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뭉크가 쓴 전기,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 천재의 의무, 가 재출간 예정인 듯 하여 이렇게 글을 남긴다. 서재의 오른쪽에서 보이는 독자 북펀드에서 비트겐슈타인 평전이 눈에 띄길래 확인해보니 이전의 레이 뭉크가 쓴 책인 듯 하다. 그동안 구하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는데, 이제 이렇게 재출간이 눈 앞에 있으니 기쁜 일이다. 레이 뭉크가 쓴 책은 바로 아래의 책인데, 이 책이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과는 달리 새로 출간 예정인 비트겐슈타인 평전은 한 권으로 출권 예정인 듯 하다. 나로서는 한 권을 더 선호하기에 더 기분 좋은 소식이다. 부디 잘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적어도 평전이라는 범주에서는 저 천재의 의무, 이상 가는 책은 없으리라. 레이 몽크는 다른 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오른쪽의 How to read 비트겐슈타인이 바로 그것이다. 오른쪽의 책 또한 괜찮은 책인데, 여러 사료들을 많이 인용해서 풍부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독특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전쟁에 자원했다던가, 자신 몫의 유산을 자신의 누나에게 주면서 '재산은 독이다, 그렇다면 이왕 독에 물든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겠는가' 와 같은 말을 한 것은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도 그의 업적 앞에서는 그 빛이 바래진다. 저런 독특한 삶 이상으로 독특하고 독자적인 것은 그의 사상이다. 그의 책은 (그의 생전에 미출간된 저서들을 포함하면) 대략 예닐곱 권 정도 되는데, 그 책들은 이렇게 번역이 되어 있다.

 

 

 

 

 

 

 

 

 

 

 

 

 

 

 

원래는 공학을 전공하던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에 흥미를 가지고 버트런드 러셀, 을 찾아간다. 처음에는 버트런드 러셀의 제자였지만, 어느 순간 그의 철학은 러셀을 압도하기에 이르고, 러셀은 항상 그와의 대화 끝에는 기진맥진하기를 거듭했다. 저 논리철학논고, 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출판사들은 출판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러셀의 서문이 있으면 출판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하지만 러셀의 서문을 본 비트겐슈타인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러셀도 그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서문과 내 글은 출판되지 않을 것이오.' 논리철학논고, 는 전쟁 중에 쓰여졌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은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여기고 더이상 철학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는 은거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곧 사람들의 비판에 부딪히게 되고, 램지의 비판 등을 바탕으로 그는 새로운 생각에 접어들게 된다. 그 결과물은 청색책, 갈색책 등을 거쳐서 이윽고 철학 탐구, 로 완성된다. 하지만 끝내 그의 생전에 출간되지는 않았다. 마지막의 확실성에 관하여, 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우리 나라에서 논리철학논고는 몇 권으로 번역이 되어 나와있다. 동서문화사에서도 번역이 되어있고, 위의 책세상에서 나온 이영철 교수의 번역도 있는데, 양 쪽 다 개인적으로는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논리철학논고에 한정해서 이야기하면 동서문화사에서 번역되어 나온 것은 읽기가 좋다. 이 읽기가 좋다, 라는 말은 그 문장 그대로의 뜻이다. 자연스럽게 읽힌다는 뜻이다. 우리는 수동형 문장보다 능동형 문장에 더 익숙한데, 이 동서문화사판본은 최대한 능동형문장을 많이 사용하고, 덕분에 우리에게 더 잘 다가온다. 그 뿐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익숙한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영철 교수의 판본은 거기에 비하면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풍부한 주석도 저 동서문화사판본의 장점이다. 마지막의 비트겐슈타인의 생애에 관한 부록이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가격에 비하자면 좋은 번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읽기 좋다고 해서 꼭 그게 철학적으로 엄밀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동서문화사판본은 그 번역에 있어 약간이지만 치명적인 실수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aRb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판본은 자의적으로(출판 상의 오류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부의 문장기호와 글을 생략하여 그 문장의 뜻이 달라지게 만들었다. 비트겐슈타인의 개념 'aRb' 에 대한 번역 부분은 저 판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이영철 교수가 번역한 논리철학논고가 빛을 발한다. 그의 책에서는 모든 개념이 잘 번역되어 있다. 따라서 연구 목적으로 읽을 생각이라면 이영철 교수의 번역을 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단순히 어떤 내용이다, 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라면 동서문화사의 판본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한 쪽의 애매한 문장은 다른 쪽의 문장으로 보충되어지는 경우가 생기고 두 권 다 장단점이 있기에 둘 다 읽는 것도 괜찮다. 원문을 자유자재로 읽을 수 없는 한 그런 방법도 좋으나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양 쪽 책에서 동일한 개념을 다른 말로 표현하는 경우가 첫 번째 문제이고, 두 번째 문제는 똑같은 단어라도 양 쪽에서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과 다른 인물들의 관계를 다룬 책들도 흥미롭다. 가장 왼쪽의 비트겐슈타인과 히틀러도 나쁘지 않은 책이지만, 비트겐슈타인과 포퍼 사이의 관계를 다룬 '비트겐슈타인은 왜?' 도 읽을만한다. 물론 저 비트겐슈타인은 왜, 는 가장 오른 쪽의 '비트겐슈타인과 포퍼의 기막힌 10분' 으로 개정되어 출간되었다. 적어도 저 가장 오른 쪽에 있는 기막힌 10분, 은 읽어보는 것이 좋다. 포퍼는 비트겐슈타인과 대립각을 세운 학자였는데, 그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부지깽이 사건, 이라는 일이 있었다. 포퍼와 말다툼을 하다가 흥분한 비트겐슈타인이 부지깽이로 몇 번 바닥을 치고 나가버렸다던가. 이 상황에 대한 비트겐슈타인과 포퍼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비트겐슈타인은 그 후에 여기에 대한 언급을 아예 하지 않았지만, 마치 잊어버린 것 처럼, 포퍼는 자신이 논쟁에서 승리했다고 여기고 몇 번 저서에서도 언급하기에 이른다. 물론 이 기막힌 10분, 을 읽는다고 해서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각 주인공들의 성장과정을 최대한 따라가면서 이윽고 한 점에서 두 선이 교차되는 그런 형식을 취하며 그 극적인 구성은 독자들을 더욱 그들의 상황에 몰입하게 만든다.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사실 곤란할 것이다. 그의 열정과 광기에 따라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에. 그렇기에 말년의 러셀은 비트겐슈타인에 대해서 좀 빈정거리기도 했다. 러셀 또한 대단한 철학적 업적을 남겼고, 다작을 하던 사람이었지만, 그는 그 스스로가 비트겐슈타인에 비하여 철학적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을 보고 철학에 대한 연구에서 손을 떼기도 하였고, 그의 비판을 (심지어 자신이 충분히 받아들이지도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수긍하고는 쓰던 저서를 접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은 러셀과 무어에게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걱정마시죠, 당신들이 절대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아니깐.'

