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올림픽 열기는 예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느낌이다. 나만 하더라도 우연히 켠 텔레비전에서 우리나라 선수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으면 잠시 눈길을 주기는 하지만 오늘 어떤 경기가 있는지 일부러 찾아보거나 미처 못 보고 지나친 경기의 결과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관심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관중도 없이 선수들 위주로 펼쳐지는 경기를 그저 멀뚱히 쳐다본다는 게 왠지 지루하고 긴장감도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국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식은 탓인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참가 선수들의 초반 성적도 그닥 신통치는 않은 듯하다.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태권도 선수들도 줄줄이 탈락하고 축구도 약체로 평가되던 뉴질랜드에게 패하는가 하면 사격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물론 몸으로 뛰는 선수들이야 어느 누가 지고 싶겠냐마는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인데 코로나 감염병 확산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찜통더위는 나날이 그 위세를 더해가고,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줄줄이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단 하나 열기가 식지 않는 건 대선 출마자들의 공방뿐인 듯하다. 그럼에도 뚜렷이 감지되는 변화는 윤 전 총장의 지지도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사란 직업은 본디 남을 의심하고 넘겨짚기를 주특기로 하는 직업인데 그런 자가 대통령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설사 대통령이 된들 공작정치밖에 더 할 게 무엇이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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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기온은 종일 뜨겁다 못해 금방이라도 바삭바삭한 숯가루가 메마른 대기 속으로 퍼져 나갈 듯한 폭염. 전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더위가 이제는 무서운 수준을 넘어 두려운 단계로 진화한 느낌이다. 한껏 높아진 습도에 기온까지 오르니 그야말로 '살인적인 더위'를 실감하게 된다. 게다가 코로나19의 확진자가 연일 네 자릿수를 기록하며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최고조로 올려놓고 있는 상황이니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기뻐할 일은 도통 찾을 길이 없는 듯 보인다. 이런 가운데 우리를 더욱 화나게 하는 건 방역 지침을 어기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그릇된 행동이 아닐까.

 

지난 3일 있었던 민주노총의 대규모 전국 노동자대회를 비롯하여 지방의 어느 도시에서 개최된 ‘내일은 미스터 트롯 TOP6’ 콘서트, 그리고 원로 트로트 가수의 콘서트 공연 등 이런 시국에 집회나 공연을 주최하는 자들도, 여기에 동조하여 좋다고 참가하는 관객도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없는 사람들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국민들의 걱정이야 안중에도 없고 나만 즐거우면 된다는 생각이라면 그들에게 반드시 구상권을 청구해야 옳지 않을까. 참가자들 중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말이다. 이런 몰지각한 행위는 비단 집회나 공연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 야구 선수들의 외부인 접촉으로 인한 확진자 속출로 프로야구 리그가 중단되었고, 방송가에서도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현실화하면서 방송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런 와중에 극우 성향의 전 모 목사 역시 대면 예배를 강행한다고 하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아닌가.

 

사적 모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술을 먹고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 2차로 들른 노래방에서 도우미까지 불러 질펀하게 놀다가 확진자가 된 사람도 있고, 야영을 핑계로 야외에서 술파티를 벌이다가 확진된 사람들도 있다. 그 이면에는 언제나 술이 존재했다. 이슬람 국가들처럼 음주 자체를 막을 수도 없고...

 

고3인 아들은 21일에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고 한다.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접종은 처음인지라 조금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어쩌겠는가, 코로나 시국에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종종 코로나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타인에 대한 혐오가 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규칙에서 훌훌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지만 나로 인해 여러 명의 주변 사람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 그것이 우리를 붙잡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숨죽인 채 견디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방역지침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누군가를 향해 때로는 비난의 말을 내뱉기도 하고, 자제를 요청하는 것 역시 우리의 권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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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8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3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7-1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아드님이 고3이군요~ 파이팅입니다!!

꼼쥐 2021-07-23 20:3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3 학생들은 8월까지 2차 접종을 마칠 계획이라고 하니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듯합니다. 내년에 대학생이 되면 캠퍼스에서 대학생활을 만끽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나를 걱정해주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끈 힘이 날 때가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우연히 알게 된 어느 한 사람의 안부 전화로 인해 어둡고 우울하게만 보이던 세상이 불현듯 밝아진 듯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다른 누군가의 세상을 밝히는 전등 스위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걸 우리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둠에 갇힌 주변의 한 사람을 위해 소소한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과한 관심은 불필요한 오지랖이 될 수도 있지만...

 

엊그제 한동안 잊고 지내던 지인 한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몇 년 전 세종시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숙소 근처의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두어 번씩 얼굴을 보곤 했었는데, 이사를 한 후에는 일 년에 한두 번 만나기도 어려운 서먹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연배로 치면 20여 세 위인 그분은 몸도 마음도 항상 젊게 사는지라 만나서 대화를 할 때면 전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까닭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면 자판기 커피를 앞에 놓고 책과 인생에 대해 두서없는 대화를 이어가곤 했었다. 두어 달 전 이곳에 사는 친구분들을 만나기 위해 왔다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잠깐 얼굴이나 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나갔더니 어찌나 반가워하던지... 그러나 마냥 건강한 줄로만 알았던 그분도 이런저런 병으로 인해 여러 종류의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내게 털어놓았을 때 나는 얼마나 놀랐던가. 자신의 사정을 밝히시던 그분은 문득 나의 안부를 물었었다. 나 역시 이따금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하자 깊은 숨을 내뱉으며 크게 걱정을 하셨었다.

