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이 있었고, 여전히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바쁘지만, 모바일로 가끔씩 접속해서 이런 저런 글들을 읽기는 합니다. 왠만하면 일이 다 마무리될때까지 접속을 안할 생각이었지만.. 어쩌다보니 서재의 달인, 이 되어버렸기에.. 사실 무덤덤하게 지나갈 수도 있었고, 조금 기쁘긴 했지만 그렇게 무덤덤하게 지나가는게 더 멋진 일 같지만, 풋, 그래도 저렇게 뽑혔다는 핑계로 이렇게 글을 조금 끄적거려볼까 합니다. 사실 알라딘 서재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안쓰기로 결심했고, 설령 쓰더라도 어떻게든 책을 집어넣어서 글을 끄적이려고 했지만, 그래도 이번만은 예외가 될 듯 하네요. 책도 없고 개인적인 이야기만 끄적거리는 것.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요?
먼저 서재의 달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준다고 해도 무슨 소리냐, 라는 소리를 들을 지 모르겠지만.. 사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당황스러움이었답니다. 제가 여기 서재를 시작한 게 작년이었으니까, 거의 1년 반 좀 넘어서 서재의 달인이 된 건데.. 기간이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그 1년 반 동안 제가 쓴 글은 백 개도 안됩니다. 뭐, 저야 제 글들을 보면서 '오, 재미있네' 라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제가 글을 쓸 때 생각하는 부분이 나중에 스스로 이 글을 다시 읽었을때 다시 읽힐 것인가, 라는 부분이 있습죠.. 아하하..)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 백개도 안되는 글들이 모두 가치가 있을런지는.. 사실 잘 모르겠네요. 그렇기에 뭐랄까, 내가 달인으로 뽑힐 만큼 활발한 서재활동을 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네요. 제가 땡스투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뒤에 끄적거리겠지만 저는 땡스투가 무었이었는지조차 잘 몰랐던 적이 있었답니다.) 댓글을 많이 남긴 것도 아니고.. 뭐, 이것들이 지수 산출에 안들어간다지만 딱히 포토리뷰를 쓴 적도 없고, 40자 평도 쓴 적도 없으니 말입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글을 하나 쓸 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쓴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다른 분들이 볼 때는 어떨지 모르는 일이니깐요. 무엇보다도 지금 여기에 있는 리뷰의 대부분은 신간평가단활동을 하면서 쓴 리뷰들이니깐.. 그리고 자신의 글에 공들이지 않는 사람이 사실 어디있겠습니까, 풋.
또 당황스러운게.. 서재의 달인, 이 그래도 알라딘 서재에서는 그래도 명예롭다고 여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알라딘 서재에는 명예의 전당 코너가 따로 있지요) 작년 말의 저는 땡스 투가 뭔지, 적립금이 뭔지도 제대로 몰랐던 사람이었습니다. 서평을 개인적으로 쓰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제 그 개인적으로 쓰던 서평들이 모두 날아가버렸답니다..) 어디다 올리기 시작한 것은 신간 평가단을 하면서부터였으니깐요. 뭐랄까, 너무 빨리 이런 엠블렘을 받은 기분이 솔직히 들기도 하네요.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올라간 뒤에는 그 자리에 계속 있거나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잖아요. 이러다가 매너리즘에 빠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순간 스쳐지나가더군요. 혹시 저의 가능성을 보고 이런 엠블렘을 준건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고 말이죠, 푸하하.
그래도 솔직히 좀 기뻤던 것도 사실입니다. 뭐랄까, 그래서 이 글에 알라딘에 대한 감사를 담습니다. 뭐, 이 감사를 설령 보더라도 알라딘에서는 무심한듯 시크하게 지수 산출의 결과물이다, 라고 말하겠지만요, 풋.