 

그러나 그 열정과 광기의 결과물은 논리철학논고로부터 시작되는 일련적 철학적 작업으로 나타났으며, 아직도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연구가 끝난 뒤에는 '사다리를 치워버려야 할 것이다.' 물론 사다리를 치우기 전에는 사다리부터 놓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출간되는 비트겐슈타인 평전이 그 사다리를 놓는 그런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p.s. 이제 아인슈타인의 평전 'Subtle is the lord'가 번역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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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6 23:09   좋아요 0 | URL
레이 뭉크 전기 읽고 싶어지네요. 그 이상의 비트겐슈타인 독서는 저로선 무릴 것 같습니다.ㅎ 그나저나 가연님은 과학전공 및 그쪽 직업이신 걸로 아는데 언제 이렇게 깊이 읽으신 건가요? 아랫글 -루소 소개에 이어 놀랍기만 하군요!

가연 2012-11-08 01:55   좋아요 0 | URL
ㅎㅎ 전기가 잘 출간되었으면 좋겠는데.. ㅎㅎ 비트겐슈타인의 저서는 철학 탐구는 아직 잘 못 읽고 있는 상태라.. 깊이 읽었다고는 할 수 없겠네요, 풋. 논리철학논고는.. 그 편린을 겨우 잡고 있는 상태인 것 같고.. 괜히 부끄러워지네요ㅎ 요즘은 거의 시간이 없네요, 잘 지내고 계세요?

2012-11-09 17:06   좋아요 0 | URL
저도 서재에 글 남길 시간이 거의 없어요. 네. 잘 지냅니다. 추위 오기 전의 가을을 최대한 즐기려는 날들이죠. 11월은 스산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은 시절임을 올해 실감하면서...^^

가연 2012-11-10 00:44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가요, 슬슬 요즘도 춥네요. 건강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