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가 높아진 탓인지 조금만 걸어도 덜 마른 옷을 입었을 때처럼 바지가 허벅지에 척척 감긴다. 장마철의 아침 산책은 고도의 인내심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상쾌함이나 뿌듯한 느낌에 대한 기대는 현관을 나서는 순간부터 사라지고, 빨리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고픈 마음만 간절해진다. 게다가 내가 오르는 산의 능선에 설치된 운동기구에서 몸을 풀다 보면 웬 모기가 그리도 많은지... 장마철에 반소매 차림으로 나선 초보 등산객들은 드러난 피부가 산모기의 습격으로 인해  멍게로 돌변하기 십상이다. 수년째 산을 오르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불상사에 대비하여 한여름에도 긴소매 옷을 입고 모기 퇴치용 부채를 손에 든 채 산길을 오르지만 말이다. 그 바람에 등허리를 타고 흐르는 굵은 땀방울의 자취가 또렷이 느껴지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집 떠난 뒤 맑음>을 읽고 있다. 단문 위주의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 때문인지 헤밍웨이의 작품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스토리 위주의 빠른 전개가 장마철에 읽기에는 딱이다 싶은 소설이다. 묘사 위주의 끈적끈적한 소설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지금처럼 습하고 불쾌지수가 높은 계절에는 어쩐지 꺼려지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수가 천 명대로 증가했다. 뉴스를 보고 나 역시 깜놀. 그럼에도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겁이 없어진 건지 아니면 다들 인내심에 한계가 와서 그러려니 넘어가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도망치듯 후다닥 빠져나오는데 여전히 찝찝한 기분. 백신이라도 맞아야 조금 안심이 될 텐데 그마저도 아직 순서가 되지 않았으니 모든 게 조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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