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어제 졸업을 했다. '벌써 졸업인가' 싶기도 하고 '많이 컸구나' 대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떨어져 지내는 탓에 크고 작은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여간 큰 게 아니었기에 지난 설 연휴 동안 나는 '졸업식에는 꼭 참석하겠노라' 철석같이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나는 화요일 밤에 부랴부랴 전화를 하게 되었다. 전화를 받은 아들에게 나의 사정을 설명하면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몇 번이나 했던지...
아들의 졸업식에는 아내와 장인 장모님이 참석했었나 보다. 졸업식이 끝나고 한정식집에서 다 함께 외식을 한 모양인데 아들은 기분이 좋았던지 내가 어제 저녁 전화를 했을 때 사뭇 들뜬 목소리였다. 나도 속물 근성이 다분한 여느 아빠와 다르지 않아서 아들에게 넌지시 물었었다. 어떤 상을 받았느냐고 말이다. 다른 학교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아들의 말로는 '1인1상'이란 게 있어서 누구나 하나씩의 상을 기본적으로 받는다고 했다. 그리고 한 반에 3명씩 선정하여 졸업식 전에 상을 수여했다고도 했다. 자랑질로 들리겠지만 아들은 그 자리에서 경기도지사상을 받았다고 했다.
흐뭇한 마음에 당연히 부상도 있었겠거니 생각하여 상품이 뭐였느냐 물었더니 달랑 상장만 받았다고 했다. 국회의원상을 비록하여 그곳에서 상을 받은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단다. 나는 아들에게 "야, 그거 너무했네. 하다못해 문화상품권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야?" 했더니 문화상품권을 받은 학생은 딱 한 명 있었다고 했다.
내가 국민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상품이 꽤 많았었다. 주로 문구류나 사전, 장학금이 다였지만 그걸 받아든 아이들은 얼마나 뿌듯해 했던지... 6년 개근상, 6년 정근상, 1년 개근상,우등상 등을 교장 선생님과 그 지역의 유지로 초대된 사람들에 의해 학생들에게 수여되었다. 그 당시에는 졸업장을 담는 둥근 원통 케이스가 있었는데 상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그 케이스와 꽃다발을 눈에 띄게 들고 가족들과 사진을 찍곤 했었다. 나는 그때 노트 여러 권과 영어사전, 한자사전, 장학금 등을 부상으로 받았던 것 같다.
좀 살만해진 요즘은 아이들도 부상에는 그닥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올해 초였던가. 아들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받았을 때도 부상은 USB메모리가 전부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만 해도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상장만 받는다는 게 왠지 섭섭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뭐라도 좀 줄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