 아마도 맹랑함 때문일 것이다. 이미 출생부터 비범하다.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가 만나 쁘띠 부르주아가 된 가정에서 태어났고, 수학은 젬병이며 언어는 곧잘한다. 평범하지만 그렇다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본인이 남들과 달라, 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굽히려 들지는 않는다. 어른의 시각에서 보자면 그래도 대등하게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는 맹랑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리라.

 

이런 맹랑함은 클럽의 일원이 되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클럽의 일원으로 넘어가는 순간, 테이블 축구에서 체스로 갈아타는 순간, 술집의 앞 테이블에서 커튼이 처진 영역으로 한 발 내딛는 때, 학교 친구인 니콜라를 버리고 어른 친구들인 이고르, 레오니트 등을 만날때, 그는 자발적인 망명자가 된다.

 

망명자들끼리는 방금도 말했지만, 사실은 자기들 밖에 없는 거다. 자신들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결국에는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리고 영영 다시 안나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처음부터 누구도 붙잡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올 곳은 여기 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느슨하게 이어간다. 정작 연이 빨리 끊기는 쪽은 망명자의 외부, 주인공의 학교와 가정이다. 학교에서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니콜라는 자신에게 말도 안하고 음악 시디를 가진 채 사라져버린다. 가정에서 미셸의 형인 프랑크는 여자친구를 놓아두고도 다른 여자와 바람피워서 사라진다. 주인공의 부모는 이혼한다. 글쎄, 소설적으로 묘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그런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대가를 치뤘기 때문에 주인공이 결국 망명자가 된 건지, 아니면 '자발적' 망명자가 되는 대가인가?

 

미셸과 세실의 관계, 그리고 합쳐서 카미유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실은 프랑크, 그러니깐 미셸 형의 여자친구다. 처음 미셸이 세실을 만났을때, 미셸은 세실에게 반쯤 반했지만, 세실이 프랑크와 찐하게 키스를 하자 그 마음을 반쯤 포기했다. 미셸이 세실의 옆을 맴도는 것은 어쩌면 형의 대신이라도 좋아, 그래도 그녀 옆에 있고 싶어 라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세실의 차례인데, 세실이 미셸을 대하는 것은 거의 반쯤 가족에 가깝다. 부담없는 남자사람친구, 그러니깐 서로가 서로를 보는 눈높이가 다르다.

 

단적으로 말해서, 미셸이 계속 열심히 '누나, 목욕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요' 라고 계속 졸랐다면, 세실은 다른 생각 없이 - 성적인 함의없이 - 어쩌면 여러 제한 조건을 붙여서 찍게 했을 것 같다. 미셸은 모르겠지만 세실은 미셸을 연애의 대상으로는 전혀 보고 있지않고 있으니깐. 프랑크의 존재가 그들을 그렇게 강제한다. 그러나 만약에 프랑크로 인하여 그들의 관계가 파국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파국을 맞이했을 것이다. 감정의 불균형이란 늘 그렇게 되는 거다.

 

카미유는 주인공이 세실과 헤어진 뒤 - 물론 사귄 것은 아니지만 - 책을 들고 읽으며 거리를 가다가 부딪힌 아가씨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불만인데 너무 늦게 나타나서 너무 빨리 미셸의 인생에서 퇴장하는 아가씨다. 처음에는 세실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나타나려나 했는데, 왠걸 미셸은 그 짧은 단락에서 전형적인 한 눈에 반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이 책에는 이 이야기 저 이야기가 정말 많이 뒤섞여 있는데 이 부분이 두드러지게 그렇게 드러나 우울하다.

 

카미유는 점성술에 빠져있다. 미셸은 용케 점성술에 대하여 뭐라고 지적을 하지 않는 것으로 '바보들의 왕'이 되지 않았지만 -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혈액형 심리학이라던가, 손금이라던가, 이런 것에 빠져있으면 굳이 그걸 반박하려고 하지 마라. 이해되는가? - 결국에는 그녀를 확 붙잡지 못하고 그대로 떠나보냄으로써 바보들의 왕에 등극한다. 이 바보들의 왕, 이라는 말은 클럽 동료인 레오니트가 먼저 쓴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로 옆에 두고도, 그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그리고는 이윽고 떠나보내고 만다. 그 당시에는 떠나보내도 괜찮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자신이 얼마나 참담한 일을 했는지 깨닫고 비통해한다. 바보다. 아니, 바보들의 왕이다.