 

그때의 일이 내내 가슴에 남으셨었나 보다. 나의 건강이 걱정되어 안부 전화를 한 것이라며 그 이후 차도가 없는지 진지하게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에 만났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자 한숨을 쉬며 어찌나 걱정을 하던지... 내가 도리어 미안할 지경이었다. 자신의 아픔에 비추어 타인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아픔이 커질수록 타인으로의 관심을 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죽음이 가까울수록 나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할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소소한 관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마무리가 아닐까. 한껏 습도만 높아진 날씨에 밖으로 나가는 일이 점점 힘겹기만 하다. 내일 모레가 초복, 해가 갈수록 무더위를 견디는 일이 종종 힘에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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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가 높아진 탓인지 조금만 걸어도 덜 마른 옷을 입었을 때처럼 바지가 허벅지에 척척 감긴다. 장마철의 아침 산책은 고도의 인내심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상쾌함이나 뿌듯한 느낌에 대한 기대는 현관을 나서는 순간부터 사라지고, 빨리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고픈 마음만 간절해진다. 게다가 내가 오르는 산의 능선에 설치된 운동기구에서 몸을 풀다 보면 웬 모기가 그리도 많은지... 장마철에 반소매 차림으로 나선 초보 등산객들은 드러난 피부가 산모기의 습격으로 인해  멍게로 돌변하기 십상이다. 수년째 산을 오르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불상사에 대비하여 한여름에도 긴소매 옷을 입고 모기 퇴치용 부채를 손에 든 채 산길을 오르지만 말이다. 그 바람에 등허리를 타고 흐르는 굵은 땀방울의 자취가 또렷이 느껴지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집 떠난 뒤 맑음>을 읽고 있다. 단문 위주의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 때문인지 헤밍웨이의 작품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스토리 위주의 빠른 전개가 장마철에 읽기에는 딱이다 싶은 소설이다. 묘사 위주의 끈적끈적한 소설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지금처럼 습하고 불쾌지수가 높은 계절에는 어쩐지 꺼려지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수가 천 명대로 증가했다. 뉴스를 보고 나 역시 깜놀. 그럼에도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겁이 없어진 건지 아니면 다들 인내심에 한계가 와서 그러려니 넘어가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도망치듯 후다닥 빠져나오는데 여전히 찝찝한 기분. 백신이라도 맞아야 조금 안심이 될 텐데 그마저도 아직 순서가 되지 않았으니 모든 게 조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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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시작되었다. 여와 야의 유력 정치인들이 속속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는 건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유권자 전체를 두고 내 편으로 얼마나 많은 숫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가 하는 숫자 싸움에 골몰하는 시간이 선거 막판까지 지루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선 출마자들이야 그 시간이 촌각을 다투는 짧은 여정으로 여겨지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는 진흙탕의 아수라장을 수개월 동안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암담하고 길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저절로 긴 한숨이 터져 나올 정도로 말이다.

 

장년기를 지나 노년기에 접어든 한 인간이 뒤늦게 선보이는 도리도리 까꿍도 그닥 귀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00의 아바타입니까?' 하고 물었던 어느 정치인의 유치 찬란한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부인은 자신이 쥴리가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대중의 머릿속에 그녀가 쥴리일지도 모른다는 강한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것은 마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 계속해서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남에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던 그의 장모는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이것은 다만 출마 선언 직후에 터진 몇몇 예고편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앞으로 얼마든지 더 터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홍 모 의원 역시 '도리도리 윤'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 직무는 날치기 공부해서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거나 "도리도리 윤은 평생 검찰 사무만 한 사람이다. 대통령 직무에서 검찰 사무는 0.1%도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그의 '경험 부족'을 지적했던 것이다. 역시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정치권에서 굴러먹은 홍 의원의 시각은 날카로웠다.

 

반면 여권에서의 출마자들 간 경쟁은 다소 싱거운 맛이 있다. 지지율에서 한참 앞서가는 이 지사와 이를 견제하는 다수의 경쟁자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는 있지만 시간적으로나 인지도 면에서나 역부족인 듯 보이는 게 사실이다. 물론 국무총리를 지낸 분이 두 명이나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언론의 카메라는 도리도리 윤과 이 지사에게 집중되는 걸 보면 그놈의 인기라는 게 마냥 거품은 아닌 모양이다.

 

대선 경쟁이 시작된 것처럼 뒤늦은 장마가 시작되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나라가 두 쪽으로 쪼개져 치유가 불가능해지는 것처럼 성질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기단이 만나면 장마의 피해는 심해지게 마련, 부디 장마도, 대선도 무난하게 넘어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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