이런 저런 일들이 많다고 했지요, 사실 정말 바빴고, 지금도 바쁜 상태입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되는 일의 괴리를 느끼며 스스로를 억지로 붙들고 있는 나날이지요. 본의아니게 신간평가단의 마지막 리뷰도 못쓰고 있는 중인데.. 상당히 죄책감이 들기는 하지만.. 그것도 파트장이었다는 사람이.. 풋, 하지만 바쁜 것도 사실이라서 그저 평가단 담당자분께 고개를 조아릴 수 밖에요. 아마 이런 저런 일들이 다 마무리 되면 리뷰는 꼭 올리겠지요. 여기서 핑계를 굳이 하나 더 대자면, 사실 컴퓨터가 심하게 고장이 났습니다. 하드디스크 접촉 불량 어쩌고, 라는 병명을 가지고 있는데, 고치러 갔더니 상당히 많은 요금을 지불해야 하더군요. 처음에 저는 포맷을 하지고 했습니다. 그러자 포맷을 해도 제대로 쓸 수 있을지는 반반의 확률에 달려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저는 배팅을 했고, 그 확률에서 이겼습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서 컴퓨터는 완전히 고장이 나버렸고 (이제는 부팅도 안됩니다.) 그와 함께 이런 저런 개인적인 자료들, 서평들, 여기 있는 글들의 원본까지 모두 날려먹었지요.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고치러 갔을때 기사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아니 사람도 아프면 병원가는데 컴퓨터라고 다르겠어요' 사람으로 따지면 컴퓨터는 이제 뇌사상태에 빠진 거지요. 이걸 고치려니 분명 돈이 많이 들텐데.. 이전에는 그래도 부팅은 되는 상태였는데 이제는 부팅조차 안되니, 어쩌면 컴퓨터를 새로 사야되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 난 돈이 없잖아? 안될거야..
하는 마음과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 이건 하늘이 이제 나보고 네 할일을 해라, 라고 계시를 내린 거다, 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지금까지 모바일로 인터넷을 접속하면서 근근히 버텨오고 있는 중이랍니다. 지금은요? 지금은 별 수 없이 외부 컴퓨터를 잠깐 쓰는 중이지요. 이상하게 밖에 나가서는 잘 로그인을 안하는 습성이 있어서 지금껏 외부 컴퓨터에서는 로그인을 안했지만.. 이번은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크리스마스는 너무 추웠습니다. 커플들이여, 모조리 이 한파에 얼어버려라! 라고 주절거리면서 집에 틀어박힌 저는 (아니 크리스마스날까지 일하거나 공부할 수는 없잖아요? 안그래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트겐슈타인 평전, 을 읽었습니다. 일전에 재출간 소식을 알렸던 그 레이 몽크, 의 평전 말입니다. 예전에 읽은 몽크의 평전은 기억이 가물가물했고, 끝까지 다 읽지 않았었기에 이번에 배송되어온 책에 상당히 기대가 컸었지요. 그리고 이 책은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켰답니다. 평전에도 읽는 맛이 있다면, 이 평전만큼 감칠맛나게 쓴 평전은 드물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제가 평전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거의 열 시간동안 집중해서 책을 읽었는데도 자꾸 뒷내용이 궁금해지는 책이 흔치 않잖아요, 안그래요? 만화책도 아니고.
사실은 보다가 눈물이 울컥 났습니다. 네, 제가 쓸데없는 감정이입을 하는 경우가 가끔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있고, 그때가 마침 크리스마스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읽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비트겐슈타인 평전, 에서 대략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비트겐슈타인이 베토벤의 일화를 예화로 드는 글이었던 것 같은데, 36시간동안 하녀도 다 쫓아내고 요리사도 쫓아내고 악마와 싸움을 벌이고 이윽고 살아 돌아온 베토벤, 의 이야기였지요. 뭐 베토벤이 흑마법을 부렸다거나 한 건 아니고, 그냥 36시간 동안 잠도 안자고 미친 듯이 열중해서 작곡을 했다는 이야깁니다. 그러면서 레이 몽크는 비트겐슈타인이 아마 내심 닮고자 했던 사람이 그 베토벤이 아니었을까, 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내용을 덧붙입니다.
하지만 36시간 후의 결과물이 베토벤의 결과물처럼 위대해야만 한다.
