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시작되었다. 여와 야의 유력 정치인들이 속속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는 건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유권자 전체를 두고 내 편으로 얼마나 많은 숫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가 하는 숫자 싸움에 골몰하는 시간이 선거 막판까지 지루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선 출마자들이야 그 시간이 촌각을 다투는 짧은 여정으로 여겨지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는 진흙탕의 아수라장을 수개월 동안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암담하고 길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저절로 긴 한숨이 터져 나올 정도로 말이다.

 

장년기를 지나 노년기에 접어든 한 인간이 뒤늦게 선보이는 도리도리 까꿍도 그닥 귀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00의 아바타입니까?' 하고 물었던 어느 정치인의 유치 찬란한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부인은 자신이 쥴리가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대중의 머릿속에 그녀가 쥴리일지도 모른다는 강한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것은 마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 계속해서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남에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던 그의 장모는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이것은 다만 출마 선언 직후에 터진 몇몇 예고편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앞으로 얼마든지 더 터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홍 모 의원 역시 '도리도리 윤'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 직무는 날치기 공부해서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거나 "도리도리 윤은 평생 검찰 사무만 한 사람이다. 대통령 직무에서 검찰 사무는 0.1%도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그의 '경험 부족'을 지적했던 것이다. 역시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정치권에서 굴러먹은 홍 의원의 시각은 날카로웠다.

 

반면 여권에서의 출마자들 간 경쟁은 다소 싱거운 맛이 있다. 지지율에서 한참 앞서가는 이 지사와 이를 견제하는 다수의 경쟁자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는 있지만 시간적으로나 인지도 면에서나 역부족인 듯 보이는 게 사실이다. 물론 국무총리를 지낸 분이 두 명이나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언론의 카메라는 도리도리 윤과 이 지사에게 집중되는 걸 보면 그놈의 인기라는 게 마냥 거품은 아닌 모양이다.

 

대선 경쟁이 시작된 것처럼 뒤늦은 장마가 시작되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나라가 두 쪽으로 쪼개져 치유가 불가능해지는 것처럼 성질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기단이 만나면 장마의 피해는 심해지게 마련, 부디 장마도, 대선도 무난하게 넘어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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