 

레오니트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밀렌이라고, 그녀와 운명적인 만남, 이라고 불릴만한 사건을 겪고 그녀를 향해 날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비행기를 운행했던 전설적 소련의 영웅이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그저 백수였을 뿐. 밀렌에게만 의존하게 되던 스스로를 비관하던 그는, 그 끔찍한 열등감과 비탄을 그녀에게 내뱉었고, 이윽고 바보들의 왕에 등극한다.

 

소설에서는 레오니트, 밀렌의 사랑이야기를 프랑크, 세실의 이야기와 병행하지만, 실제로 병치되어야 할 이야기는 미셸, 카미유이리라. 미셸 또한 레오니트 뺨칠 정도로 멋진 일로 여자친구를 만들어내었지만 레오니트 정도의 용기도 없었고, 없을만도 할 주변 상황때문에 사랑과 헤어지게 된다. 레오니트 이야기야 결국 해피앤딩이 되었다지만 미셸은 어떨까? 작가는 끝끝내 미셸의 상황은 숨겨버린다. 미셸은 어린아이였고, 나중에 크니깐 어릴 때 사랑이란 그저 추억에 지나지 않고 잊어버렸다고, 그렇게 해석해도 좋은걸까?

 

그리고 다시 프랑크와 세실이다. 미셸까지 엮인 이 복잡한 관계는, 미셸이 처음 프랑크와 세실이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프랑크는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겠다는 생각에 전선에 뛰어들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가는 것은 상관에 대한 불복종, 그리고 탈영, 그리고 다른 여자친구다. 세실은 기다리지만, 그리고 그 시간을 미셸과 떼우지만, 자신이 마음이 있는 사람은 프랑크이기 때문에 시간과 마음에 공백이 생긴다. 그 마음의 반만 미셸에게 향했다면 어쩌면 서로에게 더 좋았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차갑게 대하는 사람에게는 도리어 끌리고,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편하게 생각하다니. 세실도 바보들의 왕이었나 보다.

 

소설의 다른 한 축은 사샤다. 앞서 이름만 잠깐 언급한 이 사샤는 클럽 회원들에게 배척받는 사람이다. 구성상 너무 뜬금없이 등장하고, 너무 뜬금없이 퇴장하지만, 그리고 너무 뜬금없이 모든 것을 밝혀버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샤는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다. 저 많은 클럽 회원들 중 미셸의 친구가 아닌, 도움을 주는 아버지같은 존재였으니깐. 사샤의 등장 타이밍이 주인공의 부모가 이혼하는 타이밍과 겹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렇게 쭉, 끝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끝나는 짤막한 이야기가 이 소설에 잔뜩 녹아있다. 샤르트르의 이야기도 잠깐 나왔다가 금방 사라지고, 망명자의 애환을 다루는 듯 하다가도 바로 주인공의 삶에 밑줄이 그여지고, 주인공이 여자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할 듯하면 다시 주변 가족의 이야기로 바뀐다. 한 권의 소설에 몇 권의 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결국, 이 책은 사실 잡탕이다. 그런데 잡탕이지만 두서없이 쓰여진 그래서 뭔가 불만족스러운 잡탕이 아니다.

 

그래서 제목은 수정되어야 한다 :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뒤섞인 잡탕, 그러나 대작.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p.s. 중간에 세실과 주인공이 수학 문제를 푼다.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수학문제를 풀어본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닐 것이다. 일단 그 문제가 의도하는 정답은 30km/h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면 문제가 잘못되었다. 문제가 의도하는 정답을 이끌어내려면 현실적인 조건들을 모두 무시해야만 한다. 그러니 주인공이 세실의 말을 듣고 - 세실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상상해보자고 말한다 - 문제를 풀기 위해서 시도했을때 풀지 못한 것이 전혀 이상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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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7 0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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