그래요, 누가 미쳤다고 평범한 결과물을 남기려고 36시간 동안 잠도 안자고 작곡을 하고, 철학에 몰두하겠어요? 비트겐슈타인이 36시간을 바친 결과가 그냥 앵무새처럼 재잘거리는 거였다면 아마 그는 자살했겠지요. 적어도 36시간동안 몰두했다면(여기서 36시간이라는 말은 물론 비유적 의미죠) 적어도 무언가 이루기는 해야 되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무언가 이룰 거라는 보장은 누가 하죠? 36시간을 바쳤는데도, 아니 전 인생을 다 바쳤는데도 그냥 평범한 결과물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안그래요? 앵무새처럼 살기야 쉽죠. 하지만 그런 앵무새가 되려고 36시간을 바치는 것은 너무 슬프잖아요, 안그래요?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것을 절대 요구하지는 않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적어도 저 스스로에게는, 저는 이 말에 끌립니다. '무엇인가에 미친 듯 열광한 대가가 그저 평범한 것에 지나지 않다면 그냥 자살하는게 낫다.' 그러니까 하늘을 보고 읊조리는 거죠. '젠장,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사실 이 말이 얼마나 잔인성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칼날같은지 잘 알면서도, 저런 엄격함을 저 스스로에게는 강요하게 되네요.
그래서 자꾸 눈물이 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습니다. 젠장, 빌어먹을 커플들의 음모에요. 커플이 이 세상에서 없다면 눈물이 안날텐데, 너무 감상적이 되어버렸어요. 뭐? 12월에는 연애운이 폭발할거라고? 역시 점따위는 믿는게 아니었어요. 차라리 내가 혼자서 내 점을 치는게 더 잘 맞겠어요. 아니, 서양점이라서 문제인가? 주역공부나 제대로 할 걸 그랬나? (물론 주역이 그런 책 아닌거 잘 압니다, 쳇)
나는 36시간을 쓰고 위대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그런 보장은 누가 하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그냥.. 자살..은 사실 무서워서 못하겠고 그냥 남들 하는대로 편하게 돈이나 벌면서 사는게 낫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 하루 바쁘게 살고 있답니다. 이것도 다 커플의 음모에요. 제가 커플이었다면 이런 생각안하고 그냥 현실에 매몰되어 살고 있겠지요. 그래서 다행이에요, 혹은 좀 아쉽네요. 젠장 이 한파는 커플에게나 갈 것이지 왜 제 방에 들이닥치는 걸까요?
매년 연말에서 연초에 이르는 기간에 저는 일종의 의식이라면 의식을 치릅니다. 의식이라고 해봤자 거창한 것은 아니구.. 그냥 상실의 시대, 를 다시 읽게 됩니다. 지금까지 한 일곱 번은 읽은 것 같네요. 이번 의식은 1월달에 치뤄질 예정입니다.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바쁜 날도 이제 얼마 안남았네요. 그 의식 후에 (컴퓨터를 고치고) 다시 글을 끄적거릴께요.
결과적으로 이 글을 요약하자면 제가 서재의 달인, 이라는 엠블렘을 받은 것은 커플들의 음모다, 로 귀결되겠네요. 지금껏 쓴 97개의 글 중 다시 읽으면서 딱히 부끄러웠던 글은 없는데, 이 글은 분명 나중에 다시 읽으면 부끄러울 것 같네요. 뭐, 그렇다고 지우기야 하겠어요, 쳇.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지워야겠네요. (이렇게 이 글은 계속 보존되고..) 아, 쓰다보니 이건 반쯤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글에 추천이 많다면 분명 크리스마스날 저처럼 집에 틀어박혀서 케빈과 놀거나 책을 읽었던, 그리고 '이성친구? 그거 환상의 동물 아님여?' 라고 말하는 솔로 여러분들이 추천을 하고 있는 거라고. 그런 의미에서 제가 먼저 로그아웃해서 (로그인한 상태에서 한 번 눌러봤는데 안되더군요) 제 글에 추천을 해야겠네요, 쳇.
어렸을 때 본 EBS 영어 테이프, 크리스마스 편에서는 항상 미국인 꼬마애들이 메리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이어 라고 하더군요. 그때 저는 생각했답니다. 아니, 크리스마스랑 뉴이어랑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잖아? 왜 쟤들은 붙여서 말하는거냐, 역시 경제적인 미국인들이군(오해입니다) 라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젠 제가 저 말을 따라해야겠네요. 미리 새해인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음.. 그리고 제가 여기 다시 오긴 오겠죠?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못올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는 행운이 많이 필요할거에요, 그러니까 행운을 빕니다.
여러분들께도, 그리고 나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