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산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달빛의 위험성을 깨닫게 된다. '캄캄한 어둠보다는 아쉽지만 달빛이라도 있는 게 더 낫지 않아?'라고 묻는 사람은 뭘 모르고 하는 얘기다. 달빛이 그려내는 그림자로 인해 눈앞의 장애물을 구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슴푸레한 달빛은 나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숫제 앗아가 버린다. 달빛으로 인해 눈 뜬 장님이 되고 마는 것이다. 어른거리는 나무 그림자 탓에 지면의 고저를 가늠할 수도 없고, 한 발짝 앞의 나무등걸이나 튀어나온 작은 돌부리, 땅에 드러난 나무뿌리 등을 미처 보지 못해 수시로 걸려 넘어지게 된다. 게다가 달빛이 훤한 곳만 따라가다 보면 아무리 자주 다니던 길에서도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그러므로 손전등 없이 산길을 걸을 때는 차라리 달빛이 없는 캄캄한 어둠이 더 좋다. 물론 밤에 산길을 걸을 때는 개인의 안전을 위해 손전등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우리의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앞에서 길을 안내하는 어설픈 정보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 그것은 마치 밤길에서 길을 잃게 하는 달빛과 같다. 우리에게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손끝의 촉감으로 더듬어가며, 나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어둠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최대한 버티다가 조심조심 걸음을 뗄 테니까 말이다.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설픈 정보가 난무하는 까닭에 지금보다 정보를 얻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던 과거의 사람들보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는 데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길을 어찌어찌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제 앞에 놓인 돌부리를 보지 못해 수시로 넘어지거나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그것은 잘못된 정보로 인해 실패를 경험하거나 그림자와 같은 정보에 현혹되어 길을 잃는 경우이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그보다 더 큰 낭패를 경험하는 사례를 수시로 보곤 한다.
젊은 시절에 한 번쯤 길을 잃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리 큰 문제도 되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회사나 정부에서 직위가 높아질수록 그 위험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최고 기업이라고 하는 삼성의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물며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가 지껄이는 잘못된 정보에 의존하여 나라를 이끌고 있다면 그 위험성은 어떠할까.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멍청한 말을 지껄이면서도 가오를 잡는 폼이 참으로 가관이다. 정말로 돌을 맞고 갈 것인지 국민들이 돌멩이 하나씩을 들고 용산 대로에 서서 기다려 볼 일